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한인 첫 뉴저지 대법관으로 유력시된 필립 권 지명자가 주의회 청문회에서 落馬(낙마)했다.
뉴저지주 트렌턴에서 22일 열린 필립 권 대법관지명자 인준 청문회에서 인준안이 사법위원 투표에서 7대6으로 否決(부결)됐다. 한인사회는 지난 1월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에 의해 대법관으로 지명된 필립 권 지명자의 인준을 위해서 지지모임을 구성하고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으나 일부 정치인들의 반감을 씻는데 실패했다.
뉴저지 검찰차장으로 재직중인 권 지명자는 지명이후 일부 지역언론이 권대표의 모친이 운영하는 리쿼샵의 수익금 입금이 문제가 있는것처럼 묘사하는 등 흡집내기 보도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따라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필립권 지명자를 위한 시민들’이 만들어진가운데 한달여간 7553명의 서명을 받아 뉴저지주 상원사법위원회 니콜라스 스쿠타리(Nicholas P. Scutari)의장과 스테픈 스위니(Stephen M. Sweeney) 상원의장에게 전달했으나 결국 한인들의 정치력 한계를 절감하고 말았다.
필립권 뉴저지주 대법원 판사 지명자가 임명되기 위해서는, 사법위원회를 먼저 통과한 후 전체 상원회의에서 통과해야 했지만 13명의 상원의원으로 구성된 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편 사법위원회에는 한인이 많이 사는 37지역구의 로레타 와인버그(Loretta Weinberg-민주) 의원과 36지역구 폴 살로(Paul Sarlo-민주) 의원이 속해 있었으나 필립권 지명자 인준 반대에 표를 던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청문회는 만원 청중과 여러 미디어에서 참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청문회는 필립 권 지명자외에 또 다른 판사 지명자인 브루스 해리스(Bruce A. Harris)와 뉴저지 스포츠 위원회의 마이클 글럭(Michael H. Gluck)도 예정되어 있었다. 먼저 글락의 인터뷰가 진행되었으며 10분만에 종료되었다.
이어 시작된 필립 권 지명자의 청문회는 지명자의 모두 발언에 이어, 질의 응답 순으로 진행되었다. 권 지명자는 이민 온 어린시절부터 성장과정, 주 검찰 제 1차장에 이르기까지의 경력사항, 가족사 등에 관해 담담한 어조로 소개했고 부모님에 관해 말할 때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영웅같은 분”이라며, 목이 메인 듯 잠시 발언을 쉬기도 하였다.
권 지명자의 인준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미주한인유권자센터는 이날 청문회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 대법관 판사로서의 가치와 이념, 자질을 묻기보다 권 지명자 어머니의 예금 과정에 대해서만 수 시간동안 질문했기때문이다.
특히 사법위원회 의장인 스쿠타리 의원의 ‘특이한’ 진행방식은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일반적으로 위원회 의장은 간단한 질문과 청문회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정리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에서는 스쿠타리 의장이 혼자서 1시간 이상 강한 어조의 질문을 이어갔다.
또한 권 지명자가 언제 투표권 행사를 시작했는지 물어보며 “현재 어떤 정당에도 등록되어있지 않더라도, 14년동안 공화당으로 정당가입이 되어있었는데 어떻게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입장일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했는가하면, 권 지명자 가족의 비즈니스와 주택 소유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였다.
다음 질문자인 니아 길(Nia H. Gill-민주) 부의장 역시, 이미 제기된 지명자 가족 비즈니스의 수입 예금 과정의 이슈만 재탕하는 질문이었다. 반복되는 질문은 크리스토퍼 베트멘(Christopher “Kip” Bateman-공화)의원의 이의제기로 겨우 끝날 수 있었다.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구의 와인버그와 살로 의원은 掩護(엄호)의 기대를 저버리고 가족 재정이슈에 대해서 5분 내외로 간단히 질의했다. 오직, 한국계 케빈 오툴(Kevin O’Tool-공화) 의원만이 필립 권 지명자의 법관으로서의 자질과 검사 경력 등, 지명자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았다. 그나마 오툴 의원의 ‘우호적’ 질문도 의장의 정회선언으로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유권자센터의 김동찬 대표는 “필립 권 지명자의 낙마는 한인사회의 정치력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뼈아픈 사건이다. 선거철에만 한인사회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등돌리는 주류 정치인들에 대해 한인사회가 새롭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민병옥특파원 bymin@newsroh.com
<꼬리뉴스>
속전속결 청문회..떨어뜨리기 위한 수순?
한인유권자센터는 일반적으로, 논쟁적이거나 사안이 복잡한 聽聞會(청문회)의 경우 충분한 소명과 검증을 위해 위원회 전원투표는 청문회 시작일로부터 수 일 뒤에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라는 점에서 당일 표결로 끝난 필립 권 지명자 청문회는 논쟁을 일으킬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청문회에선 한인 특유의 정서와 문화에 대한 미 주류사회의 오해가 나타나기도 했다. 권 지명자 부인의 주택 등록 문제가, 몸이 불편한 부친을 직접 모시고 살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한 것임을 상원의원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적 ‘효’개념에 대한 沒理解(몰이해)가, 권 지명자 부인의 행동을 ‘효심’이 아닌 탈법적 행위로만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안타까운 장면도 있었다. 권 지명자가 평소 부모님의 사업에 관해 잘 알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이민 1세대인 부모세대와 미국화된 2세대 자녀들이 서로에 대한 정기적이고 심도 있는 대화를 잘 나누지 않는다는, 한인 커뮤니티의 아픈 실상이 드러난 것이다.
필립 권의 낙마는, 필립 권 한 사람의 인준 실패 차원을 넘어,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으로 지적된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민주 공화 양당은 당락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는 한인 표를 확보하기 위해, 한인 사업체 지원, 한인 공직자 채용 등의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 왔다.
하지만 선거철이 지나면, 그들은 이전에 공약한 내용을 지키는 데에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일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이번 필립 권 지명자의 지명과 낙마에 관련한 전 과정 역시, 이러한 정치적 패턴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필립 권은 공화당 주지사와, 민주당이 장악한 주 상원의 파워 게임의 犧牲羊(희생양)인 동시에, 선거철에만 ‘이용’당하고 있는 한인의 정치적 현주소를 말해주는 사건이다.
결국 한인커뮤니티의 정치적 영향력 향상만이, 공약으로 그치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실현되도록 압박할 수 있을 것이며, 한인의 정치력 향상을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은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인 셈이다.
유권자센터는 “결집된 한인 투표의 힘만이 유사한 사건을 막을 수 있다”며 “6월 예비선거와 11월 총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임하는 한인 커뮤니티와 각 구성원의 투표참여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