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초기역사를 다룬 무성영화 ‘아티스트’가 최우수 작품상 등 주요 부문 5개상을 席卷(석권)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 시대 최고의 연기파배우 메릴 스트립은 통산 세 번째 아카데미상의 주인공이 되었고 82세 할아버지 배우 크리스토포 플러머는 최고령수상기록을 세우는 등 풍성한 화제를 낳았다.
26일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4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아티스트’는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의상상을 수상했다. 11개 부문의 최다 지명을 받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3D어드벤처 영화 ‘휴고’도 5관왕을 차지했지만 촬영상, 시각효과상, 미술상, 음향편집상, 음향상 등 기술 부문에 걸친 것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아티스트’의 장 뒤쟈르댕은 프랑스배우로는 첫 오스카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 해 칸국제영화제와 올해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디센던트’의 조지 클루니와 '머니볼'의 브래드 피트 등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쳐 기쁨이 배가됐다.
이 작품에서 무성영화시대의 스타 조지 발렌타인역을 연기한 그는 수상직후 소감에서 “여러분의 나라(미국)를 사랑한다”며 관객들을 웃긴 후 “만일 발렌타인이 이 자리에 섰다면 ‘끝내준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성영화가 오스카상을 수상한 것은 무성영화 시대인 1927년 Wings이후 85년만에 처음이다. 이 영화를 감독한 프랑스의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은 “오스카 트로피를 받았는데 수상 소감을 잊어버렸다.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감독”이라고 감격을 이기지 못했다.
‘아티스트’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1920년대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무성영화 톱스타 조지(장 뒤자르댕 분)와 유성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페피(베레니스 베조 분)의 사랑을 그린 흑백 무성영화로 3D와 최첨단 기법으로 범벅이 된 현대 영화계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여우주연상은 영화 ‘철의 여인’에서 영국 전 총리 마가렛 대처 역을 표정과 말투까지 완벽하게 소화한 메릴 스트립에게 돌아갔다. 아카데미에서 총 17번이나 후보로 지명된 메릴 스트립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1982년 영화 ‘소피의 선택’이후 30년 만이다.
메릴 스트립은 “내 이름이 발표된는 순간 미국인의 절반이 왜 다시 메릴 스트립이 됐냐고 묻는것 같았다”며 세 번째 수상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여우조연상은 ‘더 헬프’의 옥타비아 스펜서가 차지했고 82세의 노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더 비기너스’로 역대 최고령 남우조연상의 기록을 남겼다.
그는 오스카상이 84회째라는 것을 빗대 "여보, 당신은 나보다 겨우 두 살이 많군요. 내 인생과 함께 한 당신이었어요(You’re only two years older than me darling — where have you been all my life.)”라는 감동적이며 재치있는 소감으로 起立(기립)拍手(박수)를 받았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꼬리뉴스>
82세배우 플러머 조연상 아카데이 최고령수상 감동
이날 수상소감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노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였다. 관객들은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을때부터 오스카상 수상 소감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82세 노배우의 조크에 연이어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尊敬(존경)을 표했다.
▲ 이상 사진 www.oscar.go.com
‘미드나잇 인 파리’로 각본상을 받은 우디 알렌은 이번이 네 번째 수상이지만 늘 그렇듯 시상식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각색상은 영화 <디센던트>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골든글로브에 이어 연이어 수상했다. 외국어영화상은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과 남녀주연상을 수상하고 골든글로브까지 휩쓴 이란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가 차지했다.
빌리 크리스탈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선 '영화의 역사'를 소재로 한 '태양의 서커스팀'의 공연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 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명단
▲작품상-아티스트
▲감독상-미셸 하자나비시우스(아티스트)
▲남우주연상-장 뒤자르댕(아티스트)
▲여우주연상-메릴 스트립(철의 여인)
▲남우조연상-크리스토퍼 플러머(더 비기너스)
▲여우조연상-옥타비아 스펜서(더 헬프)
▲각본상-우디 앨런(미드나잇 인 파리)
▲각색상-알랙산더 페인(디센던트)
▲편집상-커크 박스터 외(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촬영상-로버트 리처드슨(휴고)
▲미술상-단테 페레티 외(휴고)
▲의상상-마크 브릿지(아티스트)
▲음악상-루도빅 바우스(아티스트)
▲시각효과상-롭 레가토 외(휴고)
▲음향상-톰 플레이쉬먼(휴고)
▲음향편집상-필립 스탁론(휴고)
▲분장상-마크 콜리어 외(철의 여인)
▲주제가상-브렛 멕켄지(더 머펫)
▲단편영화상-테리 조지(쇼어)
▲장편애니메이션상-고어 버빈스키(랭고)
▲단편애니메이션상-윌리엄 조이스 외(미스터 레스모어의 환상적인 책 여행)
▲장편다큐멘터리상-다니엘 린제이 외(언디피티드)
▲단편다큐멘터리상-다니엘 준지 외(세이빙 페이스)
▲외국어영화상-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이란)
▲평생공로상-오프라 윈프리, 제임스 얼 존스, 딕 스미스