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한국고대문자전’ 특별전을 개최하고 이를 수록한 <문자, 그이후>라는 圖錄(도록) 서적에 광개토왕비 拓本(탁본)을 거꾸로 게재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 스님이 국립중앙박물관을 상대로 <문자, 그이후>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혜문 스님은 최근 인사동 전법회관에서 가진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와의 인터뷰에서 "전시 도록을 구입해 보던 중 112~113쪽에 게재된 광개토대왕비 탁본이 거꾸로 수록된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 위 상단사진에서 불분명한 탁본의 한자는 하단사진처럼 거꾸로 책자를 들면 무슨 글자인지 알 수 있다.
혜문 스님은 지난 3월 15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립중앙박물관 발행 도록 폐기요청’이라는 민원을 접수하고 판매중지와 더불어 사과문을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측은 誤謬(오류)를 시인하면서도 판매중지 및 회수를 거절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3일 민원접수에 따른 답변에서 ‘탁본사진에 기교를 부리어 디자인적 측면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사진의 오류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탁본의 전문을 상세하게 게재한 부분에는 오류가 없다. 도록의 판매중지 및 폐기는 다른 유물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차단하게 된다’는 해괴한 논리로 거절했다.
이에 대해 혜문 스님은 “보통의 책자도 중대한 오류가 있으면 이를 회수하고 반품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유산을 게재한 국립중앙박물관의 도록에 나타난 치명적 실수를 시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도록은 국내기관과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주요 박물관에도 소장되는 자료”라며 “국가를 대표하는 박물관이 광개토대왕 비문을 거꾸로 수록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수치스런 행위일뿐 아니라 문화재 정책과 학문적 수준에도 심각한 불신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안일한 태도에서 보듯 부주의와 무관심한 태도, 적당주의가 이같은 중대한 과실을 발생시킨 원인”으로 진단한 혜문 스님은 “문화재의 보존 및 연구는 치밀하고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치명적 過誤(과오)가 적당히 무마되면 다른 박물관이나 연구기관도 적당히 연구서나 도록을 발행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등 심각한 기강해이에 빠질 것”이라며 오류 도록은 전량 회수후 다시 제작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혜문 스님은 해외에 무단 반출된 우리 문화재 환수운동에 앞장선 대표적 인물로 2006년 동경대학 소장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반환운동을 주도했고 <조선왕실의궤> 환수운동 앞장서는 등 2011년 일본정부로부터 불법반출된 1205점의 문화재를 돌려받는데 결정적으로 공헌했다.
보스턴 미술관에 소장된 고려시대 라마탑형 사리구의 반환운동 등 미국에 무단 반출된 문화재 환수를 위해 미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그는 <조선을 죽이다> <의궤-되찾은 조선의 보물>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등의 저서를 통해 잘못된 우리 문화재의 진실을 바로잡는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혜문스님은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도록에서도 드러났듯 문화재와 역사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은 심각한 수준이다. 재미한인사회를 비롯한 해외동포들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노창현기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오류 사진 본질적 문제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변명 해괴
<문자 그이후, 한국고대문자전>은 지난해 10월 5일부터 11월 2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시실에서 개최됐다. 광개토대왕비 탁본을 비롯, 목간, 종이문서 등 많은 遺物(유물)을 전시해 관심을 끌었다.
문제가 된 도록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련 유물들의 사진을 수록한 총 263쪽 분량(정가 3만2천원)으로 지난해 11월 9일 발간됐다. 혜문 스님이 지적한 광개토대왕비 탁본사진은 <문자, 그이후>에서 속표지로 제작됐으며 테마1로 분류할만큼 중요하게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탁본의 전문을 게재한 116~123쪽에는 오류가 없다”면서 지적한 부분은 중간표지에 해당되는 것으로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고 詭辯(궤변)을 늘어놓았다.
혜문 스님은 “국립중앙박물관이 도록 발행후 여러 사람에 의해 ‘사진 게재의 실수’를 지적받았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월적 지위와 적당주의에 의해 오류를 정정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런 해이한 자세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한 일이며 나아가 부끄러운 서적이 해외의 주요 박물관에 소장 혹은 판매되어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막는 것도 시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혜문 스님은 “법적 조치에 들어가기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자발적으로 판매중지를 이행하고 사과문을 발표하기를 기대했으나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기에 급급할뿐 오류수정에 대한 의지나 반성의 뜻이 전혀 없다”면서 “재판부에 전량 폐기를 요청하는 본안소송에 앞서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판매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