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학생들의 자살로 큰 파문을 일으킨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사태가 뒤늦게 뉴욕타임스에 의해 대대적으로 조명돼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3일 A섹션 8면에 대전발 기사로 ‘명문대의 자살이 경쟁지상주의(競爭至上主義)의 한국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카이스트의 징벌적(懲罰的) 등록금제와 부실한 학생심리치료 시스템 등을 조명했다.
나아가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한 조사에서 OECD 국가중 가장 불행지수가 높으며 지난해 자살한 학생만 10대를 포함, 146명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에서 자살은 일반인만이 아니라 가수 모델 배우 운동선수 재벌2세 등 유명인사들에게도 자주 일어나며 노무현 대통령도 바위에서 투신자살했다는 내용까지 열거했다.
타임스는 이와 함께 승객들의 안전을 고려한 서울의 지하철역 스크린을 투신방지용이라고 못받고 한강 주요 다리엔 자살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었다고 다소 과장되게 전해 씁쓸한 뒷 맛을 남기게 했다.
이밖에 한국의 학생들은 소위 스카이(SKY)로 불리는 명문대에 입학을 지상목표로 삼는 가운데 이들 학교에 들어가면 인생의 성공이 담보되는 것처럼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에선 1년에 단 하루 9시간의 수능시험을 보는 11월의 하루엔 전국이 긴장하며 시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공군 전투기까지 비행 스케줄을 조정할 정도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사태를 통해 한국의 심각한 자살문제를 조명한 타임스의 보도는 그러나 문제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보다는 사례를 열거하는 수박겉핥기 보도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뉴욕=임지환특파원 nychrisnj@yahoo.com
<꼬리뉴스>
“한국 OECD 국가중 젊은이 자살률 제일 높아”
뉴욕타임스 기사 전문을 소개한다.
한국 최고 대학의 슬프고도 섬찟한 학기가 지나고 있다. 23일 기말시험이 시작된 이 학교는 4명의 학생과 1명의 교수가 자살한 충격(衝擊)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 공부에 대한 압박은 이 대학에서 공포스런 것이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자살사태이후 심리학자들이 학생상담에 나서는 등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학교 총장은 학점이 떨어지면 추가등록금을 물려 학생들에게 굴욕감을 준 문제의 정책을 폐지했다.
지난 4월 7일 네번째 학생의 자살이후, 카이스트 학생위원회는 성명을 발표했다. “매일 우리는 질식할것만 같은 경쟁에 끊임없이 내몰렸다. 우리는 주어진 과제를 하느라 고통받는 학우를 위해 30분도 할애(割愛)할 수 없었다. 우리는 더 이상 자유롭게 웃을 수 있는 힘도 없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항상 불행하다. OECD 국가중 최근 조사에서 3년 연속 가장 불행지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한 학생들은 146명으로 나타났으며 이중에는 중고생 53명과 초등학생 3명이 포함됐다.
대학내 전문상담가들은 학생들이 너무 시간이 없어서 상담을 거의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카이스트의 김미희 전문상담가는 “학생들이 아직 어리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경험도 없다”며 학생중 약 10%가 센터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그녀는 “학생들은 문제가 생기면 심사숙고하며 스스로를 걸어잠그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아주 머리가 좋고 대체로 스트레스에 잘 대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학교엔 풀타임 상담가들이 없기때문에 카이스트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증이 있는 학생들을 교수진이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훈련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카운슬링 센터에 들어오는 입구도 깨진 세라믹 화분에 죽은 나무가 출입을 방해하는 등 환영받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
한국은 OECD국가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지하철역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열차에 뛰어들지 않도록 차단물이 설치돼 있다. 서울의 다리 8곳에는 자살감시용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가수와 모델, 인기있는 배우와 운동선수들, 백만장자 상속녀와 유명인사들의 자살률도 높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9년 바위에서 투신했다.
4명의 카이스트 대학생의 자살(3명은 투신했고 1명은 음독자살)은 이 나라를 망연자실케 했다.(생물학자인 교수는 연구비 집행 문제로 4월 10일 자살했다.)
우수한 학생들의 명문대학내 경쟁은 중학교부터 시작한다. 80% 이상이 대학을 가는데 부모들은 자녀 과외와 군대스타일의 입시학원에 보내는데 돈을 쏟아붓는다.
긴장과 압박은 전국 대학 수능시험이 열리는 11월의 단 하루에 최고조에 이른다. 엄마들은 교회나 사찰에 가서 그날 자녀가 시험을 잘 보도록 기도를 한다. 1년중 한 한번 있는 기회인 이날 하루 9시간 치르는 시험을 방해하지 않기위해 공군 비행기도 비행스케줄을 조정할 정도다.
학생들에게 최종적인 목표는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 학교로 불리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사회적 지위를 중시하는 나라에서 스카이대학 졸업장은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좋은 경력을 보장한다. ‘혈통’이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이스트는 국가시험이 따로 없고 전국의 과학고의 엘리트 학생들중에서 선발한다. 카이스트는 매년 1천명의 신입생만을 받는데 개인인터뷰와 고등학교 성적, 교장 추천서로 대부분 입학을 결정한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학문적으로 재능있다. 또한 테크놀로지 경제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미래 지도자감으로 보여진다. 어떤 의미로 카이스트에 들어오면 학생들은 국가의 보배가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나라의 기대에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압박은 일부 학생들에게 너무 심해서 항상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수퍼스타와 같은 존재들이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밀려나면서 좌절하게 된다. 연세대 심리학과 오경자 교수는“그들은 고등학교에서 항상 최고였다. 그러나 카이스트에 와서 40등을 하고 400등을 하면서 자기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경쟁은 너무 잔인하다”고 말했다.
MIT공대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활동한 서남표 총장은 높은 명성을 바탕으로 2006년 카이스트의 총장이 됐다. 그는 카이스트를 MIT와 세계수준의 과학 리서치 대학을 모델로 하는 일련의 변화를 주도했다.
모든 강좌를 영어로 진행하는 그의 정책은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학생들과 교수진을 놀라게 했다. 또한 학점이 4.3만점에 3.0 이하가 되면 추가로 등록금을 내도록 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카이스트의 모든 학생들은 정부 보조 장학금을 받기 때문에 매 학기 명목상의 비용만 지불하고 있다.
이른바 징벌식 등록금제 아래 성적이 나쁜 학생은 수천달러의 등록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처음엔 찬사를 받았으나 많은 학생들에겐 굴욕감과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 등록금 면제에 실패하는 학생들은 패배자로 낙인(烙印)찍힌다. 비판자들은 이것이 최근 자살사태를 가져온 무자비한 프로그램이라고 비난했다.
엄청난 비판에 직면한 서 총장은 최근 이같은 징벌식 등록금 정책을 중단키로 했다. 학교측은 일부 과목들을 영어와 한국어로 가르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