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를 매개로 한 미국의 정치인과 한국의 사진작가가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22일 미주 최초의 위안부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뉴저지 팰리세이즈팍 코리아프레스센터. 고든 존슨 뉴저지하원의원과 안세홍 사진작가의 표정은 결연했다. 두 사람은 사진전을 통해 처음 만났지만 ‘위안부 이슈’로 이미 굳건한 공조를 이루고 있다.

존슨 의원은 뉴저지 주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위안부 결의안’을 공동발의한 주역이고 안세홍 작가는 ‘위안부사진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요즘 위안부문제는 뉴욕 뉴저지 일원의 핫이슈이다.
지난 8일 미지방정부 1호인 버겐카운티 위안부기림비가 건립됐고 14일엔 팰팍타운의 시장이 일극우파의 반기림비 압박을 폭로했다. 또 19일엔 미주에서 처음 기획된 위안부사진전이 코리아프레스센터 갤러리에서 개막됐고 21일엔 역사적인 위안부결의안이 뉴저지주의회를 통과했다. 이튿날엔 뉴욕의 홀로코스트센터가 위안부이슈를 글로벌이슈로 알리겠다는 깜짝발표까지 했다.
존슨 의원과 안 작가가 공동회견을 가진 것은 한인사회에 전날 통과된 위안부결의안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위안부사진전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당부하기 위해서다. 존슨 의원은 “이번 결의안은 일본군국주의에 의해 기본적인 인권을 유린당했던 여성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육의 의미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의안 채택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위안부 이슈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게 계속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팰팍에서 열리는 위안부사진전에 많은 한인들이 와줄 것”을 당부했다.
존슨 의원은 이번 위안부사진전의 호스트 역할도 맡고 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미디어조아의 한지수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덕분이다.

이번 사진전은 중국에 남겨진 한국인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들을 주제로 한 것이다. 안세홍 작가가 지난 2001년부터 중국 각지의 피해 할머니들과 인연을 맺은 이후 사연이 담긴 사진 4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안세홍 작가는 “전쟁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중국에 남겨진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채 반세기 이상을 고통속에 살았다”며 역사속에 가려진 그들의 아픈 삶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리지필드의 데니스 심 의원과 잉글우드클립스의 글로리아 오 시의원도 함께 해 안세홍 작가를 격려하고 결의안 채택을 위해 노력한 존슨 의원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미디어 조아의 한지수 대표는 “한인들이 밀집한 버겐카운티에서 이런 뜻깊은 전시회를 열게 돼 기쁘다. 미국은 정의와 인권이 살아있는 나라이므로 위안부이슈가 한인사회는 물론, 미주류사회에까지 더욱 널리 퍼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2001년부터 중국에 남겨진 위안부할머니 조명
안세홍(42) 작가는 중고교 시절 취미로 카메라를 잡았다. 이후 대학에 들어가 학보사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다가 민주화운동 등을 기록하는 사회사진연구소에서 본격적으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다음은 안작가를 인터뷰한 천지일보의 주요 내용.
안 작가는 기존의 다큐멘터리 사진처럼 기록성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다큐멘터리에 예술성을 가미하는 데 주력했다. 안 작가의 위안부사진전 이름은 ‘겹겹’ 전시이다. 할머니들의 깊게 패인 주름에는 70년동안 쌓인 슬픔과 분노가 겹겹이 쌓여있다는 전시회 취지문에서 타이틀의 의미는 쉽게 드러난다.
그는 지난 1996년 취재차 찾은 ‘나눔의 집’에서 처음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났다. 이후 3년간 나눔의 집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할머니들의 애환을 듣게 됐고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식을 접하게 됐다.

안 작가는 2001년 한국정신대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중국에 있는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러 갔다. 그곳에 머물며 할머니들의 모습과 사연을 사진으로 담았다.
“일본은 패전과 동시에 할머니들을 오지산간에 버려두고 도망갔어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던 할머니들은 당시 군부대가 있던 지역에 그대로 살고 계셨어요. 마음이 매우 아팠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못 드려서 죄송했죠.”
안 작가는 지난 2003년 한 차례 서울에서 사진전을 개최한 이후 지난해부터 일본 오사카와 나고야 지역에서 위안부에 대해서 강연했다.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으로 많은 일본인이 위안부 문제를 모른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안 작가는 지난해 3월부터 강연과 사진전을 병행하는 ‘겹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해 6월 도쿄 니콘 살롱에서 개최된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위안부 할머니들’ 사진전은 일본 사회에서 위안부문제를 다시금 각인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당시 니콘측은 일본 우익의 압력으로 전시회 취소롤 통보, 안작가가 소송을 제기해 간신히 전시회는 열렸으나 많은 방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장소대관을 취소해 화가 났지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니콘이라는 카메라회사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바로 위안부 문제 때문에.’ 이 내용이 법정소송까지 간다면 이미 사진전시 홍보 효과는 마친 셈이었고 실제로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