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핵프로그램과 관련, 한국에 이란으로부터 석유수입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17일 한국을 방문한 미 국무성의 로버트 아인혼 비확산군축특별조정관이 “우리의 우방들이 이란이 진지한 협상을 하도록 압력을 넣는데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시민단체가 미국의 압력에 항의하는 시위 사진을 곁들여 눈길을 끌었다.
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한국의 외교통상부 김재신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 “특히 우리는 한국이 이란산 원유 구매와 이란중앙은행과의 금융거래를 줄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타임스는 한국이 수입하는 총 원유의 10%가 이란산이라고 소개했다.
타임스는 대북 방어를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이 북핵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미국과 공조(共助)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란핵프로그램에 관한 성공적인 제재가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한국에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은 갑작스런 수입삭감은 에너지위기와 오일가격 급등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올 주요 정책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으로 꼽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이 때문에 한국은 제재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얼마나 수입을 줄일 것인지에 대해선 결정을 미뤄두고 있다.
김 차관보는 “많은 한국인들은 이란에 대한 제재강화(制裁强化)가 국제시장의 원유 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인혼 조정관은 “미국은 우방들의 경제적 관심사에 아주 유의하고 있다”면서 “국제원유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란에 압박을 가할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공조가 이란에 확실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많은 한국인들이 우려하는 부작용없이 그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은 이란석유 금수(禁輸) 조치를 단행하기로 한 가운데 이란은 자국 석유금수조치를 할 경우 세계 석유운송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고 있다.
뉴욕=임지환특파원 jhlim@newsroh.com
<꼬리뉴스>
“북핵막고 싶으면 이란핵도 막아라” 아인혼 압력
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오전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가진 김재신 외교통상부 차관보와의 면담에서 “이란과 북한의 상황은 연결된 문제”라며 한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모습이었다.
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오후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도 차례로 방문, 실질적인 이란산 원유수입 감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주문하는 등 강경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지난 1일 발효된 미국의 국방수권법은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 주체도 미국의 금융기관과는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와 이란간 원유 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국방수권법의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비중 있는(significant)’ 규모로 줄여야 한다.
이란산 원유 수입을 아예 중단한 유럽연합은 물론 일본까지도 단계적 감축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 정부에 이란 제재 동참을 촉구하고 나섬에 따라 상당한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기업 차원의 수입대체 노력을 통해 비율을 하향 조정한다는 방침아래 “경제적 피해가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수입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