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짜리 꼬마가 공기권총을 겨누고 있다. 열한살짜리는 반자동소총을 넋이 빠진듯 바라보고 세살백이는 신이 나서 돌아다니고 있다.
아이들에겐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총들이 아주 멋진 장난감으로 보일 것이다. 미국서 어린이들의 총기사고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미총기협회(NRA)가 어린이들이 즐기는 총기쇼를 벌여 비난이 일고 있다고 데일리뉴스가 5일 전했다.

지난 4일 휴스턴에서 열린 NRA 컨벤션 행사장에서 수백명의 어린이들이 총을 들고 웃고 떠드는 진풍경(珍風景)이 펼쳐졌다. 이 모습은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참사 피해자들의 가족에게 또한번의 아픔을 주었다.
지난해 12월 샌디훅초등학교 총기참사에서 여섯 살 아들 제시 루이스를 잃은 엄마 헤슬린은 “총을 들고 노는 저 아이들을 보세요. 숨진 우리 아들과 같은 나이에요”하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헤슬린은 NRA 멤버들에게 총기규제를 촉구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가 천진난만(天眞爛漫)한 어린이들이 총을 들고 노는 모습을 봐야 했다. 그녀는 “이건 옳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샌디훅초등학교에서 희생된 돈 혹스프링 교장의 딸 에리카 래퍼티도 행사장 밖 시위에 합류했다.
NRA 짐 포터 회장은 상원의 총기거래 수표 조회를 확대하는 법안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의 우리 친구들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오바마가 망가뜨리려는 친구들을 도울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사람들은 지난 대선에서 미국이 패배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선거는 그것만이 아니다. 개인의 총기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뒤흔드는 두 번째 선거가 있다”며 총기규제움직임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장에서 새뮤엘 윌리(11)는 5개월전 애덤 란자가 뉴타운에서 난사한 총과 같은 검은색 AR-11을 쳐다보고 있었다. 새뮤엘의 아버지 데이빗 윌리(50)는 “총기규제따위는 집어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텍사스 게인스빌에 사는 앤드류 디츠(10)는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소총을 받았다. 디츠는 “누군가 나를 공격하면 총이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NRA의 크리스 콕스 전무는 총기규제를 위해 엄청난 광고비를 쏟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을 겨냥해 “500만명의 NRA 회원들도 돈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상식이란게 있다. 블룸버그 시장은 우리의 자유를 사려고 하지말고 캐리비안베이에서 요트나 즐기며 돈을 쓰는게 좋을 것”이라고 빈정댔다.
뉴욕=임지환특파원 jhlim@newsroh.com
<꼬리뉴스>
NRA ‘사격술향상’ 내걸고 1871년 창립
전미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는 1871년 11월 17일 미국인들의 사격술을 향상시킨다는 기치를 내걸고 뉴욕에서 발족했다. 1872년 뉴욕주(州)의 지원을 받아 롱아일랜드에 사격장 크리드무어를 건설하고, 이듬해 첫 사격대회를 열었다.
1903년부터는 미국 젊은이들에게 스포츠로서의 사격을 권장하기 위해 미국 전역의 주요 대학·대학교·군사학교 등에 총기 클럽을 설치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1906년까지 젊은이들을 위한 사격 프로그램을 통해 200여 명의 소년들에게 사격술을 가르쳤는데, 이 프로그램은 4H클럽·보이스카우트·군대·미국청년상공회의소 등에서 해마다 100만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사격 프로그램의 성공에 힘입어 전미총기협회는 오하이오주의 톨레도 동쪽 이리호(湖) 연안에 새로운 사격 시설을 건설하고, 해마다 전국 사격대회를 열었다. 그 뒤 2개의 협회 잡지를 발행하면서 미국 국민들에게 새로운 화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NRA는 개인의 총기 소유 합법화를 주장하는 미국 최대의 로비 단체로, 막대한 자금력·조직력·동원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해마다 총기로 인한 사살 건수가 1만 건 안팎에 달하는 총기 살인 대국 미국이 총기 규제의 법제화를 추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