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은은한 미소가 감도는 법당안. 베이스와 피아노, 색소폰, 드럼을 앞에 한 네명의 연주자가 재즈풍의 ‘저 푸른 초원위에’를 연주하자 불자들은 와~하는 탄성과 함께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뉴욕서 활동하는 재즈뮤지션 오구일 씨가 미국의 연주자들과 함께 부정기적인 산사음악회를 열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동부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사찰 뉴욕 원각사에서는 ‘오구일 트리오’의 특별한 연주가 적어도 일년에 네차례 열린다.
원각사는 대부분의 한인사찰이 주택가에 위치한 것과는 달리 산과 호수를 끼고 있는 뉴욕주 샐리스배리밀즈의 30만평 대지에 위치한 덕분에 자연속 한국사찰의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엄숙한 법당안에서 흔치 않은 재즈공연이기도 하거니와 한인 뮤지션이 리드하는 음악회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베이스 겸 팀의 리더인 오구일씨가 산사음악회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원각사와 연을 맺으면서 합창단의 지휘자로 활동하는가하면 부처님오신날을 비롯, 설날과 추석 등 명절을 맞을때마다 자신의 팀과 함께 재즈연주를 해 불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2002년 미국에 유학온 그는 뉴욕대(NYU)와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고 강의와 연주 활동을 겸하고 있다. 그의 팀원들은 NYU에서 자신의 강의를 들었던 제자들이기도 하다. 지금은 모두 맨해튼의 클럽에서 연주를 하는 실력파 프로뮤지션으로 활약하고 있다.
피아노는 앤소니 포세트(Anthony Pocetti), 드럼은 존 비숍(John Bishop)이 맡고 있고 객원 연주자로 알도 색소폰을 데이브 폴락(Dave Pollack)이 맡고 있다. 오구일 트리오는 지난해 첫 음반을 출시한데 이어 올들어 두 번째 음반을 선보였다.
데뷔 음반엔 ‘Cracker Jack Blues’ 등 12개의 창작곡이 담겨 있다. 이중 ‘Oh! My Jiu’와 ‘Lament’ 등 6곡은 오구일씨가 작곡했고 나머지는 피아노의 앤소니 포세티가 만들었다. 이들의 산사 음악회가 계속되면서 입소문이 퍼져 일부러 공연을 들으러 오는 팬들도 생겨났다.
특히 지난 달 27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에는 2부공연에서 불교음악인 보현행원을 독특한 재즈스타일로 연주해 큰 감동을 주었다. 정규 공연후에도 불자들이 점심공양을 하는 야외마당에서 1시간이 넘게 특별연주를 계속해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원각사 불자 오민희씨는 “평소 재즈 음악을 좋아하는데 오구일 트리오덕분에 이렇게 시원한 야외에서 수준높은 라이브 재즈연주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뉴욕에서도 손색없는 연주팀”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구일 트리오가 알려지면서 미 주류사회에서도 지명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뉴저지 포트리 라이브러리에선 이들의 윈터 콘서트가 열려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아나운서 출신 임주현씨와의 사이에 갓 백일이 지난 딸 올리비아(윤서)를 둔 그는 “지난 1월 공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오는 8월에도 포트리 라이브러리의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기로 했다. 재즈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연주기부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뉴욕원각사(뉴욕주 샐리스베리밀즈)=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제주의 열두살소년이 품은 꿈
데뷔 앨범엔 오구일씨의 음악인생이 영문으로 짧게 소개돼 눈길을 끈다. 부인 임주현 씨가 작성한 이 글엔 제주 출신인 오구일 씨가 열두살이었던 1986년 운명처럼 마주한 베이스와의 만남을 들려주고 있다.
형이 연주하는 베이스의 선율에 매혹된 그는 가슴 울리는 베이스의 연주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24년이 지난 2010년 소년은 많은 장애물을 뚫고 미국에서 프로연주자가 되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음악으로 치유하길 원하는 이들을 위한 연주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의 음악엔 특별한 것이 있다. 눈물과 땀이 있고 열정과 격정이 숨어있다. 고독한 선율엔 그가 사랑하는 세계를 위한 사랑의 메아리가 울려퍼진다.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은 지금 이 순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