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팻다운즈(Pat-downs)'로 불리는 정밀촉수검색으로 떠들썩하다. 몸의 은밀한 부위까지 손이 닿을 수 있는 촉수검색이 인권 침해 논란을 빚기 때문이다.
승객들이 항공기 보이콧 운동을 펼치는 등 집단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야당인 공화당이 국민들의 정서에 편승, 크게 반발하며 오바마 대통령까지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다.
마침내 뉴욕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이번 사태를 다루기에 이르렀다. 뉴욕타임스는 24일 ‘정치쟁점화한 공항검색(Politicizing Airport Security)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공항검색을 총괄하는 미국교통안전청(TSA)이 너무 앞서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정치쟁점화는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오바마 정부의 줏대있는 정책을 주문했다.
2008년 공화당의 대선주자였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사 주지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신스캐너와 촉수검색은 ‘굴욕적이고 모멸감을 주며 헌법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하면서 “만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러한 몸수색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 자기 부인과 두딸 장모까지 그런 것을 당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교통안전청이 너무 나갔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고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교통안전청 요원들을 멕시코 국경지대에 보내야 한다. 그들을 필요로 하는건 공항이 아니라 밀입국자를 적발하기 위한 국경지대”라고 비아냉댔다.
타임스는 보수적인 공화당 정치인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테러범들로부터 미국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지나치게 거칠고 뒤틀린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정부가 승객들 가운데 테러용의자와 관련된 나라와 과거 기록들에 근거해 골라냄으로써 선량한 사람들을 수치스럽게 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시건주 피트 호크스트라 전 연방하원의원은 이같은 프로파일링만이 정밀검색을 정당화하고 목표대상을 좁혀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허커비 전 주지사와 러시 림바우, 새라 페일린 전 공화당 부통령후보도 최근 트위터에 이같은 의견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타임스는 프로파일링은 이미 이전부터 활용된 방법이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문은 “테러범들은 안타깝게도 바보가 아니다. 공항검색에 대해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그들은 교통안전청이 정밀검색의 방법을 쓰기전에 신발이나 속옷, 프린터 카트리지에 폭탄을 숨겨왔다. 만일 아이오와출신의 백인할머니가 정밀검색에서 면제된다는 것을 알면 그들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스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일부의 촉수검색이 과도했고 교통안전청이 서툴게 처신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오바마 정부가 소신껏 나갈 것을 주문했다. 신문은 “오바마 정부는 작금의 공격이 당파적이고 이상을 앞세운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들은 큰 검색기계와 큰 정부의 차이를 알고 있다”고 뼈있는 말로 사설을 마무리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검색받느니 차라리 옷을 벗겠다
승객 검색은 일명 ‘알몸투시기’로 불리는 전신스캐너와 정밀촉수검색 두 개로 나눠진다. 승객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나 둘 다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전신스캐너는 인체의 주요 부위가 정밀하게 드러나 사생활 침해논란을 빚었다. 또한 전자파가 몸에 좋지 않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얼굴 부분을 모자이크로 처리하고 이미지 파일의 저장과 전송 등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하지만 승객 입장에선 찜찜한 게 사실이다.
전신스캐너를 거부하는 승객은 촉수검색을 선택할 수 있지만 얇은 의료장갑을 낀 채 승객의 몸을 만지는 촉수검색의 거부감은 더 큰 실정이다.
최근 일부 공항에선 전신스캐너도 싫고 촉수검색도 싫다며 아예 속옷만을 남긴채 훌러덩 벗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샌디에이고 국제공항에서 한 남성승객은 알몸투시기 통과를 거부한 대신 육안 검색이 가능하도록 팬티만 남기고 옷을 모두 벗어버렸다.
그는 “이보다 확실한 검색법이 어디 있느냐”며 “남이 내 몸을 더듬는 것도 싫다”고 말했지만 결국 공항직원에 의해 연행됐다. 또다른 공항에서 한 여성승객이 브래저와 팬티를 남긴채 옷을 벗는 해프닝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