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향에서 먹던 팥죽 그맛 그대로네요.”
미동부시간으로 12월 22일 동지(冬至)를 맞아 뉴욕의 불자(佛子)들이 노인들을 위한 팥죽잔치를 벌여 흐뭇한 화제가 되고 있다.
김정광 전 미동부불교신도회장을 비롯한 불자들은 이날 뉴욕 플러싱에 있는 KCS 경로회관에서 400인분의 팥죽을 쒀서 노인들에게 대접했다. 이들 불자들은 2년전부터 동지날 팥죽을 쒀서 나눠먹으며 따뜻한 정을 나누고 있다.
이날 노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새알심이 넉넉하게 들어간 팥죽을 먹으며 향수를 달래는 모습이었다. 40년전 미국에 이민왔다는 이의순 씨는 “팥죽이 너무너무 맛있다. 미국에 살면서도 동지날 팥죽이 생각나면 일부러 사다 먹곤 했는데 고향의 맛 그대로 정성껏 만든 팥죽을 먹으니 참 좋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형순 씨도 “시원한 물김치와 함께 먹는 팥죽 맛도 그만이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먹으니 한국에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정광 전 회장은 팥죽잔치를 위해 일주일전부터 팥을 직접 싣고와 불리고 전날부터 새알심을 만드는 등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봉사활동을 한 불자들은 김정광 회장외에 불교신도회 임원을 역임한 최한규 거사와 이춘택 거사, 장묘음행, 서보현행 보살, 양유정 씨 등 10여명에 이르고 김지형 전 이사장은 과일과 물을 따로 기부했다.
김정광 전 회장은 “동지는 작은 설이라고 해서 설날과 추석 다음으로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데 요즘 많이 이런 풍습이 약해지고 특히 미국에선 불교계외엔 거의 볼 수 없어 안타깝다”면서 “해마다 사찰에선 동지 팥죽을 쒀 먹지만 문화가 다르고 생업에 바쁜 미국의 동포사회 어르신들을 위해 이런걸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단다.
2년전에 동지날엔 코로나 경로센터를 포함, 두곳에서 무려 1천인분을 만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경로센터에는 한인외에도 중국계 노인들도 적잖게 자리해 배식에 앞서 동지의 풍습과 유래를 설명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정광 전 회장은 2003년 미동부 최초의 떡 한과 전문점 ‘예당’을 오픈, 운영하고 있다. 동지 팥죽잔치를 하기전에도 평소 많은 떡과 한과들을 경로회관 등 노인단체에 기부하는 등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뉴욕=민병옥특파원 bymin@newsroh.com
<꼬리뉴스>
동지는 작은설. 붉은 팥죽은 무사안녕의 상징
동짓날에 쑤는 붉은 팥죽.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작은설이라 하였다. 옛날부터 이날 팥죽을 쑤어 조상께 제사 지내고 대문이나 벽에 뿌려 귀신을 쫓아 새해의 무사안일을 빌던 풍습에서 남아 있는 절식이다. 동지팥죽은 새알심을 넣어 끓이는데 가족의 나이 수대로 넣어 끓이는 풍습도 있다. 그래서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전해 오고 있다.
동지는 해가 가장 짧은 날이라 음(陰)이 극에 달한 날이어서 음성인 귀신이 성하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물리치기 위해 양(陽)을 상징하는 붉은 팥죽을 먹게 된 것이다.
경상도에서는 동구 밖에 서있는 신목(神木)에 금줄을 치고 팥죽을 뿌려 마을의 안일을 빌었다. 전라도에서는 새해 풍년을 점치는 데 팥죽을 썼다. 동지 외에도 여름 삼복에도 끓이며 이사하거나 새 집을 지었을 때도 팥죽을 쑤어서 잡귀를 쫓아내고 무사를 기원했다. 전염병이 창궐(창궐)할 때에도 팥죽을 쑤어 길에 뿌려 병마를 쫓았으며 초상집에 팥죽을 쑤어가 잡귀를 범접하지 못하게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