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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한국어 가르치는 일본여교사

글쓴이 : 민지영 날짜 : 2012-03-04 (일) 13:27:32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본선생님. 그것도 뉴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본인 여교사가 있다.

주인공은 아이코 미야다케 박사(38). 그녀는 현재 뉴욕 할렘의 프로미스 아카데미 차터스쿨의 교사로 있다. 지난해까지 뉴욕 플러싱의 동서국제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쳤지만 학교 사정으로 한국어반이 축소되면서 지금의 학교로 옮기게 됐다.

안타깝게도 아이코 박사는 이곳에서 일본어를 가르친다. 한국어 반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도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기를 鶴首苦待(학수고대)하고 있다. 박사학위를 가진 일본 여성이 어떻게 미국에서 한국어 교사를 하게 되었을까.

아이코 박사는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와의 인터뷰에서 “20년전 일본서 대학교 다닐 때 처음 한국에 여행왔어요. 한국사람들은 정말 따뜻했어요. 특히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정은 일본에선 느낄 수 없었던 것이었지요”하고 말했다.

시코쿠 출신인 그녀는 사이조고교와 간다대 국제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에 반했을때는 한류열풍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을 때였다. 한국문화는 물론,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일본인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에게 첫 만남에 반한 사람처럼 운명같은 사랑이었다.

한국을 좋아하게 되면서 한국말을 익혔고 한국역사를 배워나갔다. 그리고 만난 사람들. 전장의 일본군인들을 위해 강제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니들이었다. “挺身隊(정신대)에 대해선 학교다닐때 배운 적이 없었어요. 물론 정신대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이고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간 분들이라는 것은 전혀 몰랐어요. 일본국민들 대부분이 마찬가지에요.”

 

너무도 끔찍한 범죄에 그녀는 戰慄(전율)했다. 다름아닌 일본의 짓이었다는게 부끄럽고 참담했다. 내친 김에 그녀는 99년 한국 유학을 단행했다. 서울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했고 고려대에서 교육학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에서 2년간 생활하면서 많은 곳을 여행했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정신대 할머니들도 여러번 만나서 얘기를 했다. 그들의 한을 같이 아파하고 분노했다. 한국에 대한 사랑은 깊어만 갔다. 그녀는 어쩌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아끼는 일본인이었지만 일년중 딱 이틀만은 외출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삼일절과 광복절, 이날만큼은 제가 일본사람이라는 것을 한국분들이 불편해했어요. 일본말을 잘못 하고 다니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거든요.”

 

뉴욕에 온 것은 2003년. 롱아일랜드의 사립명문 홉스트라 대학에서 '미주한인여성의 교육'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에서도 그녀는 정신대할머니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놓지 않았다. 뉴욕정신대문제연맹의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UN본부앞에서 시위도 여러번 했다. 지난해 12월 이용수 이옥선 두분 할머니가 나치 홀로코스트 피해할머니들과 역사적인 만남을 뉴욕에서 가질 때 이들 할머니를 찾아가 눈물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당시 아이코 박사와 동행한 김은주 한미교육회 회장은 “두 할머니가 너무 반가워하셨어요. 이옥선 할머니는 ‘일본놈들은 나쁘지만 당신같은 일본인은 정말 고맙다’며 손을 잡고 옛날 얘기를 해주시는데 눈물이 저절로 나오더라구요”하고 말했다.

 

삼일절과 광복절만큼은 가급적 한국인을 피했다는 아이코 박사는 지난 1일 오랜 금기(?)를 깼다. 뉴욕 플러싱에서 중립화통일운동(KNUM)이 주최한 삼일절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단순히 참석 정도가 아니었다. 이날 그녀는 ‘나는 왜 한인정신대에 관한 일본의 처사를 糾彈(규탄)하는가?’ 라는 특별증언을 한 것이다.

 

친구인 김은주 회장의 제안도 있었지만 그녀 자신 정신대할머니들에 대해선 늘 앞장서는 일본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삼일절에 일본인이 앞에 나가서 말을 해도 될까? 숨어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고민도 했어요.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고 또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입장에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용기를 냈어요.”

아이코 박사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이런 역사를 몰라요. 가르치지 않으니까요. 할머니들로부터 끔찍한 과거사를 들으면서 내가 일본인을 위한 메신저가 되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어요”하고 말했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꼬리뉴스>

‘골드미스’ 아이코 박사 “한국남자 소개해주세요”

그녀는 흔히 말하는 ‘골드 미스’다. 이날 삼일절 기념식장에서 주최자인 김경락 한반도중립화통일운동 상임대표는 “아이코 박사님은 한국이 너무 좋아서 한국 남자랑 결혼하는게 꿈입니다. 좋은 신랑감좀 소개해 주세요”하고 당부하자 “감사합니다. 꼭 소개시켜주세요”하고 인사해 웃음과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아이코 박사는 현재 근무하는 할렘의 차터스쿨에 한국어반을 개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뉴욕은 한인사회가 일본커뮤니티보다 세배이상 규모가 크다. 최근 한류열풍 등 한국의 위상이 커지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만큼 한인사회나 한국정부에서 일정한 지원만 된다면 한국어반을 만들 수 있는 학교들이 많다는 것이 교육 현장에 있는 한인 교사들의 말이다.

 

할렘 중학교 과학교사이기도 한 김은주 한미교육회 회장은 “저 역시 지난해 이 학교로 옮기기전까지 과학과 함께 한국어를 가르쳤어요. 내년부터 한국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교장과 상의했는데 아이코 선생님도 같은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요. 별도로 교사를 채용하는 부담이 없으니까 교재 등 학습자료만 지원되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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