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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잃은 女무용수 놓고 다툼 눈쌀’ NY타임스

글쓴이 : min 날짜 : 2010-06-01 (화) 06:39:27



직업무용수인 파비안 진(31)은 지난 1월 아이티 대지진으로 오른발을 잃었다. 최근 그녀는 검은색 미니드레스를 입고 푸른색돌이 박힌 목걸이를 거는 등 마치 패션모델처럼 멋을 부린 가운데 병원에 왔다.


이곳에서 미국에서 온 의료진에 의해 다친 부위를 X레이 검사한 그녀는 일만 잘 풀린다면 미국에 가서 의족을 달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파비안은 “그렇게 되면 제 운이 좀 풀리는거겠죠?”하고 물었다.


지진피해로 상처부위가 썩어가면서 발을 절단해야 했던 것은 두달 전이었다. 그러나 이후 그녀의 재활치료를 놓고 두 병원의 밀고당기기가 시작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4월 13일 아이티 대지진으로 발을 잃은 여성 무용수의 어처구니없는 사연을 보도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진이 일어난지 닷새만에 파비엔을 치료해 생명을 구한 미국의 대형병원에서 치료 받는게 좋을까? 아니면 뉴잉글랜드의 작은 보철회사에게 맡기는게 좋을까. 그것도 아니면 두 곳이 힘을 합치는 길을 찾는게 나을까?


지진으로 의족이나 의수를 하게 된 아이티의 수천명 중 하나인 파비엔은 지난 2월 뉴욕타임스에 한번 기사로 다뤄졌다. 거의 죽을뻔했던 무용수가 다시 춤을 출 수 있을 것이라는 언론의 특별한 관심속에 주목을 받았지만 파비엔 역시 많은 아이티 사람들처럼 국제 구호기관에 의존해야 한다.


그녀에게 외국인들의 도움은 하늘이 내린 축복같은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복잡하고 불편한 것이기도 하다. 뉴욕의 마운드 사이나이 메디컬센터는 파비엔을 위해 교정수술을 하고 재활치료를 제공했다. 병원측은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파비엔의 추가 치료를 위해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인도적 배려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자원봉사를 해줄 의사와 변호사를 지원하고 파비엔이 치료기간동안 브루클린에서 지낼 집을 아이티 출신 간호사와 함께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뉴잉글랜드 보철재단은 파비엔이 아이티에 머물며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번 주 파비엔의 새 의족을 맞추기 위해 포르토프랑스로 날아갈 예정인 병원 관계자는 자신들의 환자를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녀가 펀드레이징은 물론, 재단의 홍보대사같은 역할을 맡아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파비엔은 본래 아이티 국립극장의 무용수였다. 운명의 그날은 1월 12일. 지진이 일어나면서 무너진 돌벽이 그녀의 오른발을 덮쳤다. 며칠 후 그녀는 병원 앞마당 쌓여있는 시신들 틈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당시 병원에는 마운트 사이나이병원의 어니스트 벤자민 박사가 의료지원차 이곳에 와 있었다. 파비엔은 역시 아이티 태생인 벤자민 박사에게 자신의 다리를 구해달라고 애걸했다. 무용수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는 다리였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시간이 늦었다.


벤자민 박사는 “다리를 절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너무 상태가 위중해 자칫하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집중치료 전문인 벤자민 박사는 “솔직히 당시엔 다리를 절단해도 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우리는 어떡하든 그녀를 살리자고 최선을 다했다”고 술회했다.


발을 절단한지 오래지 않아 제네랄호스피탈은 그녀를 포르토프랑스의 외곽에 있는 클리닉으로 옮겼다. 벤자민 박사가 그녀의 행방을 알지 못해 더이상 후속치료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철회사인 뉴햄프셔 그룹이 절단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모여있는 열악한 시설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를 이송한 뉴햄프셔그룹의 데니스 액턴은 파비앤이 다시 걷고 춤출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파비앤이 아주 의지가 강했다. 그녀가 의족을 달고 다시 일어나 다른 절단환자들을 위한 롤 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티에서 뉴잉글랜드 보철팀이 치료하는 환자들은 약 50명이다. 넵코 파운데이션은 최근 만들어진 도네이션단체로 웹사이트를 통해 “펀드레이징은 대형기관에서 거액이 모여지는게 아니다. 모두의 꾸준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파비앤에 대한 기사가 ‘더 타임스’를 통해 나간후 많은 독자들이 그녀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마침 벤자민 박사도 신문을 통해 그녀의 소식을 접하고 마운트 시나이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해주겠다고 제안했고 인도적 차원의 입국을 주선하기 시작했다.


