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겐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PGA투어에서 준우승만 다섯 번, 물론 다른 국제대회에선 8차례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지만 PGA 정상만큼은 아직 밟지 못한 미답(未踏)의 고지로 남아 있다.
위창수가 바로 비운의(?) 주인공이다. 2005년 PGA에 데뷔한 이래 그는 8년째 무관의 설움을 곱씹었다. ‘별들의 경연’에서 한번도 우승못한 선수들이 수두룩하지만 위창수는 경우가 다르다. 그는 누구보다 우승권에 근접한 선수이면서도 번번이 우승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엔 탑10만 4차례 오르는 호성적을 기록했지만 정작 우승인터뷰는 다른 선수들이 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20일 뉴저지 저지시티에 위치한 리버티 내셔널GC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위창수는 “우승은 운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며 ‘만년 2인자’의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위창수는 “요즘 명상 훈련을 하고 있다. 라운딩을 하다 보면 한두개 코스는 아주 까다로운 곳을 만난다. 그때마다 마인드콘트롤을 통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에겐 ‘만년 한국인’이라는 또하나의 별명이 붙을 법하다. 가족과 함께 오래전 미국에 왔지만 여전히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온지 꽤 오래됐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시민권을 따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열살때인 82년 이민왔으니까 미국에서 훨씬 오래 살았다. 하지만 한국인으로 PGA투어를 다니는게 더 좋다. 덕분에 월드컵도 한국대표로 나가지 않았나? (웃음) 앞으로 올림픽도 한국인으로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위창수는 23일 뉴욕 베스페이지 GC에서 개막하는 PGA 플레이오프 첫 대회 바클레이스를 앞두고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선수는 위창수를 비롯, 최경주(42 SK텔fp콤), 케빈 나(29 타이틀리스트), 배상문(26 캘러웨이), 존 허(22), 노승열(21 캘러웨이) 등 6명이다.
다음은 위창수와의 일문일답.
-PGA서 2등만 다섯 번 했다. 우승을 못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승은 운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월에도 페블비치에서 마지막날 3타차 선두를 달렸는데 4라운드에서 두타밖에 못줄여 무려 여덟타를 줄인 필 미켈슨에게 역전당했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대회는 어떤 대회인가.
“지난해 5월 크라운플라자 인비테이셔널 대회다. 사흘내내 선두를 달렸고 마지막 날도 후반 9홀 시작할때까지 선두였는데 결국 1타차로 데이비드 탐스에게 우승을 내줬다. 그 대회가 두고두고 아쉽다.”
-중요한 순간을 잘 극복하기 위해선 ‘멘탈’이 중요한데 평소 하는 훈련이 있다면.
“우리 부모님은 내가 힘들게 자랐다면 골프를 좀더 잘할텐데 하고 말씀하신다. 아마 마지막 순간에 약한 모습을 보여서 그러시는 모양이다. (웃음) 3년전부터 명상을 하고 있다. 이게 많이 도움이 된다. 어려운 코스에서 갑자기 긴장되면 평소 하는 명상훈련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는 이민 올 무렵만 해도 야구선수가 꿈이었다. 그러나 우연히 아버지를 따라와 접하게 된 골프가 너무 재밌어서 골프에 빠져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골프를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골프를 시작한게 83년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골프를 하는 친구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걸 왜 하냐?’ 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도 골프를 하고 있다. 나는 골프로 돈을 벌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다.”
-바클레이스 대회가 열리는 베스페이지 코스는 어떤가.
“2006년 베스페이지에서 처음 했을 때 아주 힘들었다. 이번 대회도 거의 US오픈 수준으로 그린도 딱딱하다고 들었다. 내일 연습라운딩을 하면서 적응훈련을 하면서 어떻게 공략할지 연구해보겠다.”
위창수는 같이 경기하는데 특별히 어려운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 게임만 잘하면 되는게 아니겠냐?고 반문하며 ”다른 선수들에게 잘 해줘서 그런지 나하고만 경기하면 다들 잘하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