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영방송 등 보도매체들이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의 이미지 구축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9일자 A섹션 4면 하단기사로 “북한의 국영방송 조선중앙TV가 8일 젊고 검증이 안된 지도자 김정은을 ‘군사의 천재’로 소개하며 탱크를 몰고 전투기 조종석에 앉은 모습을 소개했다”면서 “자신의 아버지와는 달리 젊은 군인들과 대화를 주고 받는 등의 ‘동지애(camaraderie)’를 과시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또 20대 후반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2009년 4월 장거리미사일발사 실험을 지휘했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만일 적이 도발하려한다면 전쟁을 선언하겠다”라고 말했다는 내용과 함께 김정일 김정은 부자가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상황실을 방문하는 모습도 아울러 방영했다.
타임스는 “이같은 북한매체의 광적인 홍보는 세계에서 가장 무장된 120만 대군을 이끄는 지도자로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의 일환으로 보인다”면서 김정은은 김정일 사후 아버지가 갖고 있던 군과 당의 최고직위를 공식적으로 승계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매체들은 김정은을 군대를 강조하는 아버지의 선군(先軍)정책을 이어가는 “위대한 후계자”로 선전하고 있지만 핵개발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실험으로 경제제재가 가속화돼 고립과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선 또 김정은이 그의 아버지가 종종 선전목적으로 했던 것처럼 백마를 타는 모습도 보여줬지만 이 동영상이 언제 촬영된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2008년이며 공식 등장한 것은 2010년에 4성장군과 국방위부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부터다. 타임스는 김정은이 최고군사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군복무를 한 기록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디어는 김정은이 16세때 군사전략에 관한 첫 논문을 썼다고 선전하는 등 군대경력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분주하다. 방송은 새해 첫날 탱크부대를 시찰하는 동안 김정은이 새해 첫 포격훈련의 발사에 참여했다는 내용도 아울러 소개했다.
그의 아버지는 군대 시찰에 나서면 엄숙한 모습으로 서있고 군인들과 단체사진을 찍는 것외에는 거리를 두었지만 김정은은 장교와 사병들과 어울려 웃고 손을 움켜잡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김정일은 94년 김일성이 사망했을때 3년간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었고 굳은 표정으로 상중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타임스는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대중에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같은 홍보수단을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방송은 1월 8일 김정은의 생일에 맞춰 방영된 것이지만 북한 매체는 만으로 28세인지 29세인지 불분명한 그의 나이와 생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임지환특파원 jhlim@newsroh.com
<꼬리뉴스>
北매체 2010년 9월엔 ‘김정은 컴퓨터천재’ 칭송
뉴욕타임스는 김정은이 대장에 임명된 2010년 9월 북한의 매체들이 “김정은을 컴퓨터천재” 칭송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보도에서 북한 언론이 김정은을 ‘샛별 장군(Young General)’, ‘청년대장(Youth Captain Kim)’, 심지어 '컴퓨터 수치제어(數値制御)’라는 의미의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라고도 불렀다고 소개했다.
이는 컴퓨터에도 그만큼 해박하고 비상한 두뇌라는 것을 시사하며, 21세기의 지도자로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은의 나이는 ‘고무줄 나이’다. 정확하게 확인된 게 없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에선 84년 1월 8일생이라고 소개했지만 83년생이라고도 하고 지난 2010년 6월엔 북한 매체가 82년생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삼은 2012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당시 타임스는 “2012년은 김일성 탄생 만 100년이 되는 해이고 김정일은 만 70세가 되는 해이다. 김정은을 82년생으로 할 경우 만 30세가 된다. 100-70-30으로 북한의 절대권력을 쥔 3대가 특별한 숫자상의 공통점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 김정일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이같은 숫자풀이의 의미는 퇴색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