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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UN대사 울어서 눈퉁퉁 부어” 北핵기술대부의 조카 백영현씨 조문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1-12-21 (수) 15:02:58

 

“너무도 침통한 분위기였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북한 신선호대사를 비롯한 직원들의 눈이 퉁퉁 부었더라구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특별한 관심을 받는 곳은 UN주재북한대표부다. 북미간 대화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김위원장의 분향소(焚香所)가 만들어진 20일 이후 뉴욕 맨해튼의 북한대표부 건물 앞에는 한국과 일본 미국의 미디어에서 나온 수십명의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날 낮 12시30분 경 특별한 조문객이 이곳을 다녀갔다. 재미동포 백영현 씨(67)였다. 그는 해외 최초로 뉴저지에 건립된 위안부기림비의 무료조경을 제공한 환경운동가로 한인매체에 소개된 주인공이다.

뉴저지 페어론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그는 지난 2년간 한인신문에 무려 20차례의 양면 컬러로 의견광고를 낸 화제의 인물이기도 하다. 광고내용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대화와 평화통일의 방법론으로 분량 또한 평균 4천자 이상의 깨알같은 글씨로 채워 눈길을 끌었다.

 

“꽃 팔아서 광고비를 댄다”고 토로하는 그의 의견광고는 지난해 9월 UN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이명박대통령까지 봤을 정도로 순수한 조국애와 통일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그가 한미일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북한대표부 앞에 조문을 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었다. 조문을 하기까지 꼬박 하루간 고민을 했다는 그는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와의 단독인터뷰에서 “남북한이 앞이 안보이는 첨예(尖銳)한 대립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겨레의 반쪽이 상을 당했으니 위로의 말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털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문상이었지만 사실 그에겐 더 큰 목적이 있었다. 북한의 신선호대사를 만나 꼭 하고 싶은 말과 문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신선호 대사에게 일본군강제위안부문제와 독도문제에 대한 남북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제언 등을 담은 문건을 평양에 전달해줄 것을 당부했다.

사전약속도 없었지만 북한대표부가 있는 UN본부앞의 ‘외교관센터’빌딩 13층으로 그는 거침없이 올라갔다. 북한대표부 직원에게 이름을 밝히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분향소에 있던 상주격인 신선호 대사에 다가가자 두 손을 붙잡으며 이렇게 말했단다.

“어쩌면 삼촌하고 그리 똑같이 생기셨습니까?” 북한대표부가 백영현 씨를 바로 알아본 것은 그의 외삼촌 고 이승기 박사때문이었다. 한국전쟁중 납북된 이승기 박사는 훗날 북한에서 ‘비날론’을 발명한 세계적인 섬유학자로 ‘북한핵기술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오늘날 북한이 생명줄처럼 담보하는 핵기술의 기초를 다름아닌 이승기 박사가 마련한 것이다. 김일성 주석이 생일이면 산삼을 선물하고 유일하게 선생님으로 호칭했다는 이승기 박사가 타계했을때 장례위원장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맡을 정도였다. 그런 존경의 대상인 이승기 박사의 조카가 백영현 씨라는 것을 북한대표부도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백영현 씨는 “상중이라 많은 얘기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나왔다. 다른건 몰라도 위안부 문제와 독도만큼은 남북이 공동성명이라도 발표할수 있는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가 북한대표부에서 나오자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20여명의 기자중 8명이 일본기자들이었다. 그는 일본기자들에게 “일본이 우리 꽃다운 처녀들을 강제로 위안부로 삼는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러놓고 사과와 배상은 커녕 인정조차 않는다는게 말이나 되느냐?”고 호통치면서 “위안부 문제와 독도에 대해선 남북이 힘을 합쳐 공동대응하고 성명도 발표하자고 했다”고 목청껏 소리쳤다.

백영현 씨는 “하도 고래고래 소리치니까 서너명의 일본기자가 쭈뼛쭈뼛대면서 물러서더라. 어느 하나가 영어를 하느냐고 해서 좀 한다고 했지만 일부러 한국말로 크게 소리쳤다. 지들이 알아서 번역하겠지. 뭐”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위안부문제와 독도 남북공동성명낼것” 日기자들에 호통

이날 조문 과정에 대한 백영현 씨의 구술(口述)을 정리했다.

<북한대표부가 있는 13층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분향소가 만들어져 있었다. 좁은 복도에 크기도 15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었다. 조화(弔花)가 스무개 정도 서 있었고 동포단체것으로 보이는 화환 두 개를 막 옮기고 있었다. 입구에 한 직원이 어떻게 오셨냐?고 공손하게 묻길래 아무개인데 문상을 왔다고 얘기하니까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일단 방명록에 사인을 하고 분향소에 들어섰다. 분향소는 아주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제단 가운데 김위원장의 영정이 있고 흰꽃이 앞에 있었다. 상주격인 신선호대사와 다섯명 정도의 직원들이 서 있었다. 대단히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조문객을 맞았다. 침통한 표정으로 모두 초췌하고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신선호 대사와 인사를 하는데 ‘어쩌면 그렇게 외삼촌(이승기 박사)하고 똑같이 생기셨냐?’고 감탄을 한다. 할 얘기가 있다고 신 대사 손을 슬며시 끌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기 오기까지 불편한거 헤아려달라. 슬퍼도 주변의 눈치를 보고 기뻐도 눈치봐야하는 이런 기구한 민족이 어디 있냐. (김위원장 영정을 가리키며) 나도 저분 따라서 곧 갈텐데 미국이고 러시아고 중국이고 그런거 핑계대지 말자. 미국에 맞아죽든 남한에 맞아죽든 북한에 맞아죽든 난 상관없다. 우리가 못나서 못하는거지. 저 양반(김위원장)도 (남북정상회담 등) 애 많이 썼지만 하고 간게 없다. 젊은 세대들이 잘 하겠지만 우리 선배들이 많이 하고 가지 못한게 통탄스럽다. 위안부와 독도같이 비정치적인 문제는 남북이 공동성명 낼수 있는것 아니냐. 앞으로 이런 자료 공유하고 싶다. 신대사도 면밀하게 챙겨서 맘에 안들거나 원하는게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달라. 상중이니 깊은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상 끝나고 보자...”

북한대표부에서 나오니까 기자들이 달려들면서 플래시가 터지고 난리가 났다. 일본기자들이 여럿보이길래, ‘이것들 잘됐다’하고 북한 신선호대사한테 “위안부문제하고 독도 얘기하며 남북한이 공동성명내고 공조하자 했다”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몇몇 기자가 어떻게 오게 됐냐? 위에 분위기가 어떠냐? 그러는데 솔직히 다리 후들거린다. 어떤 놈이 맘 편하게 여기 올수 있겠냐? YS도 김일성과 정상회담 직전까지 갔다가 못했고 어렵게 두 번이나 남북정상회담을 했는데 장례식에 정부가 못가면 종교지도자나 재야인사라도 보내야지, 이런 기회에 얼굴보고 대화해야 하는거 아니냐, 한국 기자 여러분은 제 충정 이해해서 상업적으로 쓰지말고 우리 동포사회 이념대립으로 난처하지 않게 잘 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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