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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만의 아이스하키 대결’ WSJ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0-06-01 (화) 04:09:25


1989년 어느 금요일 가장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제임스 올센은 결전을 위한 축하연을 기대하며 학교 체육관에 들어갔다.


그는 이 순간을 위해 몇 달을 기다렸다. 델바톤 하이스쿨은 다음날 뉴저지주 아이스하키 챔피언을 놓고 라이벌 세인트조셉 리저날(세인트 조우스) 하이스쿨과 한판 대결을 앞두고 있었다. 이들 학교는 대학 선수들은 물론 프로 선수들까지 배출한 명문교였다.


뉴저지주에서 랭킹 1, 2위를 다투는 두 팀은 시즌 내내 격돌할 기회가 없었다. 두 팀 선수들 모두 스테이트 챔피언의 경험은 없었다. 그러나 마침 델바톤 하이스쿨에서 홍역이 발생해 경기가 취소됐고 추후 경기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두 팀의 무산된 격돌은 ‘열리지 못한 가장 위대한 경기’로 불려 왔다. 당시 선수들은 만일 경기를 했다면 챔피언이 됐을 지 궁금해 하곤 했다.


마침내 이들의 궁금증이 풀리게 됐다. 4월 3일 두 팀간의 경기가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14면에 걸쳐 21년만에 성사된 고교팀의 뜻깊은 아이스하키 경기 사연을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Delbarton school


저널은 “당시 선수들과 코치 등 멤버들이 모여 21년전 열리기로 한 뉴저지의 모리스타운 링크에서 챔피언을 놓고 격돌한다”고 전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교 졸업후 20년이 넘게 한번도 만난 적도 없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와 미네소타, 펜실베니아, 텍사스, 매사추세츠, 메인 주에 흩어져 살며 이제 중년이 된 선수들은 이날 잡힌 자선 경기를 위해 모이기로 했다.


세인트조우스의 스타센터로 졸업후 미네소타 노스스타에 드래프트된 켄 블럼은 “모두가 이번 경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양 팀의 핵심 그룹은 한달이 넘게 매주 모여 훈련을 하고 있다. 일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맹훈련을 하고 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일부는 개인 훈련을 하거나 다른 팀에 합류해 훈련을 하고 있다. 어떤 선수들은 학교 졸업후 처음 스틱을 잡는 선수도 있다.


델바톤에 있는 선수들은 모교의 옥외 링크에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 5시에 모여 옛 코치의 지도아래 훈련과 연습경기를 하고 회사에 출근했다.


최근 뉴저지 데블스의 경기 때 만난 올센(38)은 “우리 대부분은 이번 경기를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대결은 지난해 뉴왁에서 발행되는 스타레저가 문제의 게임 20주년을 기념하는 기사를 쓴 것이 계기가 됐다. 세인트 조우스의 멤버였던 스캇 윌리엄스는 어머니가 뇌암을 앓고 있었다. 스타레저의 기사를 읽다가 두 팀의 자선경기를 기획해 기금을 모금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델바톤의 올센 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올센의 아버지도 수년전 뇌암으로 타계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옛 동창들을 수배했고 경기를 갖자는 의견들이 빠르게 확산됐다. 당시 양 팀의 선수 42명 중 34명이 경기를 하기로 결정했고 게토레이가 스폰서로 참여했다.


또한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과 접촉해 시드니 크로스비를 비롯, 마틴 브로더, 알렉스 오베킨 등 수퍼스타들의 유니폼과 다양한 아이템들을 구할 수 있었다. 이들 아이템은 ‘암과 싸우는 하키(Hockey Fights Cancer)’라고 명명된 경기 이벤트에서 경매될 예정이다.


이날 경기는 2000장 이상의 입장권이 팔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벌써 400장이 팔려나갔고 250장이 예매가 됐다. 이번 경기에서 양 팀은 10만 달러를 모으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기금은 윌리엄스 씨의 어머니를 위한 자선단체와 NHL 암재단인 발레리 펀드, 양 팀 모교에 각각 나눠 지급될 예정이다.


