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김정권 씨(34)가 15년만에 금의환향(錦衣還鄕), 뜻깊은 독주회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연다.
김정권 씨는 다음달 1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귀국 피아노 독주회를 연다. 이번 리사이틀은 오래전부터 예정된 것이지만 마침 그가 9월부터 국립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 교수로 임용된 터라 생애 첫 고국 독주회의 의미를 더욱 깊게 했다.
photo by Alex Fedorov
김정권 씨는 미국 등 해외에서 미국명 퀜틴 김(Quentin Kim)으로 유명한 국제적인 피아니스트이다. 특히 그의 명성은 외교가에 널리 알려졌다. UN본부가 있는 ‘세계의 수도’ 뉴욕에서 활동하면서 세계 각국 외교관들을 위한 다양한 무대에 많이 섰기 때문이다.
2009년 겨울 UN의 반기문 사무총장 관저(官邸)에서 열린 UN기자 송년파티에 특별 초청돼 연주한 것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반 총장과 부인 유순택 여사와 150여명의 세계 각국 특파원들 앞에서 그는 한국의 영창피아노로 매혹적인 선율을 들려주었다. 이밖에 도미니카공화국 예술궁전 연주회 등 좀처럼 잡기 어려운 화려한 무대에 선 경험이 많다.
지난해 논문 ‘완다 란도브스카의 예술세계 고찰’로 쥴리아드 학교에서 음악예술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올해 4월 뉴욕연주예술가협회가 마련한 카네기 홀 데뷔 독주회를 성황리에 치뤘다. 당시 독주회는 2008년 1집 음반, ‘낭만담화(Romantic Tales)’에 이어 3년만에 출시된 2집 음반을 기념한 것이기도 했다.
김정권 씨는 연주자로서는 물론, 천부적인 작곡가로서 유럽과 미주 음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순회가 있었던 2003년 독일 일간 고슬라헤 자이퉁은 “퀜틴 김의 눈부신 해석, 연주는 마술과도 같다. 음악이란 이렇게 연주되는 것임을 보여주듯 그의 음악은 실로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클리블랜드 일간 플레인 딜러도 “풍부한 해석양식과 섬세한 소리조절, 퀜틴 김은 개성과 재치, 쾌활함이 넘쳐흐르며 마음이 따뜻한 음악만들기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고 예일대의 보리스 버먼 교수는 “퀜틴 김의 타고난 음악성과 격조높은 기교, 세련된 연주는 깊은 감동을 준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미국의 그레이스 웰시(Grace Welsh) 국제 피아노 콩쿠르 대상을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수상했고, 중앙 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 1등상 등 국내외 경연에서 출중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켄 데이비드 마주르(Ken-David Masur)가 지휘한 맨해튼 체임버 오케스트라 협연의 뉴욕공연을 비롯하여 다수 교향악단들의 독주자로 발탁되어 호평을 받았다.
이번 예술의 전당 독주회에선 베토벤이 무척 아꼈던 ‘열정’ 쏘나타, 슈만이 미래의 배우자 클라라와 몰래 사랑을 나누며 연애편지로 작곡한 쏘나타 올림 바 단조, 그리고 김정권 씨가 수년전 파리에 머물 당시 낭만적 영감(靈感)을 받아 지은 쏘나타 올림 사 단조가 연주된다.
김정권 씨는 “이 세편의 쏘나타는 비록 만들어진 시대와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각 예술가의 세계는 주관을 바탕으로 한 낭만적 세계관 안에서 서로 통한다고 여겨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새롭게 안착한 부산국립대학교에는 예술대학안에 음악과 국악 미술 무용 영상 등의 학과가 있다. 음악학과에는 그를 포함, 총 14인의 교수가 있는데, 별도로 지어진 음악관은 주변의 계곡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아주 아름답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을 주는 곳이란다.
김정권 씨는 “전국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럽고 기분좋은 환경에 학생들의 학문에 대한 진지한 열정도 확인했다. 15년간 미국생활을 하며 배우고 익힌 것을 돌려드리는 것이 부모님과 조국에 보은하는 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예술의 전당 독주회에 앞서 그는 26일 오후 7시30분에 학교 음악관 콘써트 홀에서 독주회를 베풀기로 했다. 자신의 생활터전에서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에서다. 앞으로 그는 후학을 양성하며 연주와 작곡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 부산과 서울을 중심으로 한 국내활동이 중심이 되겠지만 내년 1월 보스턴, 5월 뉴욕 연주회 등 해외 일정도 빠듯해 몸과 마음이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권 씨는 “오랫동안 국외에서 생활하다가 돌아오자마자 독주회를 갖게 돼 형언하기 힘든 기쁨과 감회가 인다. 오늘의 나를 만들어주신 스승님들과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리며 음악적 믿음을 나누고 싶다”고 소망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작곡가로서도 높은 명성
97년 약관(弱冠)의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온 김정권 씨는 미시건주립대를 졸업하고 줄리아드 음악석사와 예일대 예술가증서(2년), 그리고 5년에 걸친 노력 끝에 지난해 줄리아드에서 ‘란도우스카의 예술세계고찰’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월 드레이크 대학교와 알비온 대학교를 순회하는 미드웨스트 투어에서 그는 초청독주회겸 강의를 하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마스터 클래스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를 하면서 작곡가로서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선보이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작곡가로서의 퀜틴 김의 능력은 이미 일정한 궤도(軌道)에 올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피아노 소나타’와 워싱턴 국제작곡가 콩쿨에서 수상한 ‘현악사중주 올림 바단조-죽음의 자리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에서 영감을 얻은 ‘파드아의 공작부인(The Duchess of Padua)’, ‘피아노 삼중주곡’ 등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서혜경 씨가 제주공연에서 그의 작품 ‘배달 옛가락에 바탕한 변주곡’을 연주해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