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들이 오랜 불경기에 물가가 높았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상기류(異常氣流)를 보이고 있다.
알려진대로 일본 경제는 ‘잃어 버린 20년’ 이라고 할 정도로 긴 침체에 빠져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인의 일인당 구매력(購買力)은 싱가포르 대만 홍콩에도 뒤져 있으며 한국에도 얼마 안가 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말 일본의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3478달러, 한국은 2만9351달러를 기록해 소득격차가 4127 달러로 80년대 초이래 가장 근접한 수준으로 좁혀졌다.
일본의 물가는 여전히 세계 1, 2위를 다툴만큼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경기침체와 엔고 등의 여파로 예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자몽과 브로콜리를 비롯, 수입과일과 야채의 경우 엔고 현상이 시작한 올해 초부터 시작해 계속 내려가고 있다.
엔고 현상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엔화의 가치가 올라간 것일뿐 여전히 경기는 침체에 빠져 일본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도쿄에 거주하는 송시영 씨는 “과거 일본은 대형 마트가 적자가 날 정도로 양 보다는 질을 따지는 사회였지만 어려운 경제로 일본인들이 저렴한 물건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10년전만 해도 500엔으로 점심도 먹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맥도날드 매장에 100엔 메뉴가 늘어나고 일본인이 많이 즐겨 먹는 규돈(소고기 덮밥)은 한 그릇에 250엔이면 먹을 수 있다. 100엔 샵(Shop)의 인기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낮은 물가에도 정작 일본인들은 행복한 표정이 아니다. 일본인들은 지금의 250엔 짜리 규돈을 500엔 내고 먹던 20년전이 그립다고들 한다.
도쿄=장의수특파원 eschang@newsroh.com
<꼬리뉴스>
물가 하락속 日담배값 인상 눈길
최근의 엔화 강세는 일본 경제에 대한 외국 투자자의 신뢰가 아니라 달러화나 유로화에 대한 불신이 팽배(澎湃)한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로버트 펠드맨 모건스탠리MUF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일 월스트릿저널과의 인터뷰에서 "90년대에는 일본 경제가 견고하며, 재정 지출 축소에도 확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했다. 정책자들이 세금을 인상하고 동시에 지출 삭감에 들어가는 바람에 이로 인해 경제가 망가졌다"고 분석했다.
1998년부터 시작된 물가 하락은 10년이 넘게 흐른 현재까지도 지속되면서 일본 경제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담배값이다. 다른 것은 내리고 있지만 담배값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110엔 하는 담배값이 10월부터 약 37% 인상될 예정이다.
놀라운 사실 한가지. 70년대초만 해도 달러당 원화는 310원인 반면 달러당 엔화는 350엔으로 원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믿거나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