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6명의 학생들이 UBC 밴쿠버 캠퍼스 기숙사에서 조용히 짐을 쌌다. 세계의 많은 나라 학생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돌아가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들은 특별했다. 북한에서 온 교수들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교수들이 캐나다의 명문 UBC 밴쿠버 캠퍼스 기숙사에서 2년째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체 어떤 연유로 북한의 교수들이 캐나다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을까.
캐나다의 유력지 내셔널포스트가 지난 2일 ‘북한의 캐나다교실’ 제하의 기사로 북한과 UBC의 특별한 학술교류를 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UBC는 북한과 ‘지식파트너십 프로그램(KPP)’을 체결하고 지난 2011년부터 매년 북한의 교수들을 초청하고 있다, KPP는 북미에선 북한과 유일하게 체결한 학술교환 프로그램으로 한국출신의 박경애 교수(정치학)가 산파역을 맡았다.

phot by UBC/내셔널 포스트
내셔널 포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의 교수들이 서방의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을 ‘야곱의 사다리’에 비유하며 70년대 미국이 ‘핑퐁외교’로 외교정상화를 꾀한 것처럼 이 프로그램이 북한의 개방을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박경애 교수는 “캐나다와 북한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선 먼저 학술교환이 필요하다”면서 “KPP는 상호관계를 위한 첫 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매년 6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외부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북한의 교수들은 그동안 학부와 대학원에서 영어와 국제무역, 금융, 경제 등의 과목을 수강하고 돌아갔다.
내셔널포스트는 “북한교수들은 기숙사에 머물며 정규과목을 수강하고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생활했다. 특별한 대접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간이 날때는 토론토까지 여행도 가고 은행 매니저와 기업체 임원 혹은 캐나다의 자유시장경제 전문가들을 만나기도 했다.
신문은 “북한 교수들에게 캐나다에서 비즈니스 하는 법을 설명해주기도 했다”는 박경애 교수의 말을 전하며 런던올림픽에서 북한선수단이 선수촌에서조차 다른 나라 선수들과 어울리는 것이 금지된 것에 비하면 이같은 유연성은 특기할만하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2010년이다. 그녀는 내셔널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개혁’이나 ‘자본주의’ 등의 표현을 삼가는 등 아주 조심스러운 모습을 취했다. 시작단계인 프로그램이 북한측을 행여 자극해 교류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연세대를 졸업한 박교수는 UBC의 한국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90년대초부터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북한과 2001년 장 크레티엥 총리시절 외교관계를 맺었지만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에 동참하면서 관계가 다소 소원(疎遠)해졌다.
그런만큼 이 프로그램이 대외적으로 비쳐지는 모습도 신경을 쓰고 있다. UBC의 폴 에반스 아시아연구소장이 2011년 학보를 통해 “KPP 프로그램은 북한정권을 지원하는게 아니라 단지 교류의 물꼬를 트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교수는 “올 여름 또 한 팀의 북한 교수들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궁극적으로 북한의 대학생들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UBC,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

<사진=내셔널 포스트 홈페이지>
UBC는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바다를 끼고있는 Point Grey에 위치하고 있다. 캠퍼스 면적만 14.13km²에 이를만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이다.
UBC 캠퍼스와 그 인근 지역은 밴쿠버시의 제약을 받지 않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으며, 밴쿠버 경찰이 아닌 RCMP라는 연방경찰이 순찰(巡察)을 한다.
UBC 밴쿠버 캠퍼스는 3개의 위성 캠퍼스가 있다. 사회 대학원 성격의 Robson Square 캠퍼스와 의대 학생을 위한 밴쿠버 종합병원 캠퍼스, 약간의 수업이 진행되는 Northern Way 캠퍼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