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최근 발생한 영국인 신부 살인사건은 신랑의 범행(犯行)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남아공 매체들은 지난 11일 흑인 슬럼가에서 살해된 애니 디와니 씨의 주범으로 남편 쉬렌 디와니가 범행 일체를 자백(自白)했다고 보도했다. 디와니는 케이프타운에서 택시운전사로 일하는 졸라 통고에게 신부를 납치 살인하는 댓가로 1만5천 랜드의 돈을 주기로 하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뉴스로 11월 17일 송고기사 참조>
남아공 케이프타운으로 신혼여행을 온 영국의 신부가 불행을 당한 것은 지난달 13일. 남편과 함께 택시를 렌트해 드라이브하던 중 구구레더라는 흑인마을에 차를 잠시 세웠다가 권총을 든 흑인 두명에 의해 납치(拉致)됐다. 이튿날 신부는 차량과 함께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목격자가 없어서 초기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신랑과 택시기사의 불분명한 진술에 의문을 품고 행적을 캐다가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피의자들의 신병(身柄)은 영국 경찰에 이첩(移牒)됐다.
남아공 매체들은 디와니의 돈을 받고 살인한 택시 운전사 통고의 가족이 피살된 애니 디와니 씨의 가족을 찾아가 사죄했다고 전했다. 통고의 이모는 “이렇게 한다고 그녀를 죽음에서 데려올 수는 없지만 그가 저지른 행위에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 “남아공의 이름을 더럽히게 된 것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통고는 경찰에 쉬렌 디와니(사진)가 흑인동네인 구구레투에서 강도당한 것으로 보이도록 하라고 범행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통고는 살인 납치 및 강도 혐의로 18년형을 선고받게 됐고 쉬렌 디와니는 런던 법정에서 270만 랜드의 보석금을 내고 일단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프타운(남아공)=최경자특파원 kjchoi@newsroh.com
<꼬리뉴스>
범행상식에 어긋난 정황들로 들통
이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남아공 물정(物情)에 어두운 영국인 신혼부부의 무지(無知)가 이같은 참극을 불렀다며 안타까워 했다. 남아공에서는 밤길 빈민가에서 차를 세운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납득이 안가는 부분들로 의혹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우선 고용된 택시기사가 밤시간에 위험하기짝이 없는 흑인 마을에 왜 차를 무모하게 세웠느냐는 것이다.
성범죄가 극심한 남아공에서 납치된 신부가 성폭행의 흔적없이 살해된 것도 의심을 샀다. 또한 차를 강탈하고도 차의 주요 부품들을 훔쳐가지 않고 시신과 함께 고스란히 두고 가는 등 남아공의 범죄 상식에 어긋난 정황(情況)들로 인해 신랑의 범행에 무게를 두고 신문(訊問)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