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를 드리려고 왔는데 한국분들밖에 없네요?”
김어준 딴지그룹 총수는 다소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말했다. 5일 뉴욕 맨해튼 남단 주코티 공원. 나꼼수(나는 꼼수다)의 김어준 총수와 김용민 교수, 주진우기자 일행은 예상을 뛰어넘는 한인들의 환영열기에 적이 놀란 표정이었다.
이날 뉴욕에 도착한 김어준 씨 일행은 지난 여름이래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의 본산으로널리 알려진 주코티 공원을 찾아 시위대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시위대를 위해 50판의 뉴욕피자를 준비했지만 공원에 입장하자마자 둘러싼 것은 나꼼수 팬들과 취재진 등 100여명의 한인들이었다.
김어준 총수는 “오큐파이(월가점령)의 정신이나 나는 꼼수다의 정신이나 같은 맥락이고 격려 의미에서 피자를 전달하려고 왔는데 먹을 사람들이 없네?”하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미 월가 시위대는 먼저 도착한 10판의 피자를 꺼내 삼삼오오 모여 맛있게 먹고 있는 중이었다. 이들 시위대는 피자를 제공한 나꼼수의 김어준 총수와 악수하며 “남은 피자 한조각이라도 맛보라”고 권해 김총수가 이를 맛보는 등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김어준 씨 일행이 입장하자 일부 한인들은 환호성과 함께 “나꼼수! 나꼼수!” “김어준! 김어준!” 연호하고 셀폰으로 사진을 찍는 등 스타들이 팬사인회장에 나타나는 것과 같은 열기를 보였다.
공원에서 약 30분간 머문 일행이 공원을 나와 다섯블럭 아래 대기하고 있는 미니밴을 타기 위해 걸어가자 이들을 따라가며 사인도 요청하는 등 팝스타의 열성팬들을 방불케 했다. 한 20대 여성은 “한국에서 여행 왔는데 마침 나꼼수 분들이 주코티 공원을 방문한다고 해서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말했다.
○…‘월가 점령’ 본부의 마크 아폴로 아웃리치 리더는 나꼼수 일행에 시위대와 함께 몇 블록을 행진하자고 제안, 김어준 총수가 이를 받아들였으나 취재진과 한인팬들의 열기로 퇴근길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것을 우려해 공원안에서 짧게 약식행진을 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일부 시위대는 돌아가는 김어준 총수에게 따라가 감사의 말을 전하고 뉴욕에 대한 인상이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공원에는 진보그룹인 김동균 목사 등 한인들이 나꼼수 일행을 맞았다. 김동균 목사는 “이곳에도 워킹 그룹이 있으니까 나꼼수하고 같이 SNS 통해서 공조하자”고 제안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나꼼수를 환영한 한인 중에는 뉴저지 에디슨에서 온 모녀도 있었다. 딸 강물결 양을 데리고 왔다는 노정순 씨는 “이곳 맨해튼까지 두시간도 더 걸렸지만 이렇게 직접 보고 기념사진도 찍어 너무 좋다”며 함박 미소를 지었다.
○…나꼼수 트리오중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는 뉴욕을 방문한 경험이 여러번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진우 기자는 일년에 한두번 취재 때문에 뉴욕을 찾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시사평론가 김용민 교수는 “태어나서 미합중국에 처음 왔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통령되고나서 미국에 처음 왔는데 나도 그렇게 됐다”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주코티공원(뉴욕)=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