국토안보부의 매튜 챈들러 대변인은 대지진 피해자 중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 한해 입국의 배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의 제안을 알게 된 뉴햄프셔 그룹의 액턴 씨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포르토프랑스의 불구전문가들과 함께 아이티 환자들은 아이티에서 치료한다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의 여론을 선도하는 그룹인 핸디캡 인터내셔널의 리아 래딕 대변인은 아이티에 재활시설이 거의 없긴 하지만 환자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해외에 보내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아이티의 절단환자들은 아이티 안에서 수리나 대체가 가능한 낮은 질의 의족을 달고 있다.리아 대변인은 “환자들이 남은 생을 편안히 살 수 있도록 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마운트 사이나이의 의사들은 파비엔이 재활치료 이전에 추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절단부위의 끝이 매끄럽지 못하고 흉터가 있어서 의족을 잘못 낄 경우 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파비엔은 아이티에서 잠재적으로 수술을 받을 경우 지원이 제한적이지만 마운트 시나이측은 자신들에게 올 경우 세계적인 수준의 치료를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액턴 씨는 파비엔이 뉴욕에 가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는 3월말 다소 방어적으로 이메일을 쓰면서 ‘파비엔이 아이티에서 받은 간호를 다시는 받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얼마후에 액턴 씨와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은 함께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파비엔이 인도적 입국신청서를 동반하는 서류에 사인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후에 마운트 사이나이가 유명한 이 환자를 도둑질해 간다고 생각했다. 결국 협조체제는 와해됐다.


아이티에서 당혹스런 한주가 지난후에 벤자민 박사는 뉴잉글랜드 그룹이 파비엔의 입국신청서에 필요한 서류를 얻기 위해 그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믿게 됐다.


그는 이 그룹이 파비엔을 뺏기지 않기 위해 놀랄만한 짓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에 있는 동료에게 쓴 편지에서 “뉴잉글랜드 그룹이 파비엔이 다시 춤을 추도록 해서 돈을 만들려 하고 있다. 그래서 뉴욕에 데려오는 것을 훼방놓은 것”이라고 썼다.


액턴 씨는 파비엔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그의 그룹이 파비엔을 이용하려 한다는 소리에 매우 불쾌해하면서 “파비엔은 자신의 장래 경력을 어떻게 쌓을지 결정할 힘을 가진 동등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는 "재난 구역이 단지 파괴와 희생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 힘겨운 길이라는 것을 배우게 됐다. 그것은 정치와 아집, 권력의 복합체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마운트 사이나이는 파비엔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는데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액턴 씨는 파비엔을 위한 새 의족을 아이티에 보내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중간에 있는 파비엔은 스트레스속에 어느 쪽도 편을 들지 못하고 있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가능하다면 뉴욕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는 크레올어로 말했다. “가고 싶어요. 가고 싶어요. 가고 싶어요.”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불행도 마케팅의 대상일까. 뉴욕타임스 A섹션 1면 톱에 실린 기사의 주인공 파비엔은 비록 한쪽 발을 잃었지만 무용수답게 맵시있는 차림이었다. 어쩌면 미담이었을 사연의 주인공은 두 의료기관의 다툼으로 발을 잃었을 때 이상의 고통을 받는 듯 했다.


만일 파비엔이 무용수가 아니었다면, 또한 언론의 보도로 주목받는 여성이 아니었다면 두 기관은 서로 치료하겠다며 인도적인(?) 싸움을 벌였을까. 불행과 고통의 현장에도 나름의 이득과 잇속 챙기기는 있기마련인 모양이다. 파비엔은 이번 대지진으로 희생된 수십만명 중 하나다.


그녀를 놓고 다툴 시간에 의료사각지대에서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한 사람의 환자라도 더 치료하는 것이 그들의 본분 아닐까. 아파도 유명해지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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