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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담은 계란은 바위도 깨뜨려” 혜문스님 미강연화제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3-01-28 (월) 09:57:04

 


 

‘문화재환수전문가’, ‘철거전문스님’, ‘약탈문화재 추적자’….

 

혜문 스님의 별명은 이채롭다.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회색가사를 걸친 승려의 신분과는 얼핏 무관해보이지만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라는 공식직함이 시사하듯 부당하게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찾는 과정은 스님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구도의 길이기도 하다.

 


 

지난 15일 미국에 온 이후 혜문 스님은 보스턴미술관과 하버드대, 뉴욕과 워싱턴 일대의 박물관에 소장된 우리 문화재들을 파악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문화재가 왜 제자리에 가야하는지 그 중요성을 알리는 강연회도 빽빽이 잡혀 있다.

 

지난 20일 미동부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사찰 뉴욕원각사에서 강연법문을 연데 이어 24일엔 동포사회를 상대로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강연회가 펼쳐졌다. 27일엔 뉴저지 보리사에서 불자들을 위한 강연을 갖는다.

 


 

24일 뉴저지 팰리세이즈팍 파인프라자에서 열린 강연회는 뚝 떨어진 수은주에도 불구하고 기적과도 같았던 우리 문화재의 환수과정과 잘못된 민족정기를 바로잡는 스님의 노력들이 생생하게 조명됐다.

 


 

뉴욕불교문화원(원장 김정광)이 주최한 이날 강연회엔 보리사 회주 원영스님과 이우성 한국문화원장과 지역사회 인사들 일반 청중들이 자리했다. 이우성 원장은 “우리 문화재를 찾는 것은 빼앗긴 영혼을 되찾는 일이라는 말도 한다. 혜문스님의 강연을 통해 기성세대는 물론, 2세들에게 우리 역사와 민족정체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날 최한규 뉴욕불교문화원 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강연에서 혜문 스님은 심각하고 지난했던 문화재 환수의 노력을 특유의 유머러스한 화술로 풀어나가 청중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강연후엔 최근 출간한 저서 사인회도 열렸다. 강연의 주요 내용을 스님의 육성으로 소개한다.

 



◇ 대한민국 얼굴이 틀어졌다

 


 

“서울의 중심 광화문의 주작대로(현 세종로)는 맞은편 남산을 향해 경복궁의 축과 15도 틀어졌다. 광화문과 직선으로 뻗어있던 도로가 변형된 것이다. 일제는 조선총독부건물을 지으며 일부러 길을 틀어버렸다. 왜? 한민족이 영원히 망하라고 한거다. 일본신을 모시는 조선신궁도 짓고 길 끝에는 황국신민의 서를 세워놓았다. 항상 묻는다. 대한민국 얼굴, 정치1번지가 틀어졌는데 바로잡아야 하는거 아니냐고. 그게 보통 일이 아닌데 어떻게 하냐고 말한다. 항상 반문한다. 여러분의 자식이나 손자가 입이 살짝 삐틀어져 있어도 그냥 살라고 할거냐? 그냥 놔둬도 된다는 생각은 대한민국이 명예를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살아도 그건 소용없다. 우리나라에 진정한 정치가와 사상가가 단 한명이 있었다면 광화문사거리를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 명박산성위의 이순신장군

 

“2008년 100만명이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를 할 때 경찰이 이순신동상 앞에 60여개의 컨테이너를 이층 바리케이드로 쌓았다. ‘명박산성’으로 불린 사진에서 의외의 이순신장군을 만났다. 그날 이순신장군은 조선시대 민란을 진압하는 관군장수처럼 눈을 부릅뜬 채 명박산성위에서 시위대에게 “즉각 해산하라 불복하는 자는 체포한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내가 알던 이순신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이 아니었을까?

 


 

내 마음속의 이순신은 순간 의심의 대상이 되었고 이순신동상의 5대의혹을 제기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가짜는 가짜일뿐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가짜가 ‘가치있는 진실’은 되지 못한다. 거짓은 가고 진실이 바로 서는 날, 짝퉁 이순신동상이 철거되고 정확한 고증을 토대로 한 진짜 이순신동상이 세워질 것을 믿는다.“

 


 

◇ 일본신사 양식 청와대 대문 전통솟을대문으로!

