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체험학습장(體驗學習帳)에서 두달 전 죽은 친구의 뇌를 유리병에서 발견한다면?
철지난 납량특집물(納凉特輯物)이나 삼류호러무비가 아니다. 뉴욕시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현장체험 학습을 나갔다가 목격한 실화(實話)다.
사체처리장(死體處理場)으로 현장 학습을 나간 고등학교 학생들이 두 달 전 교통사고로 숨진 같은 학교 친구의 뇌가 실험용 유리병에 담겨 있는 것을 목격하는 기막힌 일이 6년만에 세상에 알려졌다.
NBC 등 미 언론은 3일 5년전 불행한 교통사고로 숨진 제시 쉽플리 군(사진)의 유가족이 뉴욕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엽기적인 해프닝의 전말(顚末)을 소개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05년 1월 스태튼 아일랜드 소재 포트 리치몬드 고등학교에 다니던 제시 쉽플리 군(당시 17세)이 차량 충돌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숨졌다. 유족들은 애도(哀悼)속에 장례를 치렀지만 두달 후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쉽플리 군의 반 친구들이 포함된 리치몬드 고 과학반 학생들이 뉴욕시 사체처리장에 현장학습을 나갔다가 ‘제시 쉽플리’라는 이름표가 붙은 뇌가 액체속에 둥둥 떠있는 유리병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제씨 군의 부모는 즉시 시 관계당국에 확인을 했고 뇌를 되찾은 뒤 장례를 다시 치렀다. 시 당국은 제씨 군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뇌를 보관한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측은 “그러한 절차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유가족에게 먼저 알려야 되는 게 아니냐. 시 관계자로부터 아무런 사전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소 제기의 이유를 밝혔다.
뉴욕=임지환특파원 jhlim@newsroh.com
<꼬리뉴스>
뇌없이 치른 장례식 무너진 부모가슴
어느날 갑자기 아들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소식에 무너진 부모는 뇌가 사라진 채 장례를 치렀다는 사실에 두 번 가슴을 쳤을 것이다.
제씨 군의 부모는 “만일 아들 친구들이 사체처리장에서 유리병속에 보관된 뇌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우리는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통(憤痛)을 터뜨리고 있다.
사체 부검(剖檢)을 하는 검시의(檢屍醫)는 ‘ME(Medical Examiner)’라고 불리는데 당시 제씨 군의 뇌를 부검한 ME의 한 의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망 원인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추가적인 조사를 한 것이다. 최소한 6명 이상의 뇌가 확보됐을 때 부검을 하기때문에 시간이 지체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누가 부검을 한 것을 뭐라고 하는건가? 시신에 뇌가 없다는 사실을 유가족에 알리는게 마땅하다는게 문제의 핵심이다. 부검을 포기하든지 장례를 연기하든지 알려야 할 일을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고개를 꼿꼿이 드는 시당국에 유가족은 세 번째 가슴을 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다른 장기(臟器)도 아니고 뇌인데, 거듭 장례를 치러야 했던 가족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