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홈리스들이 한인장애인들이 제공하는 사랑의 라면봉사에 함박 미소를 지었다.
라면봉사로 잘 알려진 ‘뉴아라봉(뉴욕의 아름다운 라면봉사)’이 이번엔 히스패닉 홈리스들을 위해 컵라면 거리 봉사를 펼쳤다. 뉴아라봉의 김성아 대표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과 뉴욕밀알선교단(단장 김자송) 소속 장애인들이 28일 뉴욕 퀸즈 루즈벨트 애버뉴에서 노숙자(露宿者) 70여명에게 (주)팔도에서 제공한 킹컵라면을 제공, 훈훈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7월 한국의 라면봉사모임 아라봉의 뉴욕지부로 창립된 뉴아라봉은 매달 한 차례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과 복지시설, 홈리스 등 사회의 그늘진 곳을 돌보는 라면봉사모임을 갖고 있다.
뉴아라봉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일반 봉사자와 함께 장애인들이 직접 라면을 조리하고 서빙하는 것까지 맡기 때문이다. 라면봉사를 좀더 뜻깊게 하려는 김성아 대표와 장애인들 직업교육을 위해 애쓰는 뉴욕밀알선교단의 정창모 집사가 초기부터 힘을 모은 결과이다.
통산 열번째 행사인 이날은 처음으로 컵라면을 통한 출장봉사여서 눈길을 모았다. 뉴아라봉은 지난 1월 설날을 맞아 뉴욕장로교회에서 히스패닉 노숙자들을 위한 라면봉사를 처음 한 바 있다.
혹한의 날씨에도 삼삼오오 모여 장애우들의 라면봉사에 너무도 기뻐하던 그들을 위해 석달만에 다시 행사를 열면서 이번엔 많은 홈리스들이 모여있는 거리로 찾아가게 됐다.
뉴아라봉의 라면은 계란과 고명 떡국떡 등 라면의 종류에 맞는 부가재료들을 7~8가지 넣어 맛을 더한 푸짐한 특제라면으로 직접 담근 김치나 깍두기 등 반찬과 함께 제공된다. 팔도측으로부터 랍스타맛 킹컵라면을 208개(13박스)나 제공받은 가운데 삶은계란과 고구마, 단무지무침을 준비해 충분히 한끼 식사가 되도록 배려했다.
▲ 재료를 세팅하는 김순영씨
봉사현장엔 김성아 대표와 첫 모임부터 개근중인 송정훈 전 뉴욕한인보험협회장, 컬럼비아의대 김용정교수, 임일찬씨, 고은철씨, 김선경씨, 뉴욕장로교회 김경화권사 등이 자리했고 정창모집사는 부인 김혜영씨와 딸 하린이와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장애인들은 유명희씨, 김순영씨, 김태형씨, 김민규씨, 피터 군 등 5명이 함께 했다.
▲ 자원봉사자인 임일찬씨(왼쪽)와 김용정 박사, 송정훈 회장(오른쪽)이 피터군(왼쪽 두번째)과 함께 컵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장애우들이 중심이 된 뉴아라봉의 라면봉사에 홈리스들은 “땡큐”를 연발하며 받아가는 모습이었다. 일부 장애우들은 한국인 봉사자라는 것을 미리 알고 우리 말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해 봉사자들을 흐뭇하게 했다.
김성아 대표는 “총 70여분의 노숙자들이 오셨는데요. 라면을 드시고 금방 배가 고파질까봐 걱정한듯 부식재료중 고구마와 삶은 달걀을 더 달라는 분도 계셨고, 라면을 세그릇까지 거뜬히 비운 분들이 많았어요”하고 전했다.
▲ 자원봉사자인 고은철씨와 김선경씨가 컵라면 포장을 뜯고 있다
뉴아라봉은 5월 19일엔 뉴욕밀알선교단에서 장애인들의 사회적응 직업훈련의 일환으로 라면일일카페를 열기로 했다. 또한 날씨가 좋으면 3개월에 한번씩 외국인노숙자들을 위한 거리봉사도 함께 병행할 생각이다.
김성아 대표는 “행사를 할 때마다 다양한 제품의 라면들을 지원해주는 팔도에 감사를 드린다”며 “6월엔 방송인 이경규씨와 꼬꼬면 기획자인 최용민 마케팅 팀장이 팬사인회를 위해 LA를 방문한다고 해서 가능하다면 뉴욕밀알선교단과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 외국인 노숙자들과 함께 한 김성아 뉴아라봉 대표
<꼬리뉴스>
“라면이 아니라 감동을 먹었어요.” 라면봉사현장
뉴아라봉 팀은 이날 오전 뉴욕장로교회에 모여 뜨거운 물 등 필요한 물품을 싣고 교회측이 제공한 차량을 타고 12시경 목적지인 루즈벨트 애버뉴와 68가에 도착했다.
▲ 차안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김민규씨(왼쪽부터)와 김태형씨, 김순영씨, 유명희씨
물통과 라면박스가 실린 차량이 도착하자마자 인근의 노숙자들은 바로 줄을 서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김성아 대표는 “노숙자분들이 얼마나 계신지 궁금했는데 금세 많은 분들이 몰려 놀랐어요. 마음이 급해져 바로 컵라면에 부재료들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드렸어요”하고 말했다.
김용정 교수가 라면을 나눠주며 “3분후에 먹어야 한다”고 일일이 설명하자 옆에 있던 김태형 씨가 덩달아 “쓰리 미닛, 쓰리 미닛(3 minutes)”하고 외치면서 서빙을 했다.
▲ 김태형씨가 "쓰리 미닛"이라 말하며 라면을 건네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노숙자들이 몰려 중간에 물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임일찬 씨가 미리 부탁해놓은 델리가게에서 끓는 물을 지원받는 등 매끄럽게 배식(配食)이 진행됐다.
▲ 임일찬씨가 델리가게에 들러 뜨거운 물을 요청한후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들 노숙자들은 미국에 온후 경기침체 등으로 직업을 잃고 갈 곳이 없어지면서 홈리스가 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밀알선교단의 정창모 집사(위 사진)는 “일을 못하면 당장 밥을 굶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가장 기본인 먹는 것부터 해결해야 하는 분들”이라고 딱한 사정을 전했다.
▲ 예상보다 많은 노숙자들이 몰려 어느새 바닥을 보인 킹컵라면
이날 뉴욕장로교회의 김경화 권사는 봉사를 마친 장애인들을 위해 수박과 쥬스를 전달, 함께 다과하는 시간을 가졌다.
▲ 김경화 권사(오른쪽)와 유명희 씨
김순영 씨(아래 사진)는 봉사하고 난 소감이 어땠냐는 정창모 집사의 질문에 “홈리스들 불쌍해요. 집도 없고, 먹는 것도 잘 못먹고...슬퍼요..” 하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큰 감동은 뉴아라봉 행사때마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밝은 분위기를 띄우는 피터 군이 안겨주었다. 신실한 크리스찬인 그는 외국인노숙자들에게 “God bless you” 라는 말을 하면서 라면을 건네주었는데 얼마전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일부 시설이 무너진걸 보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빈 깡통과 플라스틱병들을 주워서 번 5달러를 교회에 기부했다는 것.
▲ 피터군이 컵라면을 건네주며 'God bless you!'라고 말하고 있다
그 말을 전해들은 뉴아라봉 봉사자들은 “피터가 그렇게 깊은 생각을 가진줄 미처 몰랐다”며 감동을 받은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