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인3남매가 진도아리랑과 도라지타령을 부르고 백인신사가 한국말 연극을 하는 보기드문 장면에 관객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11일 뉴욕 브롱스의 인테크 아카데미 강당에서 뜻깊은 축하행사가 열렸다. 해외 한국학교로는 가장 역사가 깊은 뉴욕한국학교 개교 40주년 행사였다. 뉴욕한국학교는 지난 1973년 7명의 교사와 32명의 학생들로 개교(開校)했다.

당시만해도 한국어 교육은 교회를 중심으로 주말 한글학교가 고작이었다. 뉴욕한국학교는 한인 2세, 3세들을 위한 해외 최초의 종합교육기관이었다. 공립학교 시설을 빌린 주말학교이지만 한글은 물론, 한국역사와 노래, 서예 무용, 태권도, 민속놀이, 연극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정체성 함양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맡았기때문이다.


뉴욕한국학교 설립자인 허병렬(87) 이사장은 무려 68년간 현역교사로 활동중이다. 한국인으로선 최장기간이자 최고령 교사의 기록을 갖고 있다. 뉴욕한국학교는 그후 생겨난 수많은 한국학교의 ‘본보기’가 되었다. 미 전역의 한국학교와 교사들을 아우르는 ‘NAKS(미주한국학교협회)’가 1980년 창립된 것도 뉴욕한국학교 덕분이었다.


그간 배출한 졸업생만 약 7천명. 문집도 60호를 발행하는 등 뉴욕한국학교는 미주한인2세교육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개교 40주년 행사는 허병렬 이사장을 비롯, 문윤희 재미한국학교 동북부협의회장, 민병갑 퀸즈칼리지 교수, 이석 교육원장, 최선경 교장, 박종권 교사 등 400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이날 가장 인기를 모은 것은 어린이합창단과 개교40주년 기념 특별연극 ‘심청, 뉴욕에 오다!’였다. 특히 도라지타령과 진도아리랑을 부른 캇킨 3남매는 보는이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했다.
어지간한 한국인들도 다 외우지 못하는 긴 가사를 반주도 없이 완벽하게 소화했기 때문이다.

발음은 다소 어눌했지만 전통민요의 ‘멋’과 ‘흥’을 제대로 표현하는 꼬마 3남매의 열창은 기립(起立)박수(拍手)를 받기에 충분했다.


앞서 열린 ‘심청, 뉴욕에 오다!’도 큰 호응을 얻었다.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대거 참여한 이 연극은 허병렬 이사장이 극본과 연출을, 김수진교사가 조연출을 맡아 지난 몇주간 맹연습을 했다.



정성껏 만든 소품들이 눈길을 끈 가운데 민속의상을 차려입은 아마추어 배우들은 서툴지만 최선을 다한 열연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심청전의 고유이야기로 전개되던 연극은 8장에서 깜짝 스토리가 이어진다. 뉴욕시장이 등장해, 눈을 뜬 심봉사와 심청에게 미국 시민증을 수여하는 신이었다.

뉴욕시장은 “아름다운 나라(미국)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야하기 때문에 시민증을 수여한다”고 말한 후 함께 덩실덩싱 춤을 춰 웃음을 자아냈다.

유창한 한국어 연극으로 주목을 받은 주인공은 화장품회사인 에스티로더 한국지사장을 8년간 역임한 크리스토퍼 우드 씨였다. 한국이 너무 좋아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인과 결혼했다는 그는 이날 연극에 부인 최지숙씨와 천사와 사랑 두 자녀까지 온 가족이 연극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꼬리뉴스>
코리아태권도 꼬마들 패기에 갈채

이날 잔치는 코리아태권도(대표 레지나 김)와 뉴욕한국학교 태권도반의 시범에 이어 윤도현의 락음악 ‘아리랑’을 북과 소고(小鼓)로 연주하는 ‘둥!둥둥!! 뉴욕한국학교 아리랑’ 연주와 전통무용으로 절정으로 치달았다.

하객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으며 환한 미소를 짓던 허병렬 이사장은 “개교 40주년 기념선물로 심청을 뉴욕에 초대한 이유는 자녀가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웃사랑, 나라사랑, 인류사랑으로 확대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날 우리 어린이들과 함께 귀한 선물을 만들어보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