 


 

원래 청와대는 경복궁의 일부였지만 일제의 국권침탈후 조선총독 관저로 지어진 것이다. 조선총독부 대문 사진에 있는 등롱(燈籠)이라는 석등양식은 야스쿠니 신사를 흉내낸거다. 그런데 청와대 대문을 새로 만들며 남산에 있던 조선총독부 사진을 참고하다보니 신사의 석등양식이 들어갔다고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 대문에 일본신사 양식이 말이나 되는가. 일제가 만든 창덕궁앞 일본신사 석등은 철거를 요구해서 관철이 됐다. 그런데 왜 청와대 일본석등은 철거되지 않는가. 아직도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는건가. 누군가 용기있게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청와대를 일본식 정문으로 남게 한 요인이다. 언젠가 청와대 대문을 철거해서 아름다운 우리네 전통솟을대문으로 만들어지는 날이 와야 한다.”

 

◇ 다보탑 돌사자와 10원주화의 고민

 


 

불국사 다보탑 하단에 위치한 돌사자를 아는가. 이 돌사자는 본래 4개로 탑의 네귀퉁이에 있던 것인데 일제시대 3개를 일본놈들이 들고 갔다. 이건 현진건의 소설에도 나와 있다. 영국에 하나 팔렸고 도쿄 와코대학에 또 하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남은 하나는 입 부위가 파손돼 안훔쳐갔는데 이상한건 이 돌사자가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훔쳐간걸 들킬까봐 그랬다는 말도 있고 멋대로 위치를 바꿔놓은거다. 강력하게 항의했다. 돌사자가 하나라 이상하게 보여도 바로 이것이 일본이 조선에서 행한 야만적 행위의 증거로 삼는 교육가치로 활용해야 하는게 아니냐. 문화재청도 2012년 3월 받아들여서 원래 자리로 옮겨놓기로 했는데 며칠뒤 전화가 오더라. 이걸 옮겨놓으면 다보탑 그림이 있는 10원짜리 동전을 전부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대체 10원짜리가 몇개냐고 물었더니 75억개가 돌아다닌다고 해서 잠깐 기가 죽었다.(웃음) 돌사자 원위치는 분명히 해야 하는 일이다. 10원 동전 문제는 조금씩 새로 찍으면서 시간을 두고 교체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 우체부 모자와 짚신이 문화재? 한일협정의 문제

 

일본은 한반도 식민지배후 뺏어간 문화재들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일례로 가야왕릉 백제왕릉은 다이너마이크로 폭파해서 보물들을 가져갔고 공민왕릉에선 트럭 6대분을 싣고 갔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65년 한일협정을 하면서 고작 1332점의 ‘문화재’를 돌려받는 것으로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을 했다. (슬라이드를 가리키며) 그런데 돌려받은 문화재좀 봐라. 우체부 집배원 모자, 전주우체국장 소인, 짚신은 두짝이라고 두점으로 계산했다. 이때 돌려받은 3분의2가 지금 인사동에 가도 10만원이면 살 물건들이 허다하다. 이게 2004년까지 비밀문서로 공개되지 않았다. 내가 일본이 수탈해간 문화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걸 보고 아사히신문기자가 와서 ‘한국인은 땡깡쟁이’라며 “조약은 조약 아니냐? 국가와 국가가 맺은 협정을 무시하고 달라고 떼쓰냐?”고 하더라. 그래서 이 사람을 데리고 가서 일본이 문화재라며 돌려준 우체부 모자와 짚신 등을 보여줬더니 자기도 기가막힌지 말없이 가만있더라. 너무한것 아니냐? 한일협정으로 끝난 문제라고 생각한 패배의식에 계속 싸여있었다면 조선왕조실록과 명성황후 국장의궤가 환수되는 일은 불가능했을거다.”

