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샌디가 오바마와 오바마저격수의 ‘정치적 화해’를 이끌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오바마 저격수’로 통하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31일 허리케인으로 최악의 피해를 입은 뉴저지 지역을 동반 순시하며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대선을 불과 일주일 남겨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유세를 일시 중단하고 애틀랜틱 시티에서 크리스티 주지사를 만나 해군1호기에 동승, 허리케인 피해지역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공화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한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 8월 공화당 전당대회 때 특유의 격정적인 연설로 청중들을 휘어잡으며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하는 선봉에 나서 ‘오바마 저격수’로 떠올랐다.
오바마로선 눈엣가시같은 존재였지만 크리스티 주지사를 따뜻이 맞으며 허리케인으로 뉴저지주가 최대 피해를 입은 것에 위로의 말을 전하는 대인배의 풍모를 엿보였다. 크리스티 주지사도 “뉴저지가 겪고 있는 모든 고통을 미국의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추켜세우며 사의를 표했다.

▲ 오바마 대통령과 크리스티 주지사의 만남을 인터넷판 톱으로 올린 NYT
정파를 초월한 이같은 양자의 동행에 어색해진 것은 공화당의 대통령후보 밋 롬니 후보다. 오바마 대통령과 오차범위내에서 치열한 싸움을 전개중인 그는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유세를 계속했으나 두사람의 특별한 만남에 빛이 가려졌다.
더구나 롬니 후보는 지난해 공화당 경선에서 대형재해가 발생했을 때 연방정부보다는 각 주에서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작은 정부’를 역설한 바 있다. 특히 연방정부의 권한 축소를 주장하면서 FEMA(연방재난관리청)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으나 이번 허리케인으로 FEMA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대부분의 언론이 잠재적인 정적마저 감싸안으며 재해복구 지원을 다짐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광폭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자칫 막판 표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사흘간 유세를 멈췄던 오바마 대통령은 1일 네바다 주에서 선거 캠페인을 재개할 예정이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오바마, 크리스티 ‘윈윈’ 만남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 8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주요 연설자로 등장, 오바마 대통령을 놓고 “시카고 지방정치인이면 충분한 인물”이라고 폄하하는 등 시종일관 대통령을 조롱하는 연설로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동반순시는 더욱 시선을 끌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한 워싱턴포스트는 두사람의 만남에 대해 “2005년 최악의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책임 소재를 놓고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과 민주당 출신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서로 삿대질을 주고받았던 것과 대조적인 장면”이라고 빗대어 설명했다.
이날 회동은 두 사람에게 윈-윈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바마는 국가적 재난을 맞아 초당적인 지도자로 각인시킴으로써 막판 대선 캠페인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했고 크리스티 주지사 또한 오바마 대통령을 통한 동반상승효과로 ‘차기 대권주자’로 인식시키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