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명문 연세대가 정관변경을 놓고 기독교계가 반발하는 등 파문(波紋)이 일고 있다. 기독교계는 최근 연세대 이사회(이사장 방우영)의 정관변경이 조선일보가 연세대를 사유화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에 따르면 1957년 이후 연세대는 건학이념인 기독교 정신 계승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4개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에서 각각 1명씩 이사를 파견하는 ‘파송이사제도’(조항)를 운영해왔다.
정관은 4개 교단에서 각 1명씩 4명, 연세대 동문회 2명, 총장 1명, 이사회가 선임하는 사회유지 5명(연세대출신 3명, 협력교단 추천 기독교계 2명) 등 총 12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연세대는 지난달 27일 추경이사회를 열어 ‘이사 선임을 위해 각 협동기관(예장 통합, 기감, 기장, 성공회 각 1인씩)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기독교계(는) 2인으로 한다’로 개정했다. 사회유지 이사 가운데 협력교단 추천 기독교계 인사 2인 조항도 빼버리고 사회유지 이사는 5명에서 4명으로 축소했다.
이와 함께 사회유지 이사를 구성하는 연세대 출신 인사 3명을 4명으로 늘리고 나머지 3명은 방우영 이사장이 추천하는 개방형 이사 3인으로 배정하도록 개정했다. 이사회 다음날인 28일 정관 개정 승인 요청을 받은 교육과학기술부는 나흘 만인 지난 1일 승인했다.
이와 관련, 6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 본사앞에서 ‘연세대 사유화저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연세대학교 방우영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당당뉴스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김성복 목사를 비롯 서일웅, 박덕신 원로목사, 국제투명성 기구 한국본부 김거성 교수, 연세대학교감리교목회자회회장 원진희 교수 등 기독교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감리회의 박덕신 원로목사는 조선일보를 친일반민족신문이라고 규정하면서 “아직도 정치권력과 야합하여 수구언론으로서 양의 탈을 뒤집어 쓰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사 정리 없는 부끄러운 행태를 지속하는한 우리 사회는 어둡고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제라도 참회하여 연세대학교의 정관을 원위치로 되돌리고 이사장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장로회의 서일웅 원로목사도 “교단이사파송제도 폐지는 선교사들과 한국 교회지도자들이 피땀으로 세운 역사와 전통을 일시에 말살할 뿐 아니라 사취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한 뒤 “조선일보가 친일 과거사를 두려워하여 학문의 장까지 장악하고 통제하려는 음모”라고 비난했다.
연세대 동문인 이나영 씨는 “연세대는 언더우드가 세계선교협의회의 선교기금을 받아 조선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세운 학교”라고 소개한뒤 “1957년 세브란스와 합하며 11인 이사제도가 운영되어 온 이래 이사제도가 완전히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정관자체를 영구적으로 바꾸지 못하도록 못박고 있음에도 바꾼 것은 방우영 일가가 연세대를 사유화하려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방우영 이사장(조선일보 회장)은 지난 97년 연세대학교 동문회장 자격으로 연세대학교 이사회 이사장이 된 이후 15년간 이사장직을 유지하여 왔다.
정현숙기자 newsroh@gmail.com
사진=www.dangdangnews.com
<꼬리뉴스>
연세대 설립자 언더우드 4대손도 원상회복 촉구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 연세대 신학대학 동창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사회가 4개 교단파송 이사 4명과 협력 교단의 교계 인사 2명을 이사로 선임하도록 한 정관을 폐지해 건학 정신을 말살(抹殺)하고, 방우영 이사장이 연세대를 사유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최초 설립자인 언더우드 선교사의 직계 후손인 피터 A 언더우드씨(한국명 원한석)도 이날 증조부의 동상인 연세대 언더우드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단 파송이사제도를 폐지한 이사회의 결정에 ‘정관 복구’를 촉구(促求)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4대 후손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리처드 F 언더우드(원득한), 호러스 H 언더우드씨(원한광)와 함께 성명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언더우드씨는 “연세대 설립을 위해 헌신했던 언더우드 선교사의 후손인 우리 가족들은 최근 연세대의 급작스런 변화, 특히 이사회 임원 구성에 관한 정관 변경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연세대 재단법인이 대학과 병원 설립정신을 온전히 견지해 나가고 이를 위해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의 이사 추천권을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세대 법인 정관은 연세대가 소수 개인에 의해 지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