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유명한 중국계 이원언어(二元言語) 학교가 내부갈등으로 뉴욕시 당국이 조사에 나서는 등 몸살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해 시선을 끌고 있다.
맨해튼 차이나타운 인근의 슈앙 웬 공립학교는 미국 최초의 영어와 중국어 이원학교로 지난 98년 문을 열었다. 영어와 중국어로 번갈아 수업을 진행하는 이 학교는 현재 유치원부터 중학과정인 8학년까지 660명이 재학중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뉴욕주 표준시험에서 평균치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등 우수학교로 인정받고 있지만 최근 방과후(放課後) 프로그램에 비용을 지불하는 문제로 학부모간에 갈등(葛藤)이 벌어지고 있다.
공립학교는 원칙적으로 수업료가 없지만 방과후(After school) 프로그램 등 특별한 활동은 학생들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방과후 프로그램이 강제성을 띈데다 중국계 학생들에 대한 특혜(特惠) 논란까지 일고 있어 투서들이 교육국에 들어가는 등 분란에 휩싸이고 있다.
급기야 뉴욕시 교육궁과 리차드 콘돈 특별커미셔너가 학부모협회를 조사하고 있다. 게일 엘스턴 학부모협회 공동회장은 “일부 부모들이 중국어 애프터스쿨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익명의 투서는 학교에 대한 아주 조직적인 증오범죄와도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국의 매튜 미텐탈 대변인은 “학교의 위법여부에 대해 몇 차례 조사를 했다. 이 조사들이 진행되는 동안 부모와 교사 행정가들 모두가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방과후 프로그램은 학생 1명당 1천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슈앙 웬 아카데미 네트워크(SWAN)’에 의해 운영된다.
‘슈앙 웬’은 만다린어로 ‘이중언어’라는 뜻이다. 문제는 정규수업시간은 거의 영어로 진행되고 3시부터 5시30분까지 편성된 방과후 프로그램만 중국어로 진행되는 것이다. 결국 방과후 프로그램을 선택하지 않으면 이원언어학교에 다니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지난해 방과후 프로그램 비용은 600달러였지만 보조금이 지급돼 전액 환불됐다. 그러나 올해는 보조금 혜택이 없는데다 비용까지 올라 학부모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스완’측은 마감일까지 돈을 내지 않는 아이들은 카페테리아에서 교사없이 방치(放置)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부모는 “우리는 돈이 충분하지 않다. 항상 뭔가를 내도록 요구받는다. 모든 부모들은 학교가 블랙홀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뉴욕시 교육국은 현재 학생선발과 관련한 규정위반을 조사하고 있다. 슈앙 웬 스쿨이 지역거주자에 우선 추첨권을 줬는지 의혹을 받고 있기때문이다. 이 지역은 62%가 흑인과 히스패닉이고, 20%가 아시안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재학생 분포를 보면 80%가 중국인이다. 흑인학생들의 분포는 초기에 높았지만 2002년 10%에서 2009년엔 5%로 줄었다. 일부 부모들은 중국계 여교장 초우 씨가 흑인과 히스패닉 부모 대신 다른 학군의 중국계 부모들에게 추첨권을 줬다고 문제 삼고 있다.
크리스 본디와 마르니 로더 씨는 지난 6월 자녀의 입학이 좌절된 후 “입학과정에서 우리 애가 불이익을 받았다”고 해당 학군의 감독관에게 항의 편지를 썼다. 에드워드 프리머스 씨는 “많은 흑인과 히스패닉 가정들은 학교당국에 인종차별주의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올해 뉴욕시 평가에서 A를 받았다. 학생들이 뉴욕주 표준영어 테스트에서 83%, 수학은 97%를 받은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점수는 맨해튼의 스타이브샌트와 같은 명문 공립고에 입학할 때 도움이 된다.
평가서에는 부모의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도 들어가는데 이와 관련, 초우 교장이 부모들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쓰지 말도록 주의를 줬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슈앙 웬의 학부모 95%는 긍정적인 의견들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꼬리뉴스>
5월이후 투서만 3차례 몸살
지난 5월이후 익명의 투서 세 통이 뉴욕시 교육국에 접수됐다. ‘제로’라는 이름의 첫 투서는 “링링 초우 교장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돈을 훔친다”는 내용이었다.
9월엔 누군가에 의해 탁구대가 파손돼 부모들을 놀라게 했다. 학부모인 폴리 씨는 학부모협회와 교장 및 보직(補職) 교사들에 이메일을 보내 “당신들이 왜 경찰을 부르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기물을 파괴하는) 그들은 암세포와 같다. 암이 환자를 죽이기전에 행동에 옮겨라”고 주문했다.
슈앙 웬 스쿨이 당국의 조사를 받는다는 뉴스가 로컬 TV인 ‘뉴욕원’에 의해 보도된 후 학부모협회 지도자들은 방과후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수백명의 서명을 받는 한편 커뮤니티 차원에서 뉴욕원이 학교가 어렵게 쌓은 명성을 훼손(毁損)한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학부모인 히류 리우 씨는 친구들과 이웃들이 중국커뮤니티의 자랑인 이 학교를 빈정대듯 묻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시의 조사가 가치가 없고 불공정하다”고 믿는 리우 씨는 “1천 달러를 내기 싫은 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의 장래를 망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