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유일한 한인라디오방송은 어디에 있을까?
5만명의 한인이 있는 브라질? 2만5천명의 아르헨티나? 아니면 1만5천명의 멕시코?
정답은 파라과이다. 남아메리카의 내륙국 파라과이의 한인들은 거의 대부분 수도 아순시온 에 몰려 있다. 총 인원은 5천명.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한국과도 관계가 특별하달수 없는 파라과이에 어떻게 유일한 한인라디오가 운영되고 있을까.
그 비결은 한 선교사의 집념과 의지였다. 파라과이 기독교한인방송의 김성일 대표가 파라과이에 간 것은 26년전. 본래 안경사가 직업이었던 그는 부인과 젖먹이 남매를 데리고 이민길에 올랐다.
현지에 정착하면서 독실한 기독교인이 된 그는 선교활동을 하면서 한인사회에 기독교 복음을 전하고 동포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각으로 98년 9월 28일 라디오방송국을 설립했다.
방송경험도 없을뿐더러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한인사회의 규모가 월등히 큰 국가에도 없는 한인라디오를 운영하는 것은 어려움의 연속이었지만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오늘날 하루 11시간 방송을 매일 송출하고 있다.
한국문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비롯. KBS 1라디오 정오뉴스, 기독교 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파라과이 현지 소식과 정보를 곁들이고 있다. 미미한 광고 수입 등 열악한 환경이지만 방송의 질에 대해선 자부심을 갖는다.
지난해 KBS가 해외 한국어방송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프로그램 경연대회인 서울프라이즈에서 파라과이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한국인들을 다룬 ‘꿈꾸는 새싹 물을 주는 한국인’이 라디오 부문 최우수상의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젠 웃으며 회고할 수 있지만 출장중에 방송 장비가 다 타버린 아찔한 경험도 있다. 방송국 운영을 아들에 맡기고 서울서 열린 한국어방송인대회에 참석 중이었는데 출력 300와트 소형 송신기가 그만 전기 합선으로 타 버려 방송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송신기 제작사가 무상으로 1킬로 와트 출력의 새 송신기를 제작해 비행편으로 우송을 해주어 전화위복의 기적도 있었다.
파라과이에서 한국에 오려면 거의 이틀이 소요된다. 아순시온에서 서울까지는 브라질 상파울루~미국 로스앤젤레스(혹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코스로 비행기를 3번 갈아타는데 환승 대기시간을 포함해 무려 40시간이 걸리기때문이다.
그러나 김성일 대표는 모국에서 관련 행사가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올만큼 적극적이다. 김 대표는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이 기독교한인방송의 든든한 인력이 된 덕분에 모국의 기자협회 행사와 재외방송인대회 등에 참석하며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한국어방송인대회 운영위원으로도 활약하는 김대표는 앞으로 IP 방송을 통해 가청권을 중남미 등 글로벌로 넓힐 것이라며 계획의 일단을 소개했다. 28일로 개국 13주년을 맞는 그는 “남미 유일한 한인라디오방송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해외 한인동포들을 위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파라과이 한인사회 외국어 교육환경 우수
파라과이엔 현재 일간지와 주간지 등 한인 신문이 두 개 발행되고 있다. 파라과이는 국민소득이 2천달러에 불과한 빈국이다.
그러나 파라과이 한인사회는 자녀들을 위한 영어 수업 등 교육환경의 혜택을 많이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일 대표는 “한국어 교육역시 동포들을 위한 학교 커리큘럼도 있는 등 언어문제는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도 스페인어는 물론, 영어도 능통하다”고 소개했다.
파라과이의 한인이민역사는 본래 70년대 농업이민으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의류와 전자제품 식품업 등 상업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