 

◇ 조선의 심장을 찌른 칼

 


 

“후쿠오카에 있는 쿠시다 신사에 ‘히젠도(肥前刀)’라는 칼이 보관돼 있다. 바로 명성황후를 시해한 칼이다. 나무로 만든 칼집에는 ‘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一瞬電光刺老狐)’ 고 새겨져 있다. 1895년 을미사변 당시 경복궁의 황후 침전에 난입한 세 사람 중 한 명인 토오 가쓰아키(등(藤)승(勝)현(顯))가 사용한 칼로 1908년 쿠시다 신사에 기증했다. 2006년 일본에 있을 때 이 칼의 존재를 알게 됐다. 한 나라의 국모를 시해했으니 조선의 심장을 찌른 칼이다. 세상에 어느 나라가 남의 나라 왕비를 찔러죽인 칼을 기념물로 보관하고 있단 말인가. 당장 그 칼을 내놓으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일본이 한국을 조금이라도 두려워했다면 감히 그런 칼을 보관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걸 왜 대한민국 정부는 항의하지 못하나. 그 신사가 일본 야쿠샤들이 만든 것이라서 쫀쫀한 한국남자들이 말을 못했나? 이 칼을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 한국과 일본의 우호를 위해서라도 적절한 처분을 해야 한다. 일본이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칼을 반납해야 할 것이다.”

 

◇ 영혼을 담은 계란은 바위도 깨뜨린다

 


 

2004년 일본에서 잠시 공부할 때 조선왕조실록 진본이 일본 도쿄대학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의 왕궁 일기장이 대체 왜 일본에 있을까 알아보기 시작했다. 2006년에 우리것을 되찾자고 하니까 모든 사람들이 손사래를 쳤다. 도쿄대학을 상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하지만 영혼이 담긴 계란을 바위도 깨뜨린다는 신념을 갖고 진실의 힘으로 밀어부쳤다. 정확히 93일만에 47권의 책이 돌아왔다. 이것은 한일협정이후 최초로 돌아온 국보급 문화재이다. 그걸 돌려준다고 해서 일본에 갔더니 엉뚱한 사람들이 기자회견하면서 “문화재를 돌려준 일본의 양심세력에 감사한다”고 하더라. 아니 일본이 자진해서 돌려준것도 아니고 이걸 되찾기 위해 노력한 민간단체에게 감사해야지 엉뚱한 일본놈한테 감사하냐..그게 다 노예근성이다. 그때부터 일본만 70번을 다녀왔다.

 

인류 역사상 가장 슬프고 긴 장례식의 기록인 명성황후의 국장 의궤 1205권은 일본 천황궁의 문을 열어 제치고 찾아왔는데 이것은 일본에서도 역사적 사건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있다는 도쿄대학과 일본에서 가장 힘이 센 천황궁에서 일개 승려가 찾아왔는데 여러분들이 못할게 뭐가 있냐? 이렇게 엄청난 일들이 대대적으로 보도안된 이유가 있다. 명성황후 국장의궤가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때 정부가 취타대 환영의식을 하면서도 모든 일반인을 통제했다. 이게 널리 알려지면 한일관계에 도움이 안된다는거다. 참으로 슬픈 기억이다.”

 



◇ 배트맨과 베토벤이 똑같나?

 

2009년 미국 뉴저지에서 석달간 영어도 배우고 우리 문화재 관한 기록도 찾는 생활을 했다. 그때 카네기홀에 가서 연주회도 감상했는데 우연히 슈베르트의 ‘숭어’ 가 영어로 ‘trout'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단어를 찾아보니 송어였다. 아니, 송어는 민물고기이고 숭어(Gray Mullet)는 민물에도 살고 바다에도 사는데 슈베르트가 착각한게 아니면 이게 어찌된건가. 궁금증이 발동했다. 알고본즉 당시 어물전 사정에 어둡던 분들이 잘못 번역한 것이었다. ‘거울같은 강물에 숭어가 뛰노네~’ 하면서 학교다닐때 누구나 배웠던 이 노래를 정확하게 불러줘야 할게 아닌가. 교과부에 얘기했더니 “스님께서 물고기까지 신경쓰냐?”고 은근 타박이다. 그래서 대뜸 “배트맨하고 베토벤하고 같습니까?” 했더니 바로 알아듣더라.(웃음) 그래서 교과서도 수정하게 됐다. 잘못된건 이렇게 바로 잡아야 하고 물건은 본래 있던 제자리로 가야하는게(還至本處)) 세상의 이치다.”

 

팰리세이즈팍(미뉴저지주)=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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