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눈이야!’
미국 최고의 스포츠제전인 NFL(프로미식축구) 수퍼볼이 사상 처음으로 한겨울 혹한이 우려되는 뉴저지의 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것과 관련 뉴욕타임스가 과거 사례를 열거하며 추위보다 눈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해 관심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7일 A섹션 1면과 30면에 걸쳐 2014년 수퍼볼 개최지로 뉴저지 메도우랜즈가 결정되면서 사람들이 추위를 불평하고 있지만 진짜 문제는 폭설“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만일 선수들이 겨울풋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선수들의 부상과 알콜, 관중 난동에 따른 체포 등 사고로 얼룩진 95년 12월 23일 메도우랜즈에서 열린 스노볼(눈싸움) 경기를 돌이켜 보라“고 권했다. .
당시의 스노볼 게임은 자이언츠의 형편없는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상대 팀은 샌디애고 차저스. 자이언츠는 5승10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며칠전에 내린 눈으로 스타디움은 그라운드를 뒤덮었고 관중석도 눈이 치워지지 않았다. 기온은 화씨 30도 대였고 바람도 세차게 불었다. 눈싸움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자이언츠가 17-0으로 리드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처음엔 단지 재미로 시작됐다. 팬들이 서로를 향해 눈을 던지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가세했고 그라운드로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후반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 술까지 들어간 사람들의 흥분이 고조됐고 4쿼터 여전히 자이언츠가 17-10으로 리드하고 있음에도 눈덩이가 운동장의 모든 방향에서 날라들었다.
당시 스무살의 미시건대학생 마크 웨인스타인은 롱아일랜드에서 살았는데 아버지와 두명의 친구들과 함께 경기를 구경했다. 지금 잡지편집자인 그는 “우리 아버지를 빼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눈덩이를 던졌고 나도 몇 개 던졌다”고 회상했다.
운동장 설비보조매니저였던 윌리엄 스콰이어즈 씨는 당시 놀라서 말이 안나왔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나중에 비디오테이프로 촬영된 장면을 보니까 아이들은 물론 아빠들도 눈덩이를 던지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난리가 아니었다.”
코네티컷의 전동공구 판매업자인 제이슨 셜드 씨는 당시 26세로 6명의 친구들과 2층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알콜이 섞이면 애가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3쿼터 후반 당시 친구중 한명이 시큐리티 가드를 눈덩이로 맞췄다. 그 친구는 운동장에서 쫒겨났고 일행 모두는 안전요원에 의해 엘리베이터로 밀려났다. 거기서 싸움이 벌어졌다. 안전요원이 무릎을 꿇리고 발로 찼고 셜드 씨도 주먹을 휘둘렀다.
일행은 운동장 그라운드레벨 한켠에 구금됐고 나중에 650 달러 벌금을 내고 풀려났다. “나중에 주차장에 나오니까 그 넓은 곳에 우리 차 한 대만 남아 있더라.”
당시 헤드 레프리였던 롼 블럼 씨는 안전이 크게 걱정됐다고 술회했다. “어퍼 덱에서 나오는데 마치 눈덩이들이 미사일처럼 날아왔다.” 은퇴후 캘리포니아에서 사는 그는 “나도 다리 몇군데 눈을 맞았다”고 말했다.
4쿼터 초반 결국 블럼 레프리는 경기를 중단시켰다. 그는 차저스의 사이드라인에 가서 팬들이 눈덩일 계속 던지지 말 것을 경고했다. 그가 전화를 잡기 위해 몸을 구부리는 순간 어디선가 얼음덩이가 날아와 그 대신 차저스의 장비담당 매니저인 시드 브룩스를 강타했다. 그는 기절했고 결국 들것에 실려나갔다.
