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든 뉴욕의 한인 장애인들이 뜻깊은 연극(演劇)을 준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라면을 통해 봉사를 하는 뉴욕밀알선교단(단장 김자송)의 장애인들. 이들은 지난해 7월 발족한 ‘뉴아라봉(뉴욕의 아름다운 라면봉사)’의 일원으로 참여해 매달 한차례 라면봉사 이벤트를 열고 있다.

연극은 29일 플러싱의 뉴욕밀알선교단에서 예정된 올해의 피날레 행사로 밀알선교단의 정창모 집사와 뉴아라봉 대표 김성아 씨가 두달 전부터 준비해 왔다.

김성아 씨는 대학로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연극배우로 4년전 뉴욕에 유학, 학업과 배우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한국의 ‘라면 천국’ 회원들의 봉사모임인 ‘아라봉’(아름다운 라면봉사)과 인연이 닿아 뉴욕지부를 창설하고 팔도라면의 협찬(協贊)으로 라면봉사를 시작했다.

한국과 차별화된 것이 있다면 장애인들의 주축을 이뤘다는 점이다. 장애인들이 사회의 일방적인 ‘보호’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적응훈련과 재활의지를 돕기 위해 라면을 조리하고 서빙하는 최소한의 사회적응훈련에 들어간 것이다.
이들은 심각한 육체적 장애나 중증의 다운증후군과 발달장애를 겪고 있어 라면 하나 조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1년 6개월간 일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매달 한 차례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조리하고 서빙하는 경험을 통해 수준급의 솜씨를 갖추게 됐다.


행사때마다 얻어지는 라면 수익금을 모아 더 어려운 처지의 장애인들을 돕는 이들은 지난 겨울에 뉴욕의 홈리스들을 위한 라면봉사를 두차례나 열어 훈훈한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준비하는 연극 ‘100번째 프로포즈’는 한 사형수가 불치병으로 시한부 생명을 사는 소녀의 잇단 편지에 마음의 문을 열고 회개와 사랑을 전한다는 감동의 성극(聖劇)이다.


주인공인 사형수 역을 장상준 씨가 맡은 것을 비롯, 시한부환자 소희역에 유명희, 소희 엄마 김순영 씨 등 3명의 장애인이 출연한다. 목사역에는 뉴아라봉 모임때마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컬럼비아 의대 김용정 박사가 특별출연한다.


박은지. 김태형. 피터 군 등 다른 장애인들도 무대 세팅과 조명, 의상 및 연기 보조 등 크고 작은 업무를 분담하게 된다.

연습 첫날부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주인공 장상준 씨는 보행과 발성에 어려움이 있어 연기 자체가 쉽지 않지만 거울을 들여다보며 혼신의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순영씨는 뛰어난 암기력(暗記力)으로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밀알선교단의 김자송 단장은 “하루에 성경책을 40페이지씩 읽고 잘만큼 평소 읽기에 아주 열심이다”라고 전했다. 유명희 씨도 대사가 많지 않지만 아주 감성이 풍부해 기대를 하고 있다.

이들은 성탄절을 앞둔 지난 23일 모두 모여 첫 리허설을 갖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파티도 열었다. 분장을 하고 연기를 하는 것을 어색해 하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몰입하는 진지함을 보여주었다.
연기지도와 연출, 나레이션 등을 맡은 김성아 씨는 “역할을 맡은 장애인분들이 대사를 외우는데 한계가 있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주시는 송정훈 회장님과 몇분이 대사를 뒤에서 읽어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성아씨는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모든게 부족하고 엉성한 연극이지만 자신의 몸도 건사하기 힘든 장애인들이 난생 처음 연극에 도전해본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부디 많은 성원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꼬리뉴스>
29일 낮 12시 ‘행복라면’ 파티로 시작
29일 낮 12시에 시작되는 뉴아라봉 행사는 한그릇에 5달러인 ‘행복라면’을 장애우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조리와 서빙을 하는 것으로 막을 올린다.

(주)팔도의 협찬으로 제공된 100인분의 라면에 예닐곱가지의 푸짐한 부식(副食)을 가미해 장애인들이 직접 담근 김치와 함께 제공된다.
식사가 끝나면 뉴욕밀알 홍보영상 관람후 1년반동안의 뉴아라봉 활동을 조명하는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연극 공연이 이어진다. 공연을 마친후에는 간단한 다과와 함께 2012년 한해를 돌아보는 조촐한 파티가 열린다.
뉴욕밀알선교단 주소 : 142-44, Bayside AVE, Flushing N.Y. zip 1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