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포스트는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고 유가족에 사과하라!”
고 한기석씨의 충격사진으로 물의(物議)를 일으킨 뉴욕포스트에 항의하는 1인시위가 뉴욕 한복판에서 펼쳐졌다.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협회 고문이 13일 뉴욕포스트 본사가 있는 맨해튼 6애버뉴 뉴스코프 빌딩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뉴스코프는 미디어황제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욕포스트와 FOX-TV 등 미디어의 모기업이다.

뉴욕포스트는 지난 5일 고 한기석씨가 달려오는 전동차 앞 승강장에서 절박하게 매달린 사진을 커버면에 싣고 “이 사람은 곧 죽을 운명”이라는 쇼킹한 헤드라인을 달아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날 최윤희 고문은 ‘뉴욕포스트: 인간의 생명은 선정적인 제목과 무시무시한 사진보다 존중되야 한다’는 제목의 피켓을 들고 약 1시간동안 시위를 펼쳤다. 피켓은 뉴욕포스트의 선정적인 편집을 질타(叱咤)하고 독자들과 유가족에게 사과하라는 엄중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뉴욕포스트는 한기석씨에게 단 1초의 시간도 주지 않았다. 12월 5일 당신들은 고인의 가족과 커뮤니티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다. 한기석씨는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당신들의 비인간적 행위는 생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공격했다. 당신들의 저널리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체면인가? 한기석씨의 죽음은 되돌릴 수 없지만 당신들은 독자에게 사과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신들로 인해 아파하는 이들의 고통을 얼마간 달래줄 수 있다.’


1인시위가 벌어진 뉴스코프 빌딩은 세계 최대의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한 록펠러센터와 이웃한 곳으로 매일 수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오가는 곳이다. 연말을 맞아 평소보다 많은 이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온 가운데 시민들은 한 아시안 여성의 특별한 피켓시위를 유심히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피켓의 문구를 본 시민들은 “맞아(That's right!)”하고 소리치기도 하고 박수를 보내며 격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뉴욕포스트의 사진이 워낙 충격적이었던 데다가 뉴욕타임스와 NBC-TV 등 거의 모든 언론이 대대적으로 다룬 터라 이 사건을 모르는 시민들이 없었다.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의 여성은 “한기석씨의 얘기를 듣고도 너무 끔찍해서 사진을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가족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느냐. 어떻게 그런 사진을 실을 수 있는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피켓 내용을 유심히 읽던 30대 남성은 “정말 구역질나고 소름끼치는 짓이었다. 사람의 죽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신문사 관계자의 정신상태가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최윤희 고문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고 한기석씨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를 방치(放置)한다면 이 땅의 아이들이 도대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문제의 사진이 보도된지 열흘이 다 되가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뉴욕포스트에 분노를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의 뜨거운 격려에 힘이 난다는 최윤희 고문은 “뉴욕포스트는 이제라도 독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지금 이 순간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유가족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포스트가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릴레이 1인시위와 항의전화, 불매운동, 정치인들과 한인단체들이 연대하는 랠리 등 다양한 압박수단들이 동원될 전망이다.


한편 시위를 마치고 최윤희 고문은 동행한 뉴욕한인학부모협회 김상태 이사와 함께 뉴욕포스트 메신저오피스에 미리 준비한 사과요구 공문을 전달했다. 더불어 지난 6일 존 리우 뉴욕시 감사원장이 발표한 성명서와 한인정치발전위원회(KAPAC), 미주한인커뮤니티재단의 규탄성명서 등을 첨부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분노목소리 확산
최윤희 고문은 뉴욕포스트가 충격적인 사진을 커버면에 올리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고도 지금까지 사과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독자들을 무시하는 행위인만큼 독자들이 힘을 합쳐 뉴욕포스트가 잘못을 인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위에 들고 나온 피켓은 플러싱의 ‘슈퍼사인’ 피터 우 사장에 제공한 것이다. 최윤희 고문은 “피켓 제작을 의뢰했는데 내용을 본 우 사장이 뜻있는 일을 하는데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더라”고 고마워했다.

뉴욕포스트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는 뉴욕을 넘어 확산(擴散)되고 있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한인인권단체 CKA(Council of Korean American·회장 샘 윤)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뉴욕포스트가 커버 첫 페이지 전면에 한씨의 사진을 게재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그의 죽음을 이용해 상업적 이득을 취한 포스트는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CKA는 뉴욕포스트가 사과를 할 때까지 한인동포들이 트위터(@newyorkpost)를 통해 한 씨의 억울한 죽음을 계속 알리고 뉴욕포스트에 이메일(letters@nypost.com)을 보내 CKA의 성명에 지지 댓글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뉴욕일원에서 활동 중인 한인정치발전위원회(KAPAC·회장 임대중)도 11일 성명서를 통해 “반인륜적인 사진을 게재한 뉴욕포스트의 공식 사과와 담당 편집 관계자들을 해고(解雇)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