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깔이 문제였다.
텍사스 오스틴에 사는 한 백인 할아버지와 흑인손녀딸이 걸어서 귀가를 하다가 경찰에 두차례나 체포된 사연이 알려져 씁쓸한 뒷맛을 남겨주고 있다.
13일 뉴욕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스캇 헨슨이라는 전직기자는 블로그 ‘Grits for Breakfast’ 를 통해 자신과 손녀딸이 경험한 사연을 통해 미국의 공권력(公權力)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헨슨이 봉변을 당한 것은 지난 10일 밤. 다섯 살짜리 손녀딸 타이(Ty)와 함께 롤러스케이팅장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이었다. 타이의 엄마는 헨슨의 대녀(代女)로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이들은 한 가족으로 지냈다.
헨슨은 여느 할아버지처럼 평소 손녀딸을 봐주고 이날도 손녀에게 롤러스케이팅을 태워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문제는 그날 아내가 승용차로 데려오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손녀딸과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던 그는 길에서 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백인 남성이 흑인 여자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을 유괴로 오인한 것이었다. 경찰은 그를 타이로부터 떼어놓고 타이에게 같이 가는 남성이 누구냐고 물었다.
“우리 할아버지에요.”
경찰로부터 풀려난 헨슨 일행의 안도도 잠시 얼마 안가서 또다른 경찰에 의해 제지됐다, 이번엔 무려 다섯 대의 경찰차가 출동해 그들을 놀라게 했다.
경찰차에서 튀어나온 경찰들은 전자총을 겨누며 헨슨의 팔을 올리게 했다. 헨슨은 “경찰 명령에 순순히 따랐는데도 그들은 거칠게 내 손에 수갑을 채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아이의 할아버지라고 설명했지만 경찰은 귀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손녀딸이 맞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다. 그러는동안 타이는 무서워서 한 구석에 울고 있었다.
이들 경찰은 타이에게 “할아버지가 맞냐?” 고 물었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수갑을 풀어주었다. 길고 힘들었던 귀가길이었던 셈이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꼬리뉴스>
“경찰 실수에도 사과안해”
오스틴 경찰국은 12일 데일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10일 헨슨을 어린 흑인여아를 유괴하는 용의자로 판단해 검문했다”고 시인하고 “여자아이의 엄마에게 할아버지가 맞는지 통화를 하고나서 풀어주었다”고 밝혔다.
경찰로선 의심이 가는 용의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헨슨은 이전에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고 블로그를 통해 지적했다. 그는 “내가 존 딜린저(1930년대 악명높은 은행강도)였다면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와 멀쩡하게 길에서 돌아다니겠냐?”며 경찰의 과잉대응(過剩對應)을 비판했다.
그는 “경찰은 자신들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섯 살짜리 손녀딸에게 이같은 경험을 하도록 한게 화가 난다. 손녀딸이 앞으로 경찰을 신뢰하는대신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