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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3,4세 고려인에 관심을” 사할린우리말방송국 김춘자국장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1-09-22 (목) 10:59:19

 

“사할린의 3, 4세 한인들에게 한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려면 우리말 방송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러시아 극동 사할린. 우리 민족에겐 일제의 강제징용(强制徵用)과 학살, 스탈린정권하에서 강제이주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통상 고려인으로 호칭되는 한인들이 이제 4세대까지 태어나 자라는 이곳엔 우리말의 명맥(命脈)을 잇는 TV와 라디오방송이 있다. 바로 사할린 우리말 방송국이다.

사할린우리말방송국은 현재 사할린에 위치해 있는 유일한 소수 민족 언어 방송국이자 러시아에서 유일한 한국어방송이다. 이 사할린 우리말방송국이 10월1일로 개국 55주년을 맞는다.

1956년 조선어 라디오 방송국이란 이름으로 설립되어 1991년 사할린 우리말 방송국이라는 이름으로 개칭되었다. TV방송은 2004년 8월 15일 광복절에 시작했다.

 

우리말방송국을 이끌고 있는 김춘자 국장(60)은 최근 뉴스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사할린의 고려인은 3만여명으로 지난 20년간 1세대의 영주귀국이 허용된 이후 8천명이 고국으로 돌아갔다”면서 “또다른 이산가족이 될 수 없어 고향을 가지 못한 1세대와 2세대, 3세대, 4세대에 대한 관심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1992년부터 독신자 영주 귀국이 이뤄졌고 2000년부터 65세 이상 노인 부부가 귀국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자녀들은 데려오지 못한다. 김춘자 국장은 "사할린 동포들은 일제강점기 때 강제 노역으로 끌려가 갇혀 있는 분들이다. 하루빨리 특별법이 통과돼 이분들의 눈물과 한을 본국 국민들이 닦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춘자 국장도 사할린에서 태어난 2세대다. 김 국장은 우리말을 어려움없이 하지만 적지 않은 2세대들이 우리말 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하물며 3, 4 세대는 말할 것도 없다.

열악(劣惡)한 환경에서도 우리의 세시풍속(歲時風俗)을 지키고 우리말 가르치기에 열심이지만 고려인사회의 경제적 어려움이 큰데다 모국의 지원도 제한돼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할린 한인들에게 모국 소식을 전해주는 우리말방송국도 재정난으로 라디오 방송이 하루 3시간에서 30분으로 줄었다가 그나마 중단된 상태이고 TV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보도채널로 전환, 하루 2시간 방송되고 있다.

사할린 주는 모두 59개 섬으로 이뤄졌다. 러시아인들이 주류지만 소수계도 무려 145개 민족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고려인은 소수계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만큼 고려인의 비중이 큰 편이다.

김춘자 국장은 “러시아인들이 고려인들의 영향을 받아 한식도 상당히 좋아한다. TV를 통해 열린음악회 등 한국의 프로그램도 너무 좋아한다. 몇 년전 대장금을 방영했을 때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보도를 제외한 기존프로그램을 더 이상 방영할 수 없게 된 것은 러시아어 자막작업을 하기위한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김춘자 국장은 “대장금 같은 드라마는 용어 등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이곳 교수진을 통해 3차 번역을 하고 마지막엔 러시아 기자의 감수를 받아서 방영했다. 이런 드라마도 계속 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돈이 너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놀랍게도 사할린의 물가는 서울보다 비싸다. 러시아 국영방송 시간을 임대해서 쓰는 우리말방송국의 1년 운영예산은 1억원 정도로 이를 마련하지 못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90년 한국과 소련의 수교로 사할린 1세대들의 영주귀국이 허용되기전까지 사할린의 고려인들은 모국에서 철저히 잊혀진 존재였다. 소련시절엔 KGB의 감시로 고향이 그립다는 말조차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김춘자 국장은 “1985년인가 고국에 가고싶다고 말한 사람 100여명이 북한으로 추방된 일도 있었다”고 숨겨진 비화를 들려주었다. 김 국장은 “아픔의 역사를 안고 있는 사할린의 한인들은 우리 한민족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우리 말이 없어지면 우리 얼도 없어진다. 대한민국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해야한다. 이제 1세들도 대부분 돌아가시고 2세 3세가 중추를 이루고 있다. 정병국 의원이 몇 년전 이곳을 돌아봤고 한명숙 전총리도 각별한 관심을 갖는 등 도움을 주는 정치인들이 있지만 아직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 한명숙 전총리와 함께 한 김춘자 국장

<꼬리뉴스>

사할린우리말방송돕기 자선공연도 열려

사할린 우리말방송국의 김춘자 국장은 지난 4월 한국기자협회에서 주최한 재외동포기자대회에서 첫 인터뷰를 가졌다. 김춘자 국장은 유일한 우리말 방송국을 지키기 위해 기자 1명, 앵커 1명과 함께 헌신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난 8월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재정난에 처한 우리말방송국을 돕기 위해 가수 이혜미씨가 자선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공연엔 특히 사할린에서 영주 귀국한 노인 500여명이 참석해 모금대열에 동참(同參)하기도 했다.

당시 연합뉴스에 따르면 2009년 11월 영주귀국해 경기도 김포에서 20평짜리 임대아파트에 사는 김욱남(68)·최정순(66)씨 부부는 “이역만리 타국에서 한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잇게 해준 우리말방송국을 꼭 살려야 한다”면서 10만원을 모금함에 넣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매월 받는 87만원의 생계급여가 수입의 전부인 이들 부부에게 10만원은 엄청난 거액이다.

또 인천 논현동에 거주하는 김옥석(73)씨도 “우리말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설움을 달랬다”면서 자신의 성의가 미약하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할린 동포들은 지난 1992년 이후 영주귀국 허용에 따라 국내에 정착했지만 고령(高齡)인 탓에 대부분 생계급여에 의존해 어렵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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