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주 중국인들은 중국의 경제부흥(經濟復興)에서 막대한 역할을 맡았다. 오랫동안 그들은 송금을 했고 각종 재난이나 소요(騷擾)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세칭 화교(華僑)로 알려진 이들은 비록 외국 여권을 갖고 있어도 이들은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어지간해서 잃지 않는다. 몸은 외국에 있어도 전통생활에 익숙치 않으면 경멸(輕蔑)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이 지난 17일 주말특집판으로 해외중국인의 실태와 중국 정부가 이들을 어떤 방법으로 순치(馴致)하는 지 심층기사로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전문가이자 역사학자인 제레미 바미 호주국립대 교수가 특별기고한 이 글에서 필자는 자신이 베이징에서 처음 공부하던 74년 캐나다 국적을 갖고 있던 ‘애국적인 해외중국여성’의 사례를 들어 오늘날 해외 중국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말해주고 있다.
이 여성은 중국이라는 백그라운드가 통찰력을 준다면서 “당신은 중국의 독특한 국가조건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두 명의 해외중국인 케이스가 있다. 호주 사업가 스턴 후가 철광석 수입과 관련, 뇌물 공여죄(賂物供與罪)로 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달 초엔 미국 시민권자이자 지질학자인 수에 펭이 스파이혐의로 8년형이 선고됐다.
수에 펭은 2년반이나 구금당하면서 모진 고문에 시달렸지만 그나마 국적이 외국이어서 미국영사의 접견도 허용되고 본국의 범법자(?)들 보다는 나은 대접을 받았다.
저널은 이들 해외중국인이 새로운 지구촌 시민의 일원으로 최근 중국의 경제발전때문에 막대한 기회들이 제공되면서 외국회사 소속으로 돌아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의 외국 여권은 일종의 보호수단이 되고 자유롭게 중국과 지구촌의 경제 중심지들을 돌아다닌다. 외국 시민의 잇점을 향유하면서 중국인의 자부심을 지속하는 것이다.
해외이주 중국인은 19세기 청나라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쇠퇴할 무렵 늘었다. 이들은 동남아일대와 북미, 호주 태평양 등 국가에서 중국이 현대화되어 일정 역할을 맡게 될 때까지 해당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었다.
1978년 시작된 중국의 개혁시대를 깃점으로 해외 중국인들은 중차대한 역할을 맡으며 중국이 지구촌경제의 중심지가 되도록 기여했다.
89년 천안문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해외에서 유학(留學) 중이던 많은 중국인들은 공산 정권의 잔혹한 탄압을 피해 귀국을 거부했고 이는 공산정권이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경제개혁이 계속됐지만 89년의 교훈은 중국의 지도자들로 하여금 모든 중국인들을 ‘하나의 현실’에서 다스려지도록 집중적인 교육과 매스컴의 선전을 시도했다.
한족과 티벳, 위구르와 다이 등 다민족의 중국은 공산당의 단일 리더십으로 경제적 번영의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다. 20년에 걸친 선전술의 성공은 중국 인터넷의 애국적(?) 활동에서 명백히 나타난다. 해외 중국인들과 중국에서 일하는 외국 국적의 중국인들도 이러한 프로그램에 적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중국공산당은 수에 펭과 스턴 후와 같은 사람들을 교육 수단으로도 삼는다. 중국 공산당의 거친 태도는 이들의 새로운 조국의 외교관과 가족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공포스럽게 하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두 사람에 대한 과도한 징역형을 통해 세계와 해외에 있는 중국인들에게 주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제 중국은 전통적인 도덕 규범에 충성심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주입하고 있다. 과거 제왕에 대한 충성이 당과 국가에 충성하는 것으로 대체된 것이다.
찬 쿤청의 신작 소설 ‘번영의 시대에서: 2013 중국’에 등장하는 라오 첸은 베이징 출신의 홍콩 거주민이다. 그는 가까운 미래의 이상적인 낙원(유토피아)에서 산다. 2013년 중국은 세계의 경제를 지배하고 사회는 안정되며 시민들은 풍부한 부와 소비를 향유한다.
후진타오가 추진하는 ‘화합(하모니)'이라는 하나의 슬로건은 궁국의 것이다. 온정을 가진 정부라면 사회질서와 개인의 정지라는 값비싼 댓가를 강요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라오 첸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낀다. 그는 사람들이 90%의 자유를 누리며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뭔가 빠졌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모두의 기억속에 설명할 수 없는 간극이다.
