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에 남설봉 북조주가 있다면 한국에는 남진제 북송담이 있다.’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선지식 진제(眞際) 대선사(大禪師)가 11일 미동부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 사찰 원각사를 깜짝 방문했다.
진제 큰스님은 인천 용화사의 송담 스님과 더불어 ‘북송담 남진제’로 불리는 선지식으로 대구 동화사의 금당선원과 부산의 참선도량 해운정사의 조실(祖室)로 있으면서 한국 불교의 선맥을 대표하고 있다.
진제 대선사가 생애 첫 미국 방문을 하게 된 것은 오는 15일 맨해튼 리버사이드 처치에서 ‘간화선을 통한 동서양의 만남’을 주제로 한 뉴욕대법회를 봉행하기 위해서다. 당초엔 방문 일정이 없었으나 미동부의 대표적인 한국사찰 원각사에서 이날 추석 합동차례가 봉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불자들을 위해 어려운 걸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제 대선사는 특별법문에서 “법회일을 맞아 많은 분들을 보게 되어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어떻게 하면 바른 수양을 해서 금생에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인지, 세상에 가지가지를 즐기면서 사는게 좋으냐? 고고하게 맑은 산에서 진리를 추구하며 사는게 좋으냐?”고 물었다.
이어 “세상에 봄 아닌 곳이 없다. 산에도 들에도 천지가 봄이다. 사람의 마음바탕은 본래 봄의 경치(진리)를 누릴 수 있는데 참 나를 찾지 않고 억만생을 나고 죽는 고통을 짊어지고 있다. 부모에게 나기전에 어떤 것이 참 나인지를 알려면 바른 지도자 밑에서 바른 수행과 바른 참선을 해서 바른 정안(正眼)이 열릴 때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라며 참 나를 찾기 위한 화두(話頭)를 참구(參究)할 것을 권했다.
합동차례 법회를 위해 원각사 큰법당에 모인 불자들은 예상치 못한 진제 대선사의 방문에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안삼석 씨는 “미국에 이민오기전에 부산의 해운정사에 다니며 큰스님을 오래도록 뵈었는데 이렇게 뜻하지 않게 뉴욕에서 뵐 줄은 몰랐다. 더욱이 가슴에 남을 화두까지 얹어주시니 기쁘기 한량없다”고 말했다.
대선사는 “선승이 이번에 미국 땅에 오게 된 것은 자유의 땅 미국에 모든 인류가 참 나를 발견해서 억만겁이 되도록 진리를 위한 수승 공덕의 인연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라며 15일의 특별대법회에 많은 참석을 당부했다.
이날 대법회는 세계 종교지도자와 학계 인사, 일반 선수행자, 현지 대학생 등 20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뉴욕 중심부에서 한국 불교를 전파하는 대규모 법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진제 대선사는 동양 정신의 정수를 담은 한국의 간화선 수행법에 대해 설법하고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도 갖게 된다.
진제 대선사를 시봉하는 동화사 금성 스님은 “대법회에선 참석자들에게 영문으로 된 큰스님의 ‘바른 참선법’을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10년째 큰스님을 시봉하는 금성 스님은 2007년 큰스님의 법어집 ‘옛 못에서 달을 건진다’ 편찬 작업을 맡은 바 있다.
진제 대선사는 또 16일엔 미국의 저명한 신학자 폴 니터 교수와 ‘종교 간 평화 대화’를 하게 돼 관심을 모은다. 니터 교수와는 지난해 12월 동화사에서 1천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1차 ‘종교간 평화의 대화’를 나눈바 있다.
당시 니터 교수는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서울 봉은사와 대구 동화사에 들어와 불교를 폄하하고 그리스도교의 승리를 선언한, 소위 ‘땅밟기’는 종교적 폭력이며 이 원인들은 근본적으로 그리스도교만이 모든 인류에게 유일하게 유효한 종교라는 잘못된 관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 우월성과 배타성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기독교인으로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총 660만 달러 원각사 대작불사 순조롭게 진행
이날 추석 합동차례 봉행에 앞서 주지 지광 스님은 원각사 대작불사 추진 현황을 불자들에게 알리는 시간을 마련했다. 총 예산 660만 달러가 소요되는 원각사 대작불사는 현재 300여만 달러의 재원이 확보된 가운데 건축허가 승인절차 등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광 스님은 대웅전과 선방, 요사채, 지장보살을 모신 납골당 등의 건축계획을 프로젝터를 이용해 상세히 소개하고 원각사 대작불사가 원만성취(圓滿成就)되도록 불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점심 공양이 끝난후 진제 대선사는 지광 스님과 정화섭 원각사 불사추진위원장 등과 함께 경내에 조성된 석가모니청동불상과 부처님 진신사리탑, 한국식 목조 대웅전 부지를 30여분간 꼼꼼이 둘러보는 모습이었다.
진제 대선사는 “참으로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불사가 마무리 되면 훌륭한 대가람이 되겠다”며 깊은 관심을 표했다. 큰스님은 “다만 대웅전의 경우 지금 예정한 위치보다 조금 내려온다면 청동대불과 함께 아주 조화롭고 편안한 느낌을 주게 될 것”이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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