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브랜드가치를 높이자는 취지로 추진되는 사업 중 하나가 ‘컨셉코리아’다.
‘컨셉코리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다양한 홍보마케팅 활동을 통해 디자이너들의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진출을 돕는다는 야심찬 정부 프로젝트라는 외형을 하고 있다. 실상은 어떤가.
세계 패션계를 이끌어 가는 세계 4대 콜렉션 중 하나인 뉴욕패션위크가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열리는 기간 중에 링컨센터 복도에서 열리는 패션쇼가 이른바 ‘컨셉코리아’다. 말이 좋아 링컨센터 아트리움 홀이지, 음악당인 에이버리 피셔홀의 복도다.
한국에서는 이 행사가 ‘세계의 수도’ 뉴욕의 링컨센터에서 뉴요커들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펼쳐진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정작 행사장 풍경은 달랐다. 일부 한인매체 기자는 링컨센터에 와서도 주변에 안내판이 전혀 없어서 여기저기 헛걸음을 하다 간신히 찾아왔다며 “차라리 링컨센터라는 말이나 하지 말지. 이런 복도에서 하려고 비싼 대관료를 냈냐?”고 힐난했다.
한국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컨셉코리아가 주류 매체 등 미국인들에게 전혀 주목받지 못한 채 허접한 ‘우리끼리 행사’로 치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한국 프로젝트가 그러하듯 행사 본래의 취지는 뒷전이고, 공무원들과 업자간에 나눠 먹는 몫의 계산이 앞서기 때문이다.
뉴욕의 패션전문가 P씨의 말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한국 패션계에 이렇다할 평론가가 부재한 현실에서 선정된 디자이너들에 대한 뒷말만 무성할 뿐, 그 누구도 선정과정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사람이 없다. 다음에 누구에게 돌아올지도 모를 차례를 대비하여 사방으로 손을 쓰는 디자이너들이 서 있는 줄은 길기만 하다.”
컨셉코리아 시즌 4에 참가한 디자이너 네 팀 중 세 팀은 겹치기 출연이 잦은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었다. 공모(公募)를 통해 국내외 평가를 거쳐 검증받은 디자이너들, 해외심사위원들의 엄정한 심사까지 거친 대단한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는 그러나 민망함의 극치(極致)였다.
이날 링컨센터 복도에 들어선 미국의 패션계 인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서양모델들을 마네킨처럼 장시간 세워 놓은 발상도 어처구니 없거니와, “한국이 뽐내는 쪽빛?”, 그 ‘쪽빛’이 왜 컨셉 코리아인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외국인에게 알려진 한국의 컨셉은 없는데, ‘컨셉코리아’에서 코리아 컨셉을 찾아보라고 강요한다.
한국인이 고유의 언어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는 뉴요커가 수두룩한데 모음과 자음의 무늬를 넣은 의상에 화려한 조명을 가하면 ‘코리아의 컨셉’이 절로 느껴지기라도 하는걸까. 한국 고유의 ‘단청’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 뉴욕의 차이나타운에 널려 있는 싸구려 ‘Made in China’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날 행사를 지켜봤다는 FIT의 한인유학생 J 씨는 “한국 언론외에는 취재진을 거의 볼 수 없었던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유치한 행사에 코리아라는 이름을 달다니 배짱이 대단하다”고 어이없어 했다.
패션전문가 P 씨는 “서양디자인에 비해 새로울 것이 없고, 서양디자이너들의 기를 누를만한 한국적인 영혼도 느껴지지 않는 이 패션쇼에 40억원이 든다고 한다. 이만한 비용이면 외국의 바이어들을 한국에 초대하여 더 많은 디자이너를 소개할 수 있고, 우리의 눈이 아닌 패션전문인들이 보고 싶은 작품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차례 뉴욕에서 한국의 예술가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기획한 한 문화전문가는 “행사를 링컨센터에서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효율성있게 우리의 것을 알리느냐가 중요하다. 뉴욕에서 행사 한번하고 한국 매체들을 통해 홍보하느라 국민의 혈세(血稅)를 낭비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쏘아부쳤다.
그는 “왜 봄 가을로 열리는 행사에 같은 디자이너들을 데려오는가. 한국엔 디자이너들이 그렇게 없나? 유망한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할 바에야 이미 해외에서 검증받은 한국디자이너들을 후원해 미래의 거장 한 사람을 키워보는게 낫다”고 강조했다.
‘컨셉코리아’가 한국콘텐츠의 약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우습고도 서글픈 광대놀이라는 것을 뉴욕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졸속 기획과 상투적인 마케팅, 번번히 한탕주의로 끝나는 이 패션쇼를 4년동안 줄기차게 뉴욕으로 밀어부치는 장본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언젠가 한국의 전통무용단이 뉴욕에 와서 강강수월래를 공연한 적이 있다. 반달로 시커멓게 그린 눈썹, 놀란 토끼같이 휘둥그레 쌍꺼풀진 눈, 시뻘건 입술에 미소를 머금고 강강수월래에 맞춰 도는 무용수들을 보던 미국 남성이 참다못해 내 뱉은 말, “한국여자들의 얼굴이 정말 희한하게 생겼네!”
한국의 얼굴을 찾아보자. 꾸밈없이 우리의 얼굴을 찾아보자. 적어도 창작(創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공무원들에게 굽실대고, 폭넓은 교제의 덕으로 가짜 국가대표 노릇을 하지 말자. 문화예술만큼은 영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종교와 과학과 예술이 썩어 가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뉴스로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