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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NY타임스 2010년 12대사건 ‘천안함’ 기고문 실어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1-01-03 (월) 13:45:54

소설가 신경숙 씨의 기고문이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0년 특집 ‘12개월간의 세계(Around the World in 12 months)’에 실려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일 논평(Op-Ed) 페이지에 2010년 벌어진 각 달의 사건 12개에 대해 해당국의 작가들이 쓴 가들이 쓴 에세이 12편을 소개한 특집기고문을 게재했다. 신 씨는 3월의 사건으로 꼽힌 한국 천안함 사건에 대한 소회를 원고지 7장 분량으로 기고했다.

 

신 씨는 ‘한국의 바다에서(At Sea in South Korea)’라는 기고문에서 “2010년 3월 26일이 또렷이 기억난다. 밤 뉴스를 시청하고 있는데 TV 화면에 갑자기 ‘천안함 침몰’이라는 자막이 떠올랐다”는 문장과 함께 희생 장병과 아직도 시신을 못찾은 6명에 대한 애달픈 소회(所懷)를 털어놓았다.

 

www.krbusa.com

뉴욕에서 컬럼비아대 방문연구원으로 체류 중인 신 씨의 한글 원고는 컬럼비아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한국문학 연구자 정재원 씨가 번역했다. 뉴욕타임스는 신 씨에 대해 “앞으로 출간될 소설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의 작가”라고 소개했다. ‘엄마를 부탁해’는 4월 미국의 문학 전문 출판사인 크노프출판사에서 발간될 예정이다.

한편 뉴욕타임스가 기획한 2010년 특집 ‘12개월간의 세계(Around the World in 12 months)’엔 1월 아이티 대지진을 비롯,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4월 영국, 5월 이스라엘, 6월 남아공월드컵, 7월 파키스탄, 8월 프랑스, 9월 멕시코, 10월 칠레 광부들, 11월 지나(중국)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이슈들이 각각 선정됐다. 10월의 칠레광부들(Chile’s Captive Audience)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로 알려진 칠레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기고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그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신경숙의 깊은 슬픔

다음은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고문 전문. (번역문은 원문과 다를 수 있음)

3월 26일이 또렷이 기억난다. 밤 뉴스를 시청하고 있는데 TV 화면에 갑자기 ‘천안함 침몰’이라는 자막(字幕)이 떠올랐다.

북한과의 접경구역인 백령도 주변에서 초계(哨戒) 활동을 하고 있던 천안함은 46명의 병사들을 태운 채 깊은 바다속으로 침몰했다. 혹시라도 생존자가 구출됐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차마 TV를 끌 수 없었다.

얼어붙은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이웃 서점주인은 가게 문을 닫았다. 내 친구는 인도로 가려던 휴가를 취소했다. 우리는 바다밑에 가라앉은 병사들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류(潮流)와 거친 파도가 구조작업을 방해했다. 시간은 쉼없이 흘러갔고 기상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46명의 병사 중 한명도 구하지 못했다. 우리는 마흔일곱번째 군인도 잃었다. 이들을 구하려다 바다밑에서 의식을 잃은 구조대원이었다. 어떻게 우리가 그들의 가족이 헤쳐나가야 할 분노와 절망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TV를 지켜보면서 나의 무기력을 통렬히 느꼈다.

침몰 20여일이 지난후에야 천안함은 누더기가 된 선미(船尾)와 함께 인양(引揚)됐다. 물이 빠진 천안함에서 병사들은 시신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사람들이 거의 없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뉴스를 봤다. TV 화면을 통해 전사한 병사들의 사진과 고향, 나이가 나오는데 소리없는 흐느낌이 들렸다. 식당의 주방장이었다. 그녀는 “하늘이 이렇게 무심할 수가 있냐?”며 울먹였다.

한국의 ‘천안함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에 대한 비난이 증폭되면서(국제조사단은 북한어뢰의 공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남과 북의 적대감에 불을 붙였다. 한국의 정치권은 각각의 논리로 맞섰다.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비난했다.

나의 뇌리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여섯명의 얼굴이 떠나지 않는다. 그들의 육신이 차갑고 어둡고 적막한 바다의 물살에 떠돌고 있는 것을 상상한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바위에 부딪치고 물고기의 먹이가 되어 사나운 파도에 시달리고 있을까. 어쩌면 그들은 수초에 엉킨 채 어느 무인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제대를 한달 앞두었고 또 한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사진으로 본 그들은 얼마나 젊고 건강했으며 아름다웠는가. 그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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