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만찬을 포기하고 쇼핑에 열 올리는 블랙프라이데이의 광풍(狂風)도 힘을 쓰지 못하는 곳이 있다.
추수감사절의 전통이 시작된 매사추세츠 플리머스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 대륙에 정착한 청교도(pilgrims)들은 혹독한 겨울의 기근을 딛고 이듬해 첫 수확 후 신에게 감사하는 만찬을 나눴다. 그 전통이 11월 마지막 목요일, 추수감사절로 이어져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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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금요일부터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하는 블랙프라이데이도 기실 추수감사절을 축하하는 의미다. 이날 업체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은 ‘청교도법(blue laws)’에 따른 조치였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블랙프라이데이 영업을 금요일 새벽에서 목요일 밤으로 당겼지만 추수감사절의 ‘성지’인 플리머스만큼은 오랜 전통이 굳건히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21일 추수감사절의 성지인 플리머스의 표정을 담아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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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그림의 후손인 윌리엄 레슬링 브루스터(47)는 추수감사절 부모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전통을 지켜왔다. 그는 “추수감사절은 우리 모두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날”이라며 상업적인 열기의 문제를 지적했다.
미국 최대의 소매상 중 하나인 타겟과 토이즈알러스는 블랙프라이데이 영업시간을 금요일 새벽에서 목요일 밤으로 앞당겼다. 이미 수년째 목요일 밤에 영업을 시작한 월마트는 오후 10시에서 8시로 두시간 당겼다.
청교도법이 퇴조한 것은 1950년대부터다. 그러나 메인주와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등 청교도의 전통이 살아있는 뉴잉글랜드 지역은 종전처럼 금요일 새벽에 문을 연다. 월마트도 메인주 매장은 목요일 자정에 문을 열고 매사추세츠와 로드아일랜드 매장은 금요일 새벽 1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뉴잉글랜드의 청교도법은 초기 정착자들이 일요일 예배를 강제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푸른색 종이에 이같은 내용을 쓴 것에서 유래됐다는 설과 원칙을 지키는 ‘엄격한 청교도(blue noses)들을 비꼬는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이 지역에서도 추수감사절 영업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 메인주 프리포트의 L. L. Bean은 크리스마스를 포함, 휴일없이 영업하고 있다. 캐롤라인 빔 대변인은 “사냥꾼과 어부들이 늦은 시간 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이같은 예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추수감사절 영업에 대한 항의도 커지고 있다. 일부 소매상의 종업원들은 “추수감사절을 블랙 써즈데이로 만들지 말라”며 파업 위협을 하고 있다. 업체 종업원들이 가족과 함께 추수감사절을 즐기도록 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도 수만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직원들 상당수가 시간외수당을 받고 자발적으로 일을 하며, 고객들도 문을 일찍 여는 것을 원한다고 변명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열기는 뉴잉글랜드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사추세츠의 소매업협회 회원 일부는 추수감사절 영업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빌 레니 부회장은 “우리 회원들이 노골적으로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수감사절 쇼핑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고 그것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청교도법은 온라인을 통해 24시간 쇼핑하는 시대를 맞아 사문화되고 있다. 추수감사절 영업을 외면하는 주들은 인근 뉴햄프셔주로 주민들이 몰리는 등 보이지 않는 손실을 보고 있다. 게다가 뉴햄프셔는 판매세까지 면제해준다. 레니 부회장은 “뉴햄프셔의 가게들이 문을 여는데 우리만 문을 닫으면 블랙프라이데이에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매사추세츠의 배리 파인골드 상원의원은 “소매업체 누구도 법을 개정해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서 “월마트가 추수감사절 저녁 8시에 문을 여는 것은 국가적인 비극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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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추수감사절 만찬을 가족과 함께 즐겨야”
플리머스의 사람들은 블랙프라이데이 영업을 일찍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플리머스에서 만난 캐롤 매이어나(72) 할머니는 “휴일은 쉬라고 있는 날”이라며 “추수감사절엔 가족이 함께 모여야지 월마트같은 곳에서 쇼핑을 해서 안된다”고 말했다. 해안경비대에서 일하는 윌리엄 로렌조(35)도 추수감사절 영업은 종업원들에게 불공평한 처사라며 “휴일에 일하도록 하는 것은 정말 미국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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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머스에서도 추수감사절 군중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플리머스 플랜테이션 뮤지엄이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한 가족이 추수감사절을 즐긴 역사가 있는 이곳에선 초기 정착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해마다 추수감사절에 4천명의 관객들이 모이고 절반이 이곳에서 만찬을 즐긴다.
퍼레이드를 비롯, 음식페스티벌, 콘서트 등이 열리는 야외 행사엔 약 20만명이 운집한다. 레베카 터책(33)은 생후 3개월된 딸과 함께 필그림의 복장을 한 채 퍼레이드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녀는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102명의 청교도중 절반이 그 해 겨울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은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터책은 “우리가 갖게 된 모든 것을 생각하면 놀랍기만 하다. 우리는 감사할 일이 많다”며 추수감사절의 전통을 소중히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