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 사는 스테이시 스미스 씨(39)는 침대 매트리스 아래가 일종의 창고다. 간장통부터 포테이토칩스 상자, 바이타민워터 박스, 각종 통조림, 바비큐소스, 항균걸레 등등을 넣어 놓았다.
침실의 벽장에도 소다와 샴푸, 마늘소금과 마리네이드에 담근 고기 등이 가득 차 있다. 허리케인에 대비라도 하는걸까. 사실 이같은 물건들은 그녀가 모두 할인쿠폰으로 장만한 것들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이 4월 8일 “계속되는 경기침체속에 ‘할인권 매니아’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보도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할인쿠폰 애호가들은 전통적인 인쇄물 쿠폰은 물론, 핸드폰 구폰과 스왑디지털 쿠폰 등을 닥치는대로 모으고 거대한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구축하고 있다.
정말 영리한 쇼핑객들은 수십개의 쿠폰을 이용해 상품들을 박스째로 사기위해 이 가게에서 저 가게로 옮겨다니며 공짜물건들을 확보한다.
에린 리브랜다 씨(38)는 “100개의 팩을 모으면 두루마리 휴지를 공짜로 얻는다”고 말했다. 텍사스 케이티에 사는 그녀는 쿠폰을 이용해서 계란을 사는데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일부러 금을 가게 만들어 레몬쥬스를 뿌린 후 얼리고 있다.
미시건 칼라마주의 질 랜스키 씨(34)는 개당 25센트에 산 파워레이드 150병을 개봉할 때 찬장을 열어 친구들을 즐겁게 하는걸 좋아한다. 이것들은 쿠폰포럼닷컴(CouponForum.com) 사이트에서 얻은 쿠폰들을 이용해 산다.
조디 윌슨 씨(33)는 지난 3월 어풀컵닷컴(AFullCup.com)에서 쿠폰들을 구했다. 지금까지 한달간 사이트 포럼에 거의 9500개의 메시지를 올렸다. 미시건주 배틀크릭의 신용조사관인 그녀는 “완전히 이 사이트에 중독됐다. 딜을 하고 또 하는 일을 되풀이한다”고 털어놓았다.
쿠폰매니아들은 휴대폰을 통해 딜 정보와 쿠폰 자체를 사고판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혹은 슬릭딜(Slickdeals,net)과 크레이지쿠폰레이디(TheKrazyCouponLady.com)같은 웹사이트를 통해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경쟁을 한다.
일부 사이트들은 온라인광고를 통해 돈을 만드는데 어떤 회원들이 한달 최소의 비용으로 생필품들을 마련하는지 콘테스트를 하기도 한다. 일부 쿠폰 매니아들은 공짜 식품들을 잔뜩 확보한 후 야드세일을 통해 팔기도 한다.
자랑거리가 있는 쿠폰매니아들은 가장 최근에 마련한 물건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자신들에 관한 사진을 올린다.
켄터키 빌라힐즈의 네이탄 엔젤스 씨(28)는 공짜물건들로 얻은 성과를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 나머지 공짜로 구한 ‘젤로’ 상자 1142개로 6피트짜리 탑을 쌓은 사진을 웹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30파운드의 고기와 50파운드의 치즈, 200개의 야채백에 해당되는 잼들로 가득찬 냉장고를 자랑했다. 결혼해서 딸 하나를 둔 그는 “가능한 최대한 많이 살 것이다. 1년치, 혹은 2년치 비축물이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쇼핑객들은 신문이나 잡지, 쿠폰전용북에서 쿠폰을 잘라 쓰곤 했다. 이같은 보상제도은 90년대초 절정에 올랐다가 계속 같은 곳에서 물건을 사면 할인해주는 고객우대포인트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퇴조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쿠폰 사용률은 2008년 26억 달러 규모에서 27% 상승한 33억 달러로 늘어났다고 쿠폰제작업체인 인마르 사는 밝혔다. 최근의 쿠폰사용률의 증가치는 지난 20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증가는 서민층의 사용때문이 아니다. 닐슨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이후 6개월간 104개 이상의 쿠폰을 사용한 사람들은 54세이하의 대졸 여성들로 가계수입이 7만달러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쿠폰 웹사이트도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알뜰족에게 인기있는 쿠폰맘닷컴(CouponMom.com)은 지난해 1월 회원이 100만명에서 220만명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사이트 창업자인 스테파니 넬슨 씨는 ‘식품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쿠폰맘가이드’라는 책을 저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회원이 20만명에서 80만명으로 증가한 핫쿠폰월드닷컴(Hotcouponworld.com)은 ‘1년치 피넛버터를 9월 한주안에 모두 사는게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는 쿠포너들을 타겟으로 한다고 사이트창업자인 줄리 패리시 씨(35)는 말한다. 오레곤 웨스트린에 사는 그녀는 2년전 5018온스의 스키피 크리미 피넛버터를 개당 17센트에 구입했다. 지난해 9월에는 개당 35센트에 샀는데 일반 상점에서는 그 열배인 3.59 달러나 했다.
