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산업으로 유명한 태국 파타야가 새로운 변신을 위해 암중모색(暗中摸索)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17일 크게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핑크빛 네온이 점멸하는 사진을 싣고 “지금도 파타야는 저녁 렵 술집마다 두텁게 화장한 수천명의 여성들이-일부는 여장남자들- 서구의 고객을 기다리고 바닷가엔 ‘서비스 우먼’으로부터 태국식 안마(按摩)를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라스베가스가 '죄의 도시(Sin City)'라면 파타야는 사탄과의 포옹을 하는 도시였다그러나 이미지 개선을 위한 변화의 조짐이 불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파타야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인도와 중국인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단체와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
주말이면 십수개의 럭셔리 호텔과 쇼핑몰은 방콕에서 온 부유층과 해외 관광객들이 뒤섞여 혼잡하다. 세련된 분위기의 식당들이 점점 늘어나고 음악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으며 심지어 폴로선수권대회까지 열리고 있다. 바야흐로 파타야가 점잖은 도시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고 있는 것이다.
방콕에서 두시간 거리의 파타야는 40년전만 해도 고깃배들이 있는 어촌이었다. 산호초가 아름다운 작은 어항이 환락(歡樂)의 도시로 변모한 것은 베트남전 참전 미군들이 달러로 무장한 채 전쟁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파타야는 전통적으로 매춘(賣春)에 관대해 군인들이 섹스관광을 즐기기 위해선 적격이었다. 70년대만 해도 태국에 온 관광객들은 공항에서 매춘과 관련한 홍보물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 그런 부스는 사라졌지만 비즈니스는 여전히 살아 있다. 10년전만 해도 태국의 관광객들은 남성이 여성을 6:4로 압도했다. 특히 파타야는 남성 관광객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파타야의 관광산업은 다양한 고객층을 보이고 있다. 여행사들은 경제규모가 커지는 중국과 인도의 관광객들을 찾기에 분주하다. 인도 방갈로의 변호사인 시얌 아누곤다(39) 씨는 독신이던 8년전 처음 파타야를 찾았을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많은게 변했다"고 말한다.
부인과 함께 파타야를 찾은 그는 "전에는 섹스가 중심인 도시였다"고 말했다. 닷새간의 여행에서 그는 코끼리쇼를 관람하고 패러세일링을 즐겼다.
파타야의 변화는 태국정부의 의지가 작용한 면도 있다. 파타야를 새롭게 이미지 브랜딩하는 마스터플랜에는 혼잡한 도심을 달리는 모노레일과 방콕과 파타야를 연결하는 해변 철도가 계획되고 있다. 경찰 역시 파타야의 기존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한 몫을 한다.
파타야 이민경찰국 아티위트 카몰라트 대장은 "파타야를 범죄의 낙원(樂園)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제는 범죄자들이 숨기 어려운 도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소속된 다국적 범죄데이타센터는 외국 정부로부터 범죄 용의자들 명단을 받아 상호 조회하는 협력체계가 구축됐다. 호텔 투숙명단과 비자 재신청 과정에서 파타야 외곽에 숨어 있던 12명의 외국인 범죄자들을 체포(逮捕)할 수 있었다.
이 지역 개발계획을 맡고 있는 솜쳇 티나퐁 씨는 “320억 바트(약 10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파타야를 환경친화도시로 새롭게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임지환특파원 jhlim@newsroh.com
<꼬리뉴스>
“파타야 이미지 개선은 환상” 반대 목소리도 있어
그러나 파타야의 관리 중에는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태국관광청 파타야 지사의 니티 콘그루트 국장은 파타야에서 섹스산업을 없애 총체적인 정화를 한다는 계획은 환상(幻想)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매춘부는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고고바들을 강제로 문을 닫게 할 수는 없다. 여기는 자유국가이고 이것들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십년간 공무원들은 파타야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를 놓고 씨름해 왔다. 니티 국장은 "지금 와서 우리가 그들을 무시하고 다른 일을 하는게 가능하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에서 동료와 함께 파타야에 관광 온 올가 비덴코(28) 씨는 1마일에 달하는 ‘워킹 스트릿’에서 가득한 술집들을 볼 수 있었다며 그중 '섹시 에어라인'이라는 바는 구식(舊式) 비행기 승무원차림을 한 아가씨들이 호객행위(豪客行爲)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암스테르담이 세계의 섹스 수도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보니까 암스테르담은 완전히 점잖은 도시네요"하고 말했다.
과연 파타야가 태국 정부의 목표대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