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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1천개이상 단어를 안다구?”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개

글쓴이 : 민병옥 날짜 : 2011-01-21 (금) 08:06:03

개가 1천개이상의 단어를 이해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개에 관한 기사가 뉴욕타임스에 실려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과학섹션 톱기사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개가 무려 1천개가 넘는 물건들의 이름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이를 훈련시킨 심리학자의 사연을 다뤘다. 화제의 개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탄부르그에 사는 보더콜리(Border Collie)종 암컷 체이서(Chaser)다.

 

체이서는 워포트 칼리지에서 30년간 심리학자로 봉직한 존 필리 박사(82)의 개인데 1022개의 고유명사를 알고 있다. 필리 박사가 2004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리코라는 이름의 보더콜리가 장난감과 공 등 200개의 물건들의 이름을 이해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게 됐다.

호기심이 생긴 그는 그 해 강아지였던 체이서를 한 사육사(飼育師飼)로부터 구입한 후 하루 4~5시간을 물건의 이름을 말하고 40번씩 되풀이했다. 그런 다음 물건을 감춘 후 찾아오라고 시키는 것을 되풀이했다.

 

www.wikipedia.com

체이서는 하루에 한두개의 이름을 배웠고 이름을 잊을 경우 더 강도높은 학습을 시켰다. 필리 박사의 목적 중 하나는 체이서가 리코보다 더 많은 단어를 알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하루에 10개의 새 단어를 익힐 수 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엔 약 6만개의 단어를 알게 된다. 물론 체이서는 배우는 속도도 아주 느렸고 나이프와 스푼, 포크 등 관련 있는 물건들을 쉽게 구별하는 아이들에 비해 훨씬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체이서는 성실한 학생(?)이었다. 훈련을 좋아했고 항상 더 의욕을 보였다. 3년만에 800개의 동물장난감과 116개의 공, 26개의 프리즈비, 약간의 플라스틱 물건들을 구분할만큼 일취월장(日就月將)했다.

보더콜리종은 전형적인 워킹독이다. 이들은 머리가 좋은 걸로 정평이 났고 아주 동기부여가 높은 견종이다. 하루종일이라도 양떼를 지키며 포기할줄 모른다. 그런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무언가를 해야 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www.wikipedia.com

필리 박사는 “체이서는 요즘도 하루 너댓시간을 훈련하고 싶어한다”고 귀띔하고 “내가 지금 82세다. 하도 체이서가 달라붙어 내가 피곤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과거 리코에 관한 연구에서 제기된 한가지 의문은 개에게 무언가를 물어오라고 시킬 때 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다. 개에게 명령할 때 개가 ‘물어오라’는 단어를 사람처럼 그 물건과는 별개로 이해하느냐는 것이다.

필리 박사는 그래서 체이서에게 발로 긁고 소리를 내고 물건을 가져오게 하는 3가지 행동을 가르치면서 명령을 했다. 체이서는 장난감을 물고오면서 해당행동을 정확히 이행했다. 필리 박사는 “이 실험은 결론적으로 체이서가 동사(動詞)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체이서가 알고 있는 1022개의 단어는 모두 고유명사(固有名詞)다. 그러나 필리 박사는 훈련을 통해 보통명사(普通名詞)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체이서는 정확하게 물건을 집어오면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하면 아이들처럼 익숙한 것중 하나를 골라 온다.

체이서의 놀라운 능력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1900년대 초 간단한 산수문제를 앞발을 들어 말굽을 흔드는 횟수로 숫자를 맞춘 독일산 말 클레버 한스의 기억을 떠올린다. 이 말은 대중 앞에서 숫자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여 당시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심리학자 오스카 풍스트는 이 말이 주인의 미세한 움직임에 따라 답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말이 질문자의 머리와 몸의 움직임을 탐지하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주인의 움직임에 따라 말굽을 흔드는 동작을 멈췄기 때문에 사람들은 말이 숫자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개들도 주인으로부터 무의식적인 힌트를 읽을 수 있다. 연구자들이 이러한 함정(陷穽)을 인식할지라도 동물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은 특별히 교묘한 부분이 있다. 동물전문잡지 BF 최근호는 두 개의 실패한 실험 사례를 소개했다. 하나는 개가 사람이 하품할 때 일종의 전염동작으로 하품하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고 개가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을 구별하는 능력을 실험한 것이었다.

