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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최초 위안부기림비 1년만에 조경완료

글쓴이 : 민병옥 날짜 : 2011-12-02 (금) 16:22:32

 

1년여의 산고(産苦)였다. 그러나 작업시간은 이틀로 충분했다. 미주 최초로 뉴저지에 건립된 일본군 강제위안부 기림비가 1년여 진통 끝에 조경사업을 마무리했다.

 

미주한인유권자센터(대표 김동찬)가 지난해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이하 팰팍) 도서관에 건립한 일본군 강제위안부 기림비의 조경사업이 한 환경운동가의 끈질긴 노력과 뜻있는 미국인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1일 오후(미동부시간) 뉴저지의 한인타운 팰팍의 도서관앞에는 초로의 신사가 감회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환경운동가 백영현(67) 1492그린클럽 회장이었다. 위안부 기림비가 지난해 10월 어렵사리 건립되고도 일부 주민의 강력한 반대로 조경은 커녕, 자칫 철거의 위기에까지 몰린 시련(試鍊)을 뒤로 하고 끝내 약속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위안부 기림비는 뉴저지 한인들이 1년간 서명 및 모금운동으로 후원금 1만여 달러를 마련한 끝에 완성된 것이었다. 위안부 기림비는 한인유권자센터의 김동석 이사는 한인유권자들을 중심으로 한 풀뿌리운동으로 미 하원이 2008년 일본군강제위안부 결의안을 만장일치(滿場一致)로 채택하는데 기여한 이후 2차로 전개한 사업이었다.

 

기림비 제막식후 환경운동가 백영현 회장이 수천달러에 달하는 기림비 조경사업을 무료로 하겠다고 나서 동포사회에 훈김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팰팍의 일부 유럽계 커뮤니티와 재향군인들이 기림비 건립 자체를 문제삼고 나왔기 때문이다. 2차대전 참전용사라고 자신을 밝힌 한 남성은 백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림비 조경을 위해 나무를 심으면 기림비까지 뽑아버리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 백회장은 이같은 사실을 팰팍 타운정부와 경찰서에 신고했고 일단 조경사업은 보류됐다.

 

팰팍 타운 관계자에 따르면 “타운정부가 과거 그리스계 커뮤니티와 이탈리아계 커뮤니티가 요구했던 관련 기념비 건립을 거부한 적이 있어 ‘형평성의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항의속에 일본군 강제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져 일부 주민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유권자센터의 김동석 이사와 백영현 회장은 노골적인 반감을 표한 주민들을 찾아가 “위안부 기림비는 특정 민족의 기념비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제국주의 일본이 20만명에 달하는 여성들을 성노예로 만든 사상 유례없는 잔학한 범죄에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역사의 교훈을 세우자는 것”이라고 간곡한 설명을 했다.

 

근 일년에 걸친 꾸준한 설득작업으로 반대 주민 상당수가 돌아서긴 했지만 극소수는 여전히 “우리도 못세운 기념비를 당신들이 해선 안된다”며 완강한 자세를 취했다. 이 때문에 위안부 기림비 주변은 날이 갈수록 황폐해져 동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기림비 조경사업이 극적으로 반전(反轉)을 하게 된 것은 팰팍의 제임스 로툰도(James Rotundo) 시장의 결단이 결정적이었다. 로툰도 시장은 지난달 29일 “미주 최초로 이렇게 뜻깊은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졌는데도 조경을 못해 주변이 엉망이 된다면 팰팍타운의 이미지를 망치는 일”이라며 백영현 회장에게 자신이 책임을 질테니 조경을 하라고 전했다.

 

백 회장은 혹시라도 있을 반대파의 방해를 막기위해 30일과 12월1일, 이틀 사이에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작업을 끝냈다. 첫 날은 기림비 앞을 가리고 있는 나무를 베고 이틀째는 주변에 잔디를 깔고 사철나무 등을 주변에 심는 작업을 했다.

  

은밀하게 하는 작업이어서 첫날은 인부들도 못부르고 칠순 가까운 백 회장이 직접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전기톱으로 높이 6미터에 달하는 나무를 세시간에 걸쳐 베었다.

 

이 과정에서 도서관의 스티브 카발로 큐레이터가 보조일을 맡는 등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화가이기도 한 카발로 큐레이터는 기림비의 동판(銅版)을 디자인하고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초상화전도 여는 등 한인사회에 헌신적인 인물이었다.

 

1일 조경작업은 두명의 인부를 불러 최고급 잔디와 부엽토, 사철나무 여섯그루, 미스김 라일락 한그루 등을 싣고 와서 하루종일 매달린끝에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뉴저지 페어론 타운의 가정과 학교 등에 라일락을 기증하는 ‘라일락 프로젝트’로 지역사회에 잘 알려진 백영현 회장은 “미스김 라일락을 기림비 바로 뒤에 심었기 때문에 꽃이 피면 특유의 진한 향기가 주변에 많이 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와 무참히 희생된 꽃다운 처녀들의 넋을 위로하고 일본의 잔혹한 범죄를 고발하는 기림비를 이제라도 아름답게 가꾸게 돼 감개무량하다”면서 “위안부 기림비 건립에 공이 큰 유권자센터의 김동찬 대표와 김동석 이사는 물론, 전폭적인 지원을 한 제임스 로툰도 시장,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준 지역주민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팰팍 타운 정부와 한인유권자센터는 2일 팰팍 도서관에서 위안부기림비 조경완료와 관련, 공식기자회견을 갖는다

팰팍(뉴저지주)=민병옥특파원 bymin@newsroh.com

 

<꼬리뉴스>

백영현 회장 이틀간 악전고투

  

“1930년대부터 1945년까지 일본 제국주의 정부 군대에 유린된 20여만명의 여성과 소녀들을 기린다. 위안부로 알려진 이들은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인권 침해를 당했으며, 우리는 인류에 대한 이 잔혹한 범죄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군 강제위안부 기림비 동판에 쓰여진 내용은 읽는 이로 하여금 비감한 마음을 품게 한다. 백영현 회장은 첫날 기림비 앞에서 간단한 제를 올리고 작업에 들어갔다. 백 회장은 기림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영령들을 위한 비를 세우고도 조경이 지연되어 너무나 죄송합니다. 당신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하고 절을 올렸다.

 

그러나 첫날 위안부 기림비 앞의 큰 나무를 제거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무의 크기도 생각보다 컸을뿐더러 주변에 전선줄이 지나가고 바로 옆엔 주택의 승용차가 주차돼 자칫 나무가 잘못 쓰러졌다가는 큰 피해가 우려됐다.

 

기온이 급강하하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가운데 반대 주민들의 눈치까지 살피면서 작업을 서둘러야 했던 백영현 회장은 그야말로 악전고투(惡戰苦鬪)했다.

 

이 때문에 스티브 카발로 씨는 물론 이날 현장에 온 뉴스로 취재진도 함께 도운 끝에 다행히 무사히 거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뉴스로의 노창현 대표기자는 “백영현 회장이 기림비 조경을 전후한 장면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일부러 왔는데 혼자 하기엔 너무 힘든 작업이라 보조역할을 맡았다. 연세가 많으신 백영현 회장께서 너무 큰 수고를 하셨다”고 말했다.

 

한편 이틀째인 1일엔 오후 1시경 도서관앞으로 경찰차가 3대 출동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백영현 회장 등 일행이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불법 작업을 한다는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것.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팰팍시의 제이스 로툰도 시장이 정식 허가한 작업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정식으로 사과한 후 돌아가는 해프닝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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