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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분재 아시나요?’ 60대한인 위안부기림비 무료조경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2-09-09 (일) 12:57:26

 

“엄마 보고싶어…”

엄마를 그리워하며 고개숙여 눈물짓는 소녀의 모습일까. 두갈래로 늘어진 이파리는 길게땋은 소녀의 삼단같은 머리. 열네살 소녀가 머나먼 고향을 향해 애끓는 사모곡을 부르고 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아이젠하워파크에 있는 현충원. 이곳엔 지난 6월 뉴욕주 최초로 건립된 위안부기림비가 있다. 땡볕이 내려쬐는 7일 오후 백발의 노인은 위안부기림비 앞에서 직접 곡괭이를 들고 땅을 팠다. 그리고 마치 아기를 품듯 조심스럽게 가시향나무를 심었다. 위안부 분재였다.

 

“이 가시향나무 분재엔 두개의 매듭이 묶여 있습니다. 그 매듭은 한국과 일본이 하나씩 풀어야합니다. 일본이 위안부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하는 날 위의 매듭은 우리가 풀고 아래 매듭은 저들이 풀어 한국과 일본이 진정한 화해를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뉴욕의 환경운동가 백영현 1492그린클럽 회장(68)은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백영현 회장은 지난 2010년 세계 최초로 세워진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의 위안부 기림비가 관리소홀로 황폐해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수천달러의 사재를 털어 조경을 제공한 주인공이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두 번째 기림비가 세워졌다는 소식을 접한 백회장은 기림비를 세운 한미공공정책위원회(KAPAC) 이철우 회장에게 조경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제안, 이날 특별한 ‘식목’을 하게 됐다.

이날 기림비 주변에 심어진 나무는 총 7그루. 기림비 좌우로는 큰 도장나무 두 그루를 심었고, 뒤로는 1.6m 크기의 아담한 소나무 3그루를 심었다. 또 뒤로는 미스김라일락을, 기림비 앞쪽으로 2.5m 떨어진 곳에 가시향나무, 일명 ‘위안부 분재’가 각각 자리했다.

미스김라일락은 ‘강제입양’의 애달픈 이력을 가진 나무다. 1947년 미국의 식물학자가 북한산에 있던 흰정향나무(수수꽃다리)의 열매를 무단채취해 미국서 재배에 성공, 훗날 한국에 역수입됐다. 가시향나무와 함께 어린 나이에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라는 성노예의 삶을 살아야 했던 수십만 소녀들의 처절한 비극을 상징하는 나무인 셈이다.

 

▲ 왼쪽부터 KAPAC 이철우회장, 오해영 전롱아일랜드한인회장, 백영현 1492그린클럽회장

“가시향나무는 수령이 14년 된것입니다. 일본제국주의 군대가 끌고간 어린 소녀들은 열네살 철없는 나이도 있었어요. 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겠어요. 소녀들이 수용된 시설엔 ‘어머니 보고 싶어’ ‘배고파요’ 쓰인 낙서가 있어요. 이 나무들이 그 한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길 바랍니다.”

이날 조경작업은 이철우 회장과 오해영 전 롱아일랜드한인회장도 함께 참여했다. 도착부터 식수까지 약 2시간만에 작업이 마무리되자 붉은 화강석(기림비)과 나무들이 조화를 이뤄 외롭게 보이던 위안부기림비가 한국적인 정서가 풍기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철우 회장은 “위안부기림비를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가꾸기위해 한국전통의 전각을 만들려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환경운동가 백영현 대표의 호의로 우선 기림비 주변에 수목으로 조경을 하게 됐다”며 사의를 표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기림비 조경 타운 허가 어렵게 받아

뉴욕주 위안부기림비는 건립만큼이나 조경 또한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기림비가 건립된 곳이 신성한 장소인 현충원이다 보니 아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먼저 한미공공정책위원회는 낫소카운티 공원국에 기림비 주변에 조경을 하는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허락을 해 줄 수 없다는 답만 받았다.

설사 심사 끝에 허락을 받는다 해도 기림비 주변 1m 이내의 거리에, 다년초(Perenial)나 크기 60cn 이하의 작은 나무(dwarf)만 된다는 엄격한 규정때문에 사실상 심을만한 마땅한 수목이 없었다.

 

백영현 회장은 이미 한국 품종의 큰 도장나무(Boxwood)와 1.5m가 넘는 Spruce 소나무를 사놓은 상태라 비상수단으로 낫소카운티장의 특별허락을 요청했다.

이철우 회장은 “다행히 낫소카운티장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이날 아침 뉴저지에서 나무를 트럭에 싣고 떠날때가 돼서야 공원국 담당부국장 프랭크 카멜렌고(Frank Camerlengo)의 특별허락 이메일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 이철우회장과 백영현회장이 프랭크 카멜렌고(Frank Camerlengo) 부국장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12시부터 기다리다 오후 1시부터 작업인부들이 기림비주변의 나무 심을 땅을 파기 시작했다. 2시쯤 나무를 실은 트럭이 도착, 공원국 카멜렌고 부국장의 확인을 받고, 조경작업에 들어갔다.

이철우 회장은 “우리 민족의 가슴에 피멍이 든 위안부역사의 아픔은 기림비를 통해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후일 한국식 전통모양의 전각을 세울 때까지 오늘 심은 나무들이 외롭지 않게 기림비를 감싸고 지켜줄 것”이라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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