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의 한인 태권소녀가 남아공 가라데 국가대표에 선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사는 박수빈((朴秀彬 16) 양.
공립명문교 러스텐버그 10학년인 박 양은 최근 열린 남아공 가라데 국가대표선발전에서 품새와 겨루기에서 각각 은메달, 3인이 팀을 이루는 유니슨에서 동메달을 따내 당당 대표팀에 선발됐다. 박 양은 내년 7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남아공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 크리스 톰슨(Chris Thompson) 8단과 함께 한 박수빈
가라데는 남아공에서 거의 國技(국기) 대접을 받을 정도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수준 또한 월드클래스로 평가받고 있다. 태권도 유단자인 박양이 머나먼 이국에서 최초의 한인 가라데 대표선수가 되기까지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 지난 5월 교회에서 찍은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수빈 신지환 신지현 현주친구 요한, 박현주, 엄마 최경자씨, 박상연
박수빈 양은 2007년 언니 현주, 남동생 상연, 그리고 두명의 사촌, 신지환 지현과 함께 남아공에 이주할 때까지 태권도를 하고 있었다. 유치원 때 시작한 태권도로 이미 3단의 실력을 갖추고 있던 수빈은 남아공에 온지 얼마 안되어 케이프타운의 유일한 태권도장이 폐쇄되는 아픔을 겪게 됐다.
어머니 최경자 씨는 고심 끝에 가라데 도장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민족의 국기인 태권도를 하다가 일본의 상징인 가라데를 하는 것은 정말 내키지 않았어요. 하지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라고 남편이 격려해 용기를 냈지요.”
▲ 7년전 제주도 여행에서 찍은 가족사진
막상 입문한 가라데는 대단히 엄격하고 내부 경쟁도 치열했다. 이미 가라데는 남아공에서 여러 세대 뿌리를 내려 현지인들이 대부분 지도하고 있었지만 일본의 예절과 문화 전통이 지배하고 있었다.
보통 브라운벨트만 따는데만 6년이 걸리고 최소 2년후에 블랙벨트 승단에 도전할 수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블랙벨트는 마치 대학입학시험을 보듯 에세이까지 제출해 통과해야 한다.
수빈이를 비롯한 언니와 동생은 가라데를 시작한지 2년만에 브라운 벨트를 땄고 1년만에 블랙벨트 승단시험에 합격, 현지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일부에선 너무 特惠(특혜)를 준게 아니냐는 시기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스승인 브루스 사범이 “수빈이는 한국에서 태권도를 8년간 한 블랙벨트 3단”이라고 설명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는 후문이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수빈이가 겨루기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세계선수권 우승을 한 남아공 최고의 실력자여서 금메달 못지않은 값어치를 갖고 있다.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5시 45분까지 가라데 도장에 가서 7시까지 운동을 하고 등교를 했고 3명이 한조가 된 유니슨을 위해 매일 오후 별도의 훈련을 했다. 또 밤에는 2시간의 지도를 따로 받는 등 시험기간에도 하루의 반은 가라데에 묻혀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 UCT에서 새벽 조깅하기 위해 모인 가라데 선수들
수빈 양의 국적은 대한민국이고 남아공 영주권을 갖고 있다. 가라데는 영주권자에게도 거주국 대표로 출전할 수 있어서 대표선발의 榮譽(영예)를 안게 됐다.
명랑하고 발랄한 성격의 박 양은 태권도와 가라데만이 아니라 수영과 그림도 수준급이다. 모국어 수준인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도 구사한다. 가라데 대표 선발 소감에 대해 “그저 좋다”며 웃는 수빈 양은 장차 UN에서 일하는게 꿈이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당연히 반기문 사무총장이다.
아빠 박승용(朴昇龍) 씨는 “머나먼 남의 나라에서 어려운 환경을 뚫고 대표까지 선발된 딸아이가 자랑스럽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노창현기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남아공 가라데 최고의 인기스포츠
남아공의 가라데는 한국의 태권도처럼 아주 생활화된 스포츠이다. 남아공에선 안타깝게도 태권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무술운동하면 가라데를 연상할만큼 가라데의 존재는 獨步的(독보적)이다.
최경자 씨는 “남아공에선 백인, 흑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겨 하는 운동은 사실, 가라데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안인 과 달리 체력 조건이 좋은 나라여서 더더욱 選好(선호)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라데는 룰이 엄격하고 철저해서 심사 기준이 정말 까다롭다. 블랙벨트 승단 시험에 들어가는 한 과정이 가라데에 대한 에세이를 작성해야 하는데 그 글에서도 감동을 줘야 한다. 몸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정신세계도 같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경자 씨는 “수빈이가 제출한 에세이에 대해 브루스 사범은 ‘가라데를 바라보는 정신이 정말 나이스하고 영어 작문이 완벽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