중국인들이 잘난 척 자기 만족을 하고 있지만 명백한 부패(腐敗)를 위장(僞裝)하고 있음을 깨달은 첸은 자신의 불편함을 아무도 없는 벽돌담 앞에서 말한다.
이런 상황이 정치적 안정을 지속할 수 있을까? 정치 개혁과 정부는 좀더 감시와 비판에 문을 열어야 한다. 미디어의 자유와 사법부의 독립, 아마도 이것은 중국의 다음 이야기의 몫이 될 것이라고 저널은 말한다.
소설 후반부에서 오늘의 중국의 억압하는 하모니를 정당화하는 40페이지 분량이 소설속 공산당 정치국 위원에 의해 제기된다. 등셍이라는 인물이다.
“이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자. 안정속의 또 다른 20년이 지난후 우리는 다시 개혁을 위해 공론화 할 수 있다. 당분간 우리는 점진적인 개혁을 인정많은 정부와 함께 가자. 정치개혁? 그게 간단한가? 당신이 바라는게 영연방이 아니고, 유럽식의 사회민주주의가 아니고, 헌법에 기초한 미국식의 자유민주주의가 아니고, 민족주의와 문화전통주의, 애국주의, 국가적 인종적 순수성의 요약이라는 중국식 파시스트에서 빠져나올 것이다.”
책의 저자(著者)인 찬 씨는 90년대 이후 베이징에서 살아온 홍콩의 출판업자이다. 그는 일부러 중국 현실을 가공해서 만들었다. 그의 작품을 논하면서 찬 씨는 오늘의 중국이 당나라 유명가수인 지앙 슈의 그것과 비슷한 재능을 요구하는데 몰두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앙 슈는 두 개의 노래를 한꺼번에 부를 수 있는 예술가였는데 하나는 그녀의 목젖을 이용하고 또하나는 코로 부르는 기법이었다. 천년 전에 살았던 ‘두개의 노래를 부르는 지앙 슈’는 오늘날 그녀의 재능을 중국인들이 쓰도록 하고 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여권(旅券)이 어떤 것이든간에.
저널은 “사회변화는 체제유지에 도전하는 광범위한 열망을 발전시킨다”며 “모택동(毛澤東)은 외국에서 공부하기보다는 중국 땅에서 혁명적 본능을 동경했다. 그러나 중국의 문호를 개방하고 중국을 개혁함으로써 세계를 변화시킨 것은 외국에서 교육받은 그의 동료들이었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원은미기자 ewon@newsroh.com
<꼬리뉴스>
해외 중국인 최다송출 지역은 절강(浙江)성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해외 중국인의 수는 우리나라 인구(4850만여명)와 맞먹는 4500만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인구가 2500만명이므로 이들을 합치면 남북한 인구와 맞먹는 셈이다.
해외중국인을 거주국별로 보면 대략 20개국인데 2005년 현재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네시아가 756만6200명인 것을 비롯, 말레이시아 618만7400명, 미국 337만6031명은 3위다.
또 싱가포르가 268만4900명, 캐나다 161만2173명, 페루 130만명, 베트남 126만3570명, 필리핀 114만6250명, 미얀마 110만1314명, 러시아 99만8000명 순이다.
이어 호주 61만4694명, 일본 51만9561명, 캄보디아 34만3855명, 영국 29만6623명, 프랑스 23만515명, 인도 18만9470명 , 브라질 15만1649명, 네덜란드 14만4928명 라오스 18만5765명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약 5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들 해외중국인이 본국에 송금한 액수는 무려 480억 달러. 해외 중국인이 중국 경제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알만한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4500만 해외중국인 중 대부분이 최근 해외로 이주하는 신(新) 화교로, 이들은 주요 거주지역은 유럽이라고 한다. 출신지역으로 보면 절강(浙江)성 출신이 중국에서 가장 많은데, 약 150만명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중국인은 화예(華裔) 또는 교생(僑生) 등으로도 불리는데, 이들은 현지 국적을 취득하고 혼혈동화(混血同化)되어 지연(地緣) ·혈연(血緣)의 의식이 희박해져서 모국어를 모르고 현지화 된 이들도 많다. 특히, 타이 등 현지인과의 혼혈교생인 ‘룩친(Lukchins)’은 점차 화교로서의 특성을 잃고 제3민족적 성격을 형성해가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