경고방송 후 경기는 속개됐지만 눈덩이는 그치질 않았다. 당시 자이언츠 감독이었던 댄 리브스는 헤드셋을 쓰고 있었지만 자신을 도와줄 코드 맨이 달아나고 없어서 어쩔줄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그를 발견하자 이런 말을 하는거다. “이봐요. 감독님, 눈덩이가 당신을 향하고 있는데 그곳에 있다간 나도 안전하지 않은걸요.”
17-17 동점상황에서 종료 직전 자이언츠는 엔드존을 향해 질주했다. 그러나 찬스는 없었다. 차저스 세이프티 숀 가일은 라인을 1야드 남겨둔 상황에서 패스를 가로채 질주하기 시작했다.
팬들은 가일을 향해 눈덩이를 집중했다. 그는 당시 “마치 기관총을 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이언츠도 눈덩이도 그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결국 차저스는 27-17의 대역전극을 일궜다.
선수와 임원들이 운동장을 떠날 때 더 많은 눈덩이들이 쏟아졌다. 한 필드 저지는 눈덩이에 맞고 관중을 향해 아주 못마땅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징계를 받았고 벌금이 부과되기도했다.
이날의 소동으로 15명의 팬들이 체포됐고 175명은 퇴장조치됐다. 그가운데는 은퇴경찰 서장도 있었다. 이후 자이언츠는 샌디애고의 신문에 전면광고로 차저스에 사과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한 남성이 통제불가능한 경기의 유명인사가 되었는데 AP통신에서 찍은 사진때문이었다. 관중석에서 일어나 눈을 던지는 모습이었는데 자이언츠는 이 남성을 찾는데 1000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전화제보를 통해 그가 제프리 레인지(26)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경찰이 그를 체포했다. 레인지 씨는 강력반발하며 당시 일때문에 컴퓨터 회사의 일자리를 잃었다고 항의했다. 그는 단지 다른 팬들처럼 눈덩이를 던진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기소됐고 650 달러의 벌금이 부과됐다. 그는 자이언츠와 스타디움을 관리하는 뉴저지 스포츠 익스포지션 어쏘리티를 고소하는 등 싸웠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일부 관중들은 수많은 눈싸움 팬들 중 하필 레인지 씨만 지목된 것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지난해 차저스가 메도우랜즈를 다시 찾았을 때 잡지 편집자 와인스타인 씨가 레인지 씨에게 웹사이트로 공개편지를 썼다.
그는 모두가 한 일을 레인지 씨 혼자서 뒤집어 쓴 것을 가엽게 생각했다. “만일 당신이 그날 경기에 입장한 누군가를 알고 있다면 눈덩이 몇 개 던진 사람들을 봤을거다. 그들은 당신의 엄마일 수도, 아빠일 수도, 삼촌, 맥기건 신부님(듀크대 농구팀 감독)일수도, 당신의 이발사, 당신의 지역구 의원, 당신의 아이일 수도 있다. 당신의 남편, 4학년 반 교사 어브, 당신의 세탁소직원 헤리 스티븐스일 수도 있다. 심지어 휠체어 섹션의 모든 멋쟁이들일 수도 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제프리 레인지 씨는 현재 회의와 행사 무대를 꾸미는 회사에서 일한다. 그는 휴가중이었기 때문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
눈덩이를 맞아 기절했던 시드 브룩스 씨는 2007년 사망했다. 눈덩이와는 무관했다. 원인은 애리조나의 한 헬스클럽 사우나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쳤기때문이다. 그의 나이 72세였다.
과연 2014년 수퍼볼에서도 눈싸움이 벌어질 수 있을까. 일단은 부정적이다. 스포츠설비 컨설턴트인 스콰이어즈 씨는 “1995년 게임이 내 생애 최악의 프로경기였다. 91년 1월 13일 자이언츠가 베어스와 경기를 했을 때도 눈이 있었지만 눈싸움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제츠와 팰콘스의 경기때에도 눈덩이를 던지는 일들이 약간 일어났다. 그러나 자이언츠와 차저스의 격렬한 눈싸움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발화가 되면 그런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