서두에 소개한 찰스턴의 스미스 씨는 지난해 9월 직장에서 레이오프 당할 때까지만 해도 이같은 방법으로 식품을 마련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살림이 쪼들리다보니 쿠폰사이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얼마전 동네 수퍼마켓 두군데에 들러 78 달러짜리 상품을 단돈 5 달러에, 40 달러 상품은 2 달러에 마련했다.
텍사스의 리브랜다 씨는 지난해 여름 플레이버드 워터를 사는데 500개의 쿠폰이 필요했다. 그녀는 핫쿠폰월드닷컴에 쿠폰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고 며칠 후 우표와 시리얼박스를 다른 회원들 6명과 교환해 장만했다.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공짜 음료수를 먹었다”고 말했다.
협상을 하는 것이 이같은 식품 쇼핑객들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할인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 수퍼밸류사의 CEO이자 주얼과 앨버트슨 등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크레이그 허커트 CEO는 최근 애널리스트들에게 쿠폰고객들을 외과수술처럼 정확하게 다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매릴랜드 컬럼비아의 캐리 피터슨 씨(38)는 디스카운트를 남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최근 그녀는 50센트짜리 쿠폰들을 두배로 쳐주는 여러곳의 수퍼마켓에서 고기양념들을 구입했다. 이 양념소스들은 개당 1달러였기 때문에 공짜로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쇼핑카트에 한가득 가져오지 않고 수퍼마켓 여러 곳을 들르며 한 곳 당 5개를 구입했다. 페터슨 씨는 “나는 한 곳의 물건을 몽땅 쓸어온 적이 없다.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곳 당 30% 정도만 가져온다”고 말했다.
물건을 한가득 싣고 오는 것이 항상 해결책은 아니다. 텍사스 산마르코스에서 호흡기 치료사로 일하는 쥴리 펠톤 씨(39)는 상점과 공장에서 얻은 20개의 쿠폰들로 5달러 짜리 개사료 6개월치를 공짜로 구했다.
그런데 그의 애견을 이 사료를 좋아하지 않았다. 개만이 아니라 같이 키우는 고양이와 마당에 가끔 나타나 서성대는 사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녀는 동네의 애니멀 쉘터에 사료들을 기부했다.
정진숙기자 jchung@newsroh.com
<꼬리뉴스>
일년 동안 일하느라 고생하신 아빠에겐 넥타이 대신 쌍발 비행기 여행권(295달러)을...사랑하는 연인에게는 '흔해빠진' 보석 대신에 맛깔스런 점심 도시락 세트와 함께 낙타를 타고 자연을 즐기는 4일짜리 하이킹 여행권(가격 125달러)을...워싱턴과 버지니아 일원에서 이처럼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체험' 선물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는 내용이 소개된 적이 있다. 8세 아이에게는 스쿠버 다이빙 레슨 쿠폰을, 그리고 십대 아이들에게는 승마권을 권유하는 등 상식을 깨뜨리는 쿠폰은 평범한걸 싫어하는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쿠폰으로 말하는 세상..쿠폰북을 선물로 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