클레버 한스의 사례는 특별히 보더 콜리종들에게 유의할만 하다. 이 견종은 양치기에게 민감한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바나드칼리지의 동물행동전문가이자 ‘개의 내면’의 저자 알렉산드라 호로위츠 교수는 “양치기와 함께 일하는 콜리를 봐라. 사람의 작은 제스처만으로도 개와 얼마나 잘 대화하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리코를 테스트할 당시 팀원이었던 주일란 카민스키 연구원은 클레버 한스 효과를 잘 알고 있었다. 독일 라이프치히의 맥스 플랜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에서 일하는 카민스키 박사는 개에게 주어지는 지시문들을 방에 펼쳐놓고 힌트가 되지 않도록 장난감을 하나씩 선택하게 했다.

필리 박사 역시 체이서를 테스트할 때 같은 예방책을 취했다. 실험 리포트를 ‘사이언스’에 보냈지만 게재가 거절됐다. 필리 박사는 사이언스의 자문단이 타당한 비판을 했다고 인정했다. 그와 공동저자인 워포드 칼리지의 앨리스턴 레이드 교수는 리포트를 재작성해서 동물전문지 BF(Behavioral Processes)에 보냈다.

필리 박사의 리포트를 검토한 사이언스 자문단의 일원인 호로위츠 박사는 새로 제출된 리포트가 “실험 요건을 아주 잘 충족시켰다”고 평가했다. 카민스키 박사도 “필리 박사팀이 사용한 방법이 클레버 한스의 위험에 빠지지 않기에 충분했다”고 동의했다.


리코와 체이서에 관한 실험은 어린이들이 언어를 어떻게 배울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단서를 제공한다. 아이들 역시 동일한 신경메커니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리 박사와 레이드 박사는 “실험을 통해 체이서가 명사의 이해능력을 길렀으며 그것은 아이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뉴욕=민병옥특파원 bomin@newsroh.com

 

▲사진은 보도콜리종 www.wikipedia.com

<꼬리뉴스>

‘체이서에 앞으로 초등학교 문법도 가르칠것’ 필리 박사

그러나 언어실험의 타당성(妥當性)은 논란의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 체이서에 대한 실험은 소리의 반복을 통해 물건을 인지(認知)하는 것이었다. 체이서는 단어를 명사만 배웠고 그것들은 물건에 특별한 라벨이 붙어 있었다. 어린이들이 집는 보통명사의 물건처럼 추상적인 개념과는 다르다.

카민스키 박사는 체이서의 성취가 언어를 그만큼 이해한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실험결과는 단지 이 개가 단어와 단어들과 다른 행동을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문법이나 구문론으로 들어가면 단어의 순서가 교체돼 체이서가 인지하는 의미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리 박사도 그 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그는 “우리는 약간의 초등학교 문법을 체이서에게 테스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어느 단계까지 진전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는 선구적인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필리 박사의 목적은 사람과 개 사이에 대화를 증진하는데 도움을 주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체이서에게 수용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언어를 가르치는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인지에 관해 놀랄만한 결과를 보여주는 다른 동물로는 회색앵무새인 알렉스와 난쟁이침팬지(Bonobo) 칸지가 있지만 문맥을 이해한 체이서와 리코의 능력에 견주기 힘들다. 하지만 만일 이 개들의 성공적인 결과가 해당 견종의 능력에 속한다면 왜 다른 사례들은 보고되지 않을까?

필리 박사는 “대부분의 보더콜리종들은 특별한 훈련을 받으면 체이서와 가까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체이서를 키운 사육업자는 그 개의 능력을 인정했다. 그래서 나도 인내심을 갖고 훈련을 시켰다”고 말했다.

호로위츠 박사 역시 “체이서나 리코가 예외적인 개들이 아니라는 것은 맞다.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주의를 기울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동의했다. 당신이 콜리종을 키우고 있다면 단어 암기훈련(暗記訓練)을 시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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