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행사가 열리는 타임스퀘어에는 서로 다른 크기의 3개의 특설(特設) 무대가 있었다. 각 방송국 마다, 후원하는 회사의 마케팅에 따라 달리 마련됐기때문이다.
싸이의 공연 무대를 물었지만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안전상의 문제가 첫번째 이유였고 무대가 셋이라서 정확히 방송 진행자가 아니면 어느 무대를 쓰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주변의 이야기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춤 출 준비가 되셨습니까?” 하는 인기 사회자 라이언(Ryan)이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관중들의 함성으로 주변이 후끈 달아 올랐다. 두리번 거리는데 그리 멀지 않은, 가장 높게 (6미터) 만들어진 무대의 소리였다.
무대를 향해 고개를 꺾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관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 TV중계를 위한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무대 관계자가 아니면 취재기자는 근접(近接)조차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대여섯 발자국 뒤로 물러나니 그제서야 싸이의 머리와 흩날리는 양털 의상이 사이사이 보였다.

딱 한번, 싸이가 특유의 무대를 최대한 활용하는 제스츄어 덕분에 무대 난간위로 올라와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살짝 볼 수 있었던게 전부였다. 역시나 무대가 관중을 위한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방송을 위해서 했다보니 싸이의 그런 제스츄어가 없다면 타임스퀘어에 모인 이들중 얼굴을 제대로 본 이들은 별로 많지 않았을듯 하다.
싸이가 미국에 처음 진출했던 몇 달 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여럿의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근접경호를 받다보니 무대 밖에서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주변을 돌다가 ‘아니 이 추운 날에~’ 반 소매와 반 바지를 한 사람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영하의 차거운 날씨에 그런 복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개그맨 '노홍철' 뿐이었다. 유재석과 하하 두 사람도 보였다.

주변엔 그들을 알아보는 이들도 제법 됐다. '와우, 엘리베이터 맨!'이라며 환호성을 지르는 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어디서나 팬들이 가까이 와서 아는 척을 하거나 사진을 찍자고 할 때 마다 특유의 제스츄어를 보여주며 성의껏 응대 해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안타깝게도 미국인들 중에는 올 해 후원사가 도시바 때문인지 싸이를 일본인으로 아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이는 타임스퀘어에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인기있는, 제일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하는, 핫(Hot) 한 올 해의 인물이었다.
공연과 인터뷰를 마치고 동료들과 함께 2012년에서 2013년으로 넘어가는 카운트 다운을 지긋이 지켜보던 그의 감회어린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의 한사람으로 흐뭇했다.
2012년은 누가 뭐래도 '싸이의 해' 였음을 그 누가 부정할 수 있으랴~.

<에필로그>
전야행사 명당 10시간전부터 선점
타임스퀘어에 이른바 명당(明堂)을 차지한 사람들은 적어도 10시간 전에 입장해야 한다. 이들은 어럽게 잡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추위와 생리현상의 이중고를 인내해야 한다. 화장실에 가는 일을 줄이려면 안먹고 안마시는게 수다.

▲미 해군연인인 Bicky와 Ben
춥고 배고프고 힘들고 지루하고 고통스럽지만 세계인이 집중하는 하이라이트를 현장에서 지켜본다는 기쁨은 충분히 위안(慰安)이 된다.
행사가 끝나자 경찰들은 서둘러 타임스퀘어에 모인 군중들을 해산시켰다. 이날 하루 쌓인쓰레기만 해도 타임스퀘어와 미드타운 일대에서만 40~50 톤의 쓰레기가 나왔다.

멋진 행사를 기분좋게 끝내고 돌아가는 길 일대는 몇십 블럭에 걸친 쓰레기 천지다. 기분이 망가지는 느낌이지만 어쩌랴. 사람이 수만큼 쓰레기도 비례하는 것을. 그래도 올해는 특별하지 않은가.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타임스퀘어 전야제 무대에 한국인 가수 싸이가 나와 한국인 동료들과 무대를 주름잡으며 한국어 노래로 모든 관중들을 열광(熱狂)시켰으니 말이다. 두 번 다시 이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오래 살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