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전사(戰死)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44년만에 생존이 확인된 미군의 사연이 다큐영화로 만들어져 관심을 모은다.
데일리뉴스는 30일 1968년 실종된 미군 존 하틀리 로버트슨(76) 하사의 사연이 이날 개막한 토론토 다큐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됐다고 보도했다.

로버트슨 하사는 비밀작전을 수행하던 헬기가 추락, 베트콩에 생포돼 감옥에서 고문(拷問)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1년후 풀려난 그는 감옥에서 자신을 치료했던 간호사와 결혼했으며 아내의 죽은 전 남편 이름인 ‘당 탄 응곡’을 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쟁의 충격과 오랜 세월로 영어는 물론, 가족들의 이름도 잊어버린 상태였다.
그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베트남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하던 참전용사 톰 파운스에 의해서다. 우연히 로버트슨 하사의 이야기를 듣게 된 그는 베트남과 미국을 수없이 오가며 신원 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그가 미국과 관련한 모든 기억을 잃고 베트남 이름까지 쓰고 있었기때문에 오랜 노력의 시간이 필요했다.
파운스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베트남에서 죽어간 동료들의 얼굴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전사한 미군은 약 6만명으로 로버트슨 하사는 그간 전사자로 분류돼 워싱턴 DC의 전몰장병추모관에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로버트슨 하사의 사연은 이날 개막한 토론토 핫 다큐페스티발에서 마이클 조겐슨 감독의 ‘언클레임드’라는 영화로 소개됐다. 조겐슨 감독은 “로버트슨 하사의 스토리는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로버트슨의 누나인 진 로버트슨 홀리(80)는 처음 동영상을 통해 동생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 확신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나중에 동생을 만나서 얼굴을 두손으로 감싼 채 눈을 바라봤다. 내 동생이 맞았다”고 당시의 감격을 되새겼다.
다큐영화에 참여한 베트남출신 번역가 휴 트랜은 “로버트슨이 미국 액센트가 전혀 없는 완벽한 베트남어를 구사하고 있다”면서 “솔직히 누나와 상봉할 때까지 그가 실종 미군이라는 것을 믿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로버트슨하사 미국에 아내와 두 자녀 있어
로버트슨은 미국에 아내와 두 자녀가 있었다. 이들은 로버트슨의 신원확인을 위해 DNA 테스트에 동의했다가 나중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겐센 감독은 “로버트슨 하사가 실종이후 새로운 삶을 살았듯이 그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였다”면서 “사람들은 그가 다시 미국에 오고 싶어한다고 믿지만 그는 베트남에서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