1989년 당시 세인트조우스와 델바톤은 정규시즌에서 거의 2000석인 넘는 경기장 좌석이 매진될만큼 인기를 누렸다. 결승전을 앞두고 세인트조우스는 스위스에서 전지훈련을 했고 델바톤은 매사추세츠의 팀들과 평가전을 갖는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양 팀 선수들의 이름은 거의 매일 지역 스포츠난에 오르내릴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양 팀은 그 전년도와 2년전에 준결승에서 각각 격돌한 적이 있다. 첫 승부는 세인트조우스가 연장 끝에 승리를 낚아챘고 그 다음해는 3-5로 뒤지던 델바톤이 종료 수분을 남기고 연달아 3골을 작렬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세인트조우스의 포워드 데이브 인펜티노는 “이번 경기는 ‘숙명의 대결(Grudge Match)’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동료 블럼과 함께 청소년 아이스하키 기구를 최근 만들었다. 그는 “델바톤의 선수들은 아주 영리한 친구들이었다. 아주 단정하고 격식을 차리는 스타일이라면 우리 세인트 조우스는 도시락을 싸고 다니는 블루컬러로 정반대 스타일”이라고 묘사했다.


올센은 매일 새벽 3시40분에 시계알람을 맞춰놓고 있다. 5시45분까지 아이스링크에 가서 훈련을 하고 있다.


21년전 경기가 취소된날 밤 델바톤의 선수들은 허탈감에 빠져 아지트인 이탈리아 식당 피스틸리스에 모였다. 주니어 포워드인 조나단 모텐손은 당시 이 식당의 음식받침 종이 한쪽을 찢어 접어서 지갑속에 넣었다.


이후 수년간 안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그 종이를 펴서 “지금 좋지 않지만 그때 그날만큼 나쁘진 않아”하고 주문걸듯 위로했다고 털어놓았다.


중년이 되어 이뤄진 격돌이지만 선수들의 의욕적인 대비는 못말릴 정도다. 최근 일요일 아침 8시, 델바톤의 녹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모리스타운 메넨 아레나의 차가운 공기를 헤치고 등장했다.



사진=Delbarton school 


얼음을 지치는 선수들의 움직임은 20여년전보다 한결 느렸고 슛과 패스는 엉뚱한 곳으로 나가기 일쑤였지만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아버지들이었다. 제이슨 와이트의 아버지는 그날 밤 아들을 따라 링크에 갔다. 마이크 크러처로우의 아버지도 20년만에 처음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스탠드에 자리했다.


스케이트 부츠를 신고 헤드기어를 착용한 선수들은 20여년전처럼 얼음판에 돌아온 것이다. 이미 늙은(?) 선수들의 부상을 막기 위해 공격적인 보디첵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 경기를 위한 선수들의 열정을 식힐 수는 없을 것 같다. 세인트 조우스의 존 리블리는 이번 경기를 위해 플로리다에 가기로 한 가족여행을 취소했다.


매사추세츠에 사는 데릭 매과이어는 델바톤 졸업후 몬트리올 캐나디안스에 드래프트됐다. 현재 밴크오브아메리카 메릴 린치 이사인 그는 요즘 자녀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팀 동료인 피터 램지는 플로리다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즐기는 짬짜미 시간을 내 아이스링크를 찾고 있다.


오는 28일 뉴저지고교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데릭 매과이어는 “우리는 이제 38살에서 40살의 중년이 됐다. 하지만 투혼과 승리의 집념만큼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사진=Delbarton school

 

<꼬리뉴스>


4월 3일 뉴저지 모리스타운엔 2500명의 관중들이 입장한 가운데 역사적인 경기가 열렸다. 한 로컬신문의 작은 보도가, 또 그 보도를 계기로 21년만의 경기를 열기로 의기투합 두 선수의 작은 노력은 많은 이들의 관심속에 20만 달러의 펀드레이징까지 성공하는 멋진 결실을 낳았다.

 
 사진-Delbarton school


마흔 전후의 선수들은 어린 자녀들과 머리 희끗한 부모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학생들 못지않은 육탄전을 벌이며 힘찬 스틱 대결을 펼쳤다.

 

사진=Delbarton school


결과는 델바톤의 3-2 승리. 뉴저지의 크리스 크리스티 지사는 델바톤의 주장에게 크리스탈 트로피를 증정했다. 20년만의 대결은 델바톤의 승리로 귀결됐지만 진정한 승리자는 양 팀 선수들과 이들을 성원한 모두였다. 우리도 이런 경기를 열면 어떨까. 추억속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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