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봉사를 통해 동포사회의 그늘진 곳을 보듬는 ‘뉴아라봉(뉴욕의 아름다운 라면봉사)’이 이번엔 장애우들이 만드는 설렁탕면으로 훈훈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한국 최대의 라면동호회 ‘라면천국’ 회원들이 라면 봉사활동을 하는 아라봉의 첫 번째 해외 지부인 뉴아라봉은 17일 플러싱 뉴욕밀알장애선교단에서 9월 행사를 성황리에 가졌다.
뉴아라봉을 이끄는 배우 김성아 씨와 뉴욕밀알장애선교단의 정창모 집사, 박남순 전도사와 황순희 집사 등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한 이날 행사는 장애인들의 요리실습(料理實習)을 위해 마련됐다.
메뉴는 한국 야쿠르트에서 지원한 진국설렁탕면. 7월 첫 행사때는 비빔면, 8월의 일품짜장면에 이어 매월 메뉴가 다른 것은 장애우들이 다양한 조리 경험을 습득토록 하기 위한 뜻도 담겨 있다. 물론 이날도 단순히 면과 스프를 끓여서 제공한 것이 아니라 여덟가지의 푸짐한 맛내기용 부식들이 가미돼 호평을 받았다.
삶은 사태고기를 두시간이나 삶는 등 떡국떡과 고명(흰자 노른자) 다진파, 김가루, 양념단무지와 우유에 이르기까지 김성아 씨가 전날부터 준비한 다채로운 부식을 차려놓고 장애우들은 마치 소풍이라도 온듯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photo by 김성아
오전 11시 경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하는 가운데 봉근 군과 태형 광국 피터 순영 명희 씨 등 장애우들은 노윤선 양 등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둘러앉아 사태 고기를 잘게 뜯으며 즐거운 요리 준비에 들어갔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면을 익히고 건져낸 다음 고명 등 여러가지 재료들을 솜씨있게 뿌리며 서빙까지 하는 역할을 소화했다. 처음엔 다소 서툴러 면이 덜 익혀지기도 했지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면서 결국 완벽하게 진국 설렁탕면을 조리할 수 있었다.
웨체스터에 사는 피터 군은 김성아 씨의 조언에 따라 설렁탕면을 완성한 후 직접 식판을 들고 이날 참석한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피터 군은 “재밌어요. 라면만드는게 재밌어요. 맛 있어요?”하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태영군의 설렁탕면을 맛있게 먹은 민병옥 씨는 “이 세상에서 먹어본 가장 맛있는 설렁탕면이었다”며 “오늘 장애우 친구들이 너무나 훌륭하게 조리도 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식사를 마친 후 밀알장애인선교단에서는 교회 찬양팀과 장애우들이 어우러져 함께 노래하는 등 흥겨운 뒷풀이가 이어졌다.
뉴욕=민지영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10월 코리안퍼레이드 장애우들 맨해튼 라면봉사
뉴아라봉의 대표 김성아 씨는 “행사를 거듭할 수록 우리 장애우들의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 다음번에는 야외로 나가 본격적인 라면봉사활동을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아 씨는 "아직 행사가 잡히지는 않았지만 우리 장애우들이 솜씨를 발휘할 무대가 곧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photo by 김성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