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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의 엿새’ 뉴욕타임스 현지르뽀

글쓴이 : 임지환 날짜 : 2011-01-08 (토) 13:51:11

‘두명의 젊은 신부들이 있다. 하나는 눈부시게 빛나는 흰 가운을, 다른 하나는 진한 핑크색을 입고 눈덮인 광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산책을 나온 시민들은 군고구마를 사기위해 줄을 서 있다...’

2010년이 저물기 직전 뉴욕타임스는 보기드문 평양발 기사를 실었다. 미국의 비공식 대북특사로 방문한 빌 리차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수행 취재한 두 언론사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는 평양발 르뽀기사에서 한반도의 긴장감이 어느때보다도 높은 현재 평양에서 바라본 어둡고 음울한 북한의 현실을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살 기회가 주어지는 평양에선 북한정권이 붕괴하거나 정치적 혼돈의 징후는 전혀 없었지만 강성대국의 원년(元年)으로 꼽은 2012년을 코앞에 둔 지금 놀고 있는 공장과 흉작, 영양실조의 아이들이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뉴욕타임스의 기사 요약문.

노후한 전기버스에 통근객들은 이쑤시개처럼 가득 차 있고 많은 여성들이 사설시장에 내다 팔 물건들을 등에 한다발 매고 길을 걷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경제학자들은 북한의 석탄생산이 20년전의 절반수준이라고 말한다. 평양은 만성적인 전력부족에 시달리고 외국어혁명학교 학생들은 석탄과 나무를 연료로 한 난로에 몸을 녹이고 대부분의 도시민들은 하루에 전기를 몇시간밖에 쓰지 못한다.

북부지방에선 아이들이 거리에서 구걸하고 가족들은 나무뿌리와 버섯을 캐며 연명(延命)하고 국영기업 일꾼들도 얼마 안되는 봉급을 받을 뿐이다.

그러나 평양의 거리에선 2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휴대폰을 든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집트 회사가 운영하는 고려링크라는 휴대폰 사업자가 31만명의 가입자들을 갖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통화만 가능하지만 빠른 속도로 휴대폰 네트워크는 확산되고 있다. 교통체증현상은 없지만 차량들과 신호등이 3년전보다 늘었다.

평양 시민들은 영양상태가 좋아보였지만 이곳에서조차 주민 3명중 1명은 성장부진상태이다. 평양공항엔 40대의 러시아제 고려항공기가 있고 하루 두차례 이륙을 한다. 북경과 러시아 극동의 블라디보스톡에 가는 것이다. 외부 방문자들은 랩탑을 가져올 수 있지만 휴대폰은 바로 압수된다.

평양에서 기자들에겐 감시인이 따라붙었다. 허가없이 인터뷰를 할 수 없고 호텔 주차장을 벗어나지 말라는 주의도 있었다. 냉전이 극심한 시대의 스파이 영화처럼 모두가 관찰당했다.

객실이 거의 빈 보통강 호텔에서 기자들이 투숙한 반대쪽에는 감시인들이 교대로 지켰다. 어설프게 생긴 벽은 양면거울이 달려 있고 식당 테이블에는 도청장치(盜聽裝置)가 설치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에 전화하는 것은 차단됐으며 해외 전화는 1분당 8.27 달러를 내야 했다.

기자들에게 허용된 일부 이벤트들은 명백히 꾸며진 것이었다. 일단의 군중이 평양의 한 도서관 강당에 김정일 생모의 생애에 대한 강연을 듣기 위해 모였다. 어떤 사람이 깜빡 졸자 지키던 사람이 그를 재빨리 쿡하고 찌르는 모습도 보였다.

북한의 사설시장은 전국적으로 수백개가 생겨났지만 북한의 관리들은 사회주의의 신조를 어기는 시장의 존재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평양의 통일시장에 있는 물건들은 4분의3이 중국에서 온 것이었다.

흉작과 천정부지로 솟은 식량가격은 골치아픈 문제다. 지난달 ‘세계식량계획’은 쌀값이 1kg 당 10달러로 북경의 10배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간다”고 김용대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은 리차드슨 주지사에게 호언했지만 리차드슨 주지사는 북한 관리들도 사적으로는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취해진 경제제재를 완화하고 연료와 음식지원이 절박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북한전문가들은 경제지원과 무역봉쇄가 해제되지 않으면 북한은 핵프로그램과 설비를 이란과 시리아 등에 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뉴욕=임지환특파원 jhlim@newsroh.com

 

<꼬리뉴스>

“금광이라도 발견하면 2012년 강성대국이 될것” 북한주민 탄식

북한주민들은 자신들이 끊임없는 희생을 강요당하는 사이 남한이 훨씬 잘 살게 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부는 군부를 비판하고 김정은이 정책을 바꿀 것을 희망한다. “난 그가 음식보다 총알을 더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아마 그는 주민들을 먹여살리는 좋은 지도자가 될거다.” 지난달 중국에서 인터뷰한 59세 북한 상인의 말이다.

청진의 한 대학에서 교수를 지내다 지금은 중국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한 여성은 “우리가 먹지 못해도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군에게 줘야 한다. 핵무기는 우리 침략당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평양의 지하철 역에서 만난 한 남성은 열정적으로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이 두렵지 않다. 우리는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정숙 비단공장의 엔지니어인 최 혁(43)은 김정일의 2009년 1월 방문을 “내가 암흑에서 나와 빛을 본 것 같았다”고 말했고 김일성 대학의 지질학과 여학생 남대용(20)은 그해 4월 받은 2천대의 데스크탑 컴퓨터가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한 하사품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김정숙 비단공장에선 2천명의 여성이 청색과 핑크색 녹색의 스카프를 두른채 일하지만 북한공장의 4개중 3개는 전력과 자재가 없어서 놀고 있다.

황해도 출신의 45세 탈북자는 지난해 11월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에 “2012년에 우리가 강해지고 번성(繁盛)하는 나라가 된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금광이라도 발견하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그냥 살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6일의 평양 방문은 호텔의 가라오케바에서 코냑을 마시며 ‘당신은 나의 운명’과 같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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