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유럽연합(EU) 안보전문역 조명진 박사가 3년전 출간한 저서에서 현재의 이집트 사태와 향후 정권교체가 이슬람세력을 단결(團結)시키는 발판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 박사는 2008년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세계 부와 경제를 움직이는 3개의 축>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국민적 저항속에 퇴진할 경우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베를린에 있는 조 박사는 30일 글로벌웹진 뉴스로와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정권의 장기 집권과 친서방 외교노선에서 비롯된 대(對)이스라엘 융화정책이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반감을 사왔다”며 “팔레비왕 시절 친미로 일관했던 이란이 호메이니 등장 후 반미로 돌아선 것처럼, 이집트가 이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중동지역 최대 동맹국인 이집트가 제2의 이란이 되는 것은 미국은 물론, 이스라엘에게도 최악의 시나리오다. 반미 성향의 원리주의 지도자의 탄생은 이슬람 세력을 단결시키는 발판을 제공하고 중동의 불안은 그만큼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3개의 축>에서 이집트의 정권교체를 이슬람 통합 시나리오의 하나로 예견한 조 박사는 무바라크의 퇴진과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이 1979년 이스라엘 이집트 평화조약의 종결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사태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새로운 아랍민족주의지도자가 득세할 여건을 조성한다면 궁국적으로 이슬람 세계는 통일을 꿈꾸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3개의 축>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관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제2의 축인 이슬람과 제3의 축인 아시아를 동시에 고려하는 실용주의적 안보경제전략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 지난해 12월 출간한 <우리만 모르는 5년후 한국경제>에서 21세기 신양극체제의 도래를 선언하고 한국이 적자생존의 금융 패권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종합적인 금융안보 정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히 주문하기도 했다.
조 박사는 급변(急變)하는 중동정세와 관련, “원유수입의 80% 이상이 중동인 한국은 노골적 친미외교정책에서 탈피(脫皮)해야 한다”면서 “이슬람 시각에서 봤을 때, 중립적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조 박사와의 일문일답.
-현 이집트 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1975년 사다트 대통령 집권시 부통령이었던 무바라크는 1981년 사다트 암살이후 대통령직 맡아 30년 장기집권을 해왔다. 무려 4번(1987, 1993, 1999, 2005)이나 대선에서 당선됐으나 문제는 불공정하고 비민주적 선거였다는 점이다.
무바라크의 언론장악으로 친정부적인 뉴스만 나오는데 2005년 이후 독립적인 신문들이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장기집권에 대한 방책으로 반정부인사들과 반대 목소리를 내는 지식인들을 영장없이 구금하기 시작했고 2005년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누르 박사(Dr. Nour)까지 감금했다. 미국도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민주적 개혁을 요구했지만 무바라크에겐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1995년 이후 무바라크는 여섯번의 암살시도에서 목숨을 건졌다. 이러한 일련의 암살시도가 그로 하여금 더욱 독재에 집착(執着)하게 됐다. 급기야 82세의 무바라크가 후계자로 아들이 언급되는 상황에 이집트 국민들은 더욱 신물을 느낀 것이다.“
-3년전 <3개의 축>에서 조박사께서 예견한 근거는 무엇인가
“서방 관광객에 총격 등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가 이집트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8천만 이집트 국민 가운데 40%가 하루수입 2달러 이하의 빈곤층이다. 인플레이션은 17%로 생활고가 심각하다. 이러한 경제가 과격분자들의 득세에 근거를 제공한다. 즉, 과격세력에 대해서 빈곤층이 동정심을 보이고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는데, 30년 장기집권은 왕조가 아닌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들의 필연적인 항거(抗拒)를 촉발할 것으로 보았다.”
-향후 이집트 사태는 어떻게 전개될것으로 보나
“무바라크가 권좌에 있기 위해서 무력진압을 택했지만, 군부와 경찰 내부의 분열로 수월하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온건적 리더십은 지금의 이집트 상황을 통제하기 역부족일 것이다. 오히려 무바라크 정권이 금지한 정치단체들이 연합하여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무바라크의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것은 중동 평화의 수호자로서 미국의 지원이다. 물론 이스라엘이 원한 바이다. 카터 대통령 주재로 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에 사다트 대통령과 베긴 총리가 서명했고, 1979년 이스라엘 이집트 평화 조약으로 이어졌다. 무바라크의 퇴진과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은 이 평화조약의 종결(終結)을 의미한다.”
-<제3의 축>에서 거론한 이슬람 통합의 3가지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첫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반미로 돌아서는 싯점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끌 새로운 아랍민족주의 지도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중동지역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은 아랍민족주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대적 왕실정치와 친미 성향은 자국 내 아랍민족주의자들을 지하드의 투사로 만들고 있다. 이들을 이끌 새로운 인물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정권을 잡는다면 이슬람세계는 통일을 꿈꿀 수 있게 된다.
둘째는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난 후 이슬람 원리주의자가 정권을 잡는 경우다. 무바라크 정권의 장기 집권과 친서방 외교노선에서 비롯된 대(對)이스라엘 융화정책은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반감을 사왔다. 이러한 반감은 나일강 유적지와 홍해 휴양지를 찾는 서방 관광객을 테러의 표적이 되게 하고 있다. 팔레비왕 시절 친미로 일관했던 이란이 호메이니 등장 후 반미로 돌아선 것처럼, 이집트가 이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반미 성향의 원리주의 지도자의 탄생은 이슬람 세력을 단결시키는 발판을 제공할 것이다.
셋째는 이라크에서 미군과 다국적군이 철수한 후 수니파를 누르고 시아파가 집권하는 것이다. 중동의 헤게모니를 급진 시아파가 장악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란이 시아파를 지지하고 이란에 이익이 되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슬람통합은 미국과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슬람 통합은 올해 예상되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중동 세력과 무력 충돌로 가속화(加速化)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대응이 종전과는 다른 거센 반발을 일으킬 것이다. 이스라엘의 무력 행사방법에 대해서 미국의 미온적 태도는 더욱 반미와 반서구 정서를 부추길 것이다. 반서방 중동 국가들이 친중국 그리고 친러시아라는데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제 질서가 <우리만 모르는 5년후 한국경제>에서 언급한 신 양극체제로 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원유수입의 80% 이상이 중동인 한국은 노골적 친미외교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슬람 시각에 봤을 때, 중립적 노선을 견지(堅持)해야 한다. 미국은 미군 주둔 병력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 재정이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동 국가들에 대한 호혜(互惠)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이슬람 문화에 지원과 이해 그리고 존중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오만한 미제국주의자라는 이미지를 바꾸기에는 늦었다.”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지난번 월드컵 개최지선정과 FIFA부회장 선출과정에서 중동권의 단결이 예사롭지 않았다. 과연 중동과 이슬람의 시대가 도래(到來)하는가
“이슬람 시대가 도래하지는 않았지만, 오고 있다. 2009년 현재 이슬람인구는 전체 15억 7천만 명에 이르며 세계 인구 68억 중 23%에 해당한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되는 시점인, 2020년 이슬람 시대가 무르익은 시기라고 본다. 물론 서구세계와 대결하기엔 역부족이지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주축이 된 상해협력기구(SCO)와 전략적 제휴(提携)를 꾀하면,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세계